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선물 받았던 비틀즈 열쇠고리는 끼워보지도 못한 채 선반 위에 올려둔 상태 그대로이죠. 어디에 걸어두는 게 가장 알맞을까, 궁리를 하는 사이 우리가 남이 되어버렸어요. 사회에서 벗어날 시엔 거의 표정이 없이 하루를 보내요. 주말이 오는 게 반갑지 않고요. 차라리 온종일 잠에 들 수만 있다면 덜 고통스러울듯하단 생각을 해요.
둘만의 세상이 붕괴되었어요. 서로가 서로를 부르던 애칭은 이제 우연히라도 들을 일 없고요. 미용실에서 망해 온 머리카락을, 온 신경을 집중하여 다듬어줄 사건도 없지요. 당신이 좋아하던 게임을 같이 해주지 못한 게 끈질긴 후회로 남아요. 쑥스러움에 더 자주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한 점도 미련이 되고요. 게다가 솔직히 난 스스로가 혼자서도 뭐든 척척 잘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고 자만했거든요. 그게 당신이라는 사람이 든든히 곁을 지키고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란 걸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요. 오만이 얼마나 큰 실수인가, 이마를 짚어요.
당신이 내게 건넸던 친절과 다정이 여전히 공기 중에 머물러있는 듯 여겨져요. 문득문득 흔적이 튀어나와, ‘그랬었지’ 혼잣말을 하게 돼요. 일부러 지인들에겐 그립다는 고백을 털어놓지 않는데요. 괜히 괜찮은 척, 과장을 더해 멀쩡한 척 시늉을 해요. 누구든 벌써 다른 인물을 만나보는 게 어떻냐고 한다만, 글쎄요. 나는 지난 연애에 거듭 실패를 겪어왔음에 내게 사랑이 얼마나 희귀한 감정인지를 알아요. 더군다나 이처럼 둘이서 양방향으로 오가는 애착이란 극히 드물었지요.
마음을 지나치지 않고서 서로가 동일한 시간과 순간에 발견한 것이 엄청난 기적이잖아요. 그간 무수한 사랑의 좌절을 겪어본 이상 사랑이 이렇게 타이밍과 딱 들어맞다니, 가히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원망이 섞이게 되는 이유는요. 왜 하필이면 그토록 간절했던 사랑이 드디어 성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평생을 기약할 수 없던 것인지. 내가 당신을 두고 온 것인지. 당신이 나를 지키지 못한 것인지.
이별을 받아들여보겠다는 문장을 오래 곱씹습니다. 껌의 단물이 빠져나가듯 슬픔이 전부 싱거워질 때까지.
*함께 듣는 플레이리스트 :)
https://youtube.com/@sarmumegg?si=0_vLlH0H3WKNYk3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