다른 사람도 아닌 우리를 무슨 수로 가뿐히 지울 수 있겠어요. 억겁의 시간이 흐른다고 하여도 분명 무리일 거예요. 난 아직도 자랑할 거리가 생기면 가장 먼저 당신에게 재잘거리고픈 심정이고요. 고민할 사항들도, 당신하고 머리를 맞댄 채 풀어나가고픈 마음이 굴뚝같지요. 당신이랑 헤어져보니까 알겠어요. 내가 얼마나 당신한테 의존하고 있었는가, 뼈저리게 깨닫게 됩니다.
당신은 내게 특별함, 그 이상이었어요. 그러니 이렇게 된 마당에 더 이상 미래가 뭐가 중요하겠어요. 일찍이 잠에 들어요. 당신이 없어 흥미로울만한 것들이 없거든요. 제법 눈물을 참는 방법을 터득했다고는 하나, 혼자 있을 땐 한두 방울 떨구고 익숙한 듯 닦아내고 맙니다.
평생 연애만 할 걸 그랬나 봐요. 결혼 같은 거에 욕심내지 않았어야 우리가 계속 함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별이 최선의 결정이었던 게 맞았을지 모르겠어요.
당신이 있는 동안엔 매우 즐거워 까먹고 있던 사실이 있는데요. 세상이 이다지도 두렵다는 점을 깜빡했지요. 내가 꽤나 불안정한 인간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어요. 불안이 다시금 제 몸집을 키워요. 나를 잡아먹을 듯 무시무시해요. 나는 당신 이름만 주문 마냥 여러 번 되뇌어요. 여태 무엇이 정답인지 갈팡질팡하네요. 수시로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불쑥불쑥 미성숙한 모습을 보여요.
당신은 올해 벚꽃을 보았나요. 우리 작년엔 타이머를 맞추고서 사진도 여러 장 남기고 그랬잖아요. 그때의 우린, 지금의 우리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태로 티 없이 천진했지요. 당신과 맞닿아 다정했던 일들이 한순간에 몽땅 과거형이 되다니, 좀처럼 믿기지가 않네요. 믿고 싶지 않은 쪽에 가까운 것도 같고요. 슬픔의 고통으로 인해 하루빨리 우리의 기억을 잊고 싶기도 한데요. 한편으로는 내 생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어떻게 없던 일로 칠 수가 있으려나 싶어요. 그것만큼 허망할 짓도 없을듯하거든요.
당신이 나보다 한 열 걸음쯤 앞서 행복해지세요. 꼭 그래야만 나도 마침내 속 시원히 웃어 보일 수 있을듯해서요. 매일 당신의 행운을 빌어요.
*함께 듣는 플레이리스트
https://youtube.com/@sarmumegg?si=pOek20WKzA1wtB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