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부재를 실감하게 되는 일 중 한 가지를 뽑자면, 내가 더 이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 들지 않는다는 거예요. 제법 좋은 기회가 될 만한 제안이 와도 선뜻 수락하지 못하고요. 겁만 무수해졌습니다. 다소 핑계로 들릴 수도 있겠으나, 곁에서 내내 지지해 주던 당신이 없는 탓에 잘 살고픈 마음이 죄다 시들해졌어요. 당신과 함께 내 안에 있던 자신감과 열정, 의욕, 그리고 전반적인 긍정의 것들이 통째로 수증기 마냥 증발해버린듯싶네요.
나 역시 이런 스스로가 적응이 되지 않긴 한다만, 별다른 수가 없지요. 멍하니 허공을 응시합니다. 혹은 지나가는 사람들 따라서 의미 없이 눈동자를 옮기기도 하고요. 최대한 깊은 생각에 빠지지 않도록 골똘하기를 삼가요. 모든 사고의 끝엔, 반드시 당신이 서있기 마련이거든요.
나는 아마 결혼이 하고픈 게 아니라 당신이랑 살고팠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즉, 다시 한번 정리해서 얘기하자면 다른 누구와 하는 결혼이 아닌 당신이었기에 결혼을 결심했던 것 같습니다. 결혼을 단순히 필요에 의해 수단으로써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마음의 작용 하나로 영원을 걸어볼 작정이었지요.
어질어질해요. 시끄러운 속내를 방치해둬요. 이 슬픔에서 벗어날 노력까지 더할 여력이 없네요. 궁상맞게 가만히 서러워해요. 무진장 피로해요. 만사가 성가셔요. 오죽하면 손톱을 깎는 짓마저 힘에 부쳐요. 같이 하던 취미와 연관 있는 물건들은 모조리 박스 안에 집어넣어놨어요.
단지 당신을 적었을 뿐인, 나의 몇 줄 안되는 사연들엔 ‘도대체 어떤 사랑을 했길래’란 물음이 연달아 달리곤 하네요. 불현듯 당신의 답변이 궁금해집니다. 우리는 어떤 사랑이었나요. 과연 무엇이라 대꾸할 수 있을듯한가요.
자꾸만 온몸이 아파요.
*함께 듣는 플레이리스트 :)
https://youtube.com/@sarmumegg?si=Du_rvRvTr3fwdWH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