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완 Aug 30. 2018

장외인간




김동식 작가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건 소설집 『회색 인간』을 읽게 되면서다. 별생각 없이 소파에 누워 책을 읽던 나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이 사람 뭐지?’

재밌어! 놀라워! 신선해! 이건 마치 외계로부터 한국에 ‘툭’ 하고 떨어진 것 같은 소설이 아닌가. 지금까지 이런 소설은 없었다. 충격을 받은 나는 이 소설을 쓴 작가가 몹시도 궁금해졌다. 그때부터 김동식 작가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그의 소설이 왜 새로운지를.


김동식 작가는 소위 말하는 ‘등단’ 작가가 아니다. 우리나라 대부분 소설가는 심사위원들이 심사하는 신춘문예나 문학상 공모전에서 수상하며 소설가라는 자격(?)을 얻는다. 이게 등단이다. 그리고 등단하지 않은 소설가는 소설가로 인정하지 않는 문단의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소설가가 되려면 공모전에서 수상해야 한다는 공식은 불문율. (뭐 딱히 다른 방법이 많은 것도 아니고.) 많은 소설가 지망생들이 계속 도전하다가 결국 등단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김동식 작가는 문학상 공모전에 작품을 내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소설가가 될 생각도 없었다. 그가 소설을 처음 쓴 곳은 인터넷. 그것도 문학인들이 들를 법한 곳이 아닌 ‘오늘의 유머’ 사이트의 ‘공포 게시판’에 글을 썼다. 아마 자신이 쓴 것이 소설이라 생각도 안 했던 것 같다.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를 쓴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김동식 작가는 잘 알려진 대로 중학교를 중퇴하고 이런저런 노동을 하며 살아온 사람이다. 평생 읽은 책이 열 권도 되지 않고, 글쓰기를 해 본 적도 없단다. 옳거니. 그의 글에서 느껴지는 신선함은 거기서 나오는 게 분명하다. 마치 길들지 않은 야생마 같달까.

그는 최근 10년 동안 지퍼나 벨트 버클을 만드는 주물공장에서 온종일 국자로 쇳물을 떠서 틀에 붓는 일을 했다. 무료한 일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즐겨보던 ‘공포 게시판’에 자신이 지은 무서운 이야기를 올렸고 그 글이 반응을 얻고 댓글이 달리자 오직 댓글 보는 재미에 계속 글을 썼다는 그. 아아, 이토록 단순하고 무모한 동기라니.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글을 올리며 2년 동안 무려 340여 편의 단편을 썼다. 그렇게 인터넷에서 인기를 얻은 글이 책으로 출간됐다. 나는 이런 소식이 반갑다. 경쟁해서 성취하는 것이 아닌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드는 방식 말이다. 어딘가에 들어가려 애쓰지 않고 자신이 있는 곳에서 재미있게 글을 썼을 뿐인데 그는 소설가가 되었다. 누군가로부터 자격을 얻는 방식도 있지만 스스로 자격을 만드는 사람도 있다. 이런 이야기가 더 많이 들리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나는 그가 여러모로 장외(場外)에 선 인간이라 생각했다. 안이 아닌 바깥에 선 아웃사이더. 아웃사이더이기에 가능한 것들이 있다. 바깥에 선 자는 종종 관찰자가 된다. 멀리 떨어져 무리를 관찰하고 그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그려낸다. 아웃사이더는 울타리 안으로 돌을 던지는 자다. 그들만의 세계 속에 갇혀 깨닫지 못하는 것을 일깨운다. 동시에 무리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개척하는 모험가다.

김동식은 확실히 장외인간이다. 하지만 그가 장외에 서 있는 이유는 장에 들지 못해서가 아니다. 그는 장외홈런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면도하는 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