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 덕후가 노션으로 회고하는 법
얼마나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음, 나는 일간, 주간, 월간, 1년 단위로 회고를 한다. 아주 오래된 것은 아니다. 1년쯤 된 것 같다. 처음엔 월간 회고만 하다가, 주간 단위로도 하기 시작하고, 일을 잘하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매일 업무 회고도 하게 되었다. 회고의 힘을 알게 된 후론 업무 프로젝트 단위별로도 회고를 하고, 회사에서 팀 내 회고도 여러 번 제안해서 진행했었다.
(이게 엄청 대단하고 특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엔 기록 덕후들이 많기에..)
우리는 어떤 경험이든, 경험을 통해 무언가 배우고 생각한다. 하지만 때로 그것은 두리뭉실하고 막연한 형태이거나, 때론 깊게 생각하지 않아 납작하고 편향적으로 남아 버리곤 한다. 나는 회고를 통해서 경험에서 배운 것들을 좀더 선명하게 만든다.
오늘 회의에서 나는 왜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을까? 그때 내가 느낀 감정은 무엇이었고, 무엇에 반응해서 그랬던 걸까? 이러이러하게도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앞으로 이런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렇게 명확한 말로 쓰여진 생각은 나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만들고, 실질적인 문제를 찾고 행동하게 만든다.
사실 나는 그리 많은 에너지를 타고나지 않았다. 무엇이든 적당히, 남들 하는 만큼만 하면 이정도면 괜찮지, 하고 만족하는 인간이었다. 그런데 또 시키면 잘 하는 인간이라, 회고를 통해 내가 나 자신의 코치가 되어 주곤 한다.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칭찬과 잔소리를 해줘야 한다. 사실, 대충 살았을 때보다 그렇게 살았을 때 더 만족감 있는 삶이 되었다. 하루하루 의미없이 살지 않았구나 싶어지기도 한다.
또 다른 이유는 길을 체크하기 위함이다. 지금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나는 연간 목표에 따른 로드맵을 그리고 거기에 맞춰 월간 목표를 세우는데, 회고를 하면서 이 목표들을 계속 체크한다. 목표를 다 못 지키고, 실패하더라도 회고를 함으로서 더 잘할 수 있음을 안다. 그래서 절망하지 않는다.
회고를 이렇게 자주 하게 된 것은 자꾸 잊어버려서이다. 월 단위로만 회고를 하니 지난달에 회고하면서 이렇게 해야지! 했던 것들을 월 중순만 되어도 잊어버리고, 월말 회고에는 또 똑같은 내용을 반성하고 다짐하게 되었다. 그래서 좀더 간략하게 주간 회고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매일 일하면서 순간순간 찾아오는 깨달음들을 적어두지 않으면 주간 회고할 때는 이미 다 날아가 버려서, 매일 업무 회고도 하게 되었다. 영단어 외우듯이 자주 복습해 줘야 회고를 통해 변화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숲과 나무를 다 챙기기 위해서이다. 월 단위, 연 단위로 넓게만 보면 매일의 작은 깨달음들은 날아가 버리고, 일 단위로 좁게만 보면 지금 내가 어디에 집중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보기가 어렵다.
나의 일간, 주간, 월간, 연간 회고록들은 모두 노션에 아카이브되어 있다. 평소 뭔가 기록이 필요할 때 웬만하면 노션을 쓰곤 한다. 노션의 활용 방법은 무궁무진하므로 사람마다 쓰는 법은 다 다르겠지만, 내가 쓰고 있는 방식을 간단하게 소개하려 한다.
각 해마다 노션 페이지를 하나씩 만들어서 그 안에서 목표, 버킷리스트, 로드맵 페이지를 만들어 두었다. 모자이크로 가려둔 부분은 공개하기엔 약간 쑥스러운 마인드 목표이다. 2022 목표 안에 있던 내용인데, 잘 보이는 곳에 놓고 자주 상기하기 위해 꺼내 두었다.
그리고 이 페이지 안에 1월부터 12월까지의 월 목표 및 회고 페이지도 만들어서 관리하고 있다.
올해 목표는 커리어, 재정, 라이프스타일, 마인드 네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적어 두었다. 그리고 각 목표를 이루기 위한 액션 플랜을 로드맵으로 만들어 두었다.
(이전 글 - 새해 목표, 진짜로 해내게 만드는 로드맵 그리기 참고)
아직 올해 말이 되려면 멀었지만, 작년에는 이런 식으로 연말 회고를 진행했다. 호텔을 예약해서 셀프 워크샵처럼 프로그램을 짜서 해보았는데, 1년간의 기록을 회고하려니 너무 방대해서 결국 하루로 끝내지 못했었다.
올해도 비슷한 포맷으로 진행하되, 여기에 관심 가져준 친구들이 있어 1인 셀프 워크샵이 아닌 진짜 워크샵처럼 같이 진행해볼까 하고 있다.
아까 그 2022 페이지 내에 각 월마다 별도의 페이지를 만들어 매달의 목표를 세우고, 회고하고 있다. 보통 매달 마지막 날이나 첫날에 가까운 주말에 지나온 달을 회고하고, 다음 달의 목표를 세운다. 월마다 목표를 세우는 이유는 연 목표 그리고 로드맵대로 나아가기 위해 더 구체적이고 뚜렷한 단기 목표를 설계하기 위함이다. 회고는 같은 페이지 내에 하면서 목표 점검과 평가를 중심으로 한다.
위쪽에 토글로 숨겨둔 목록을 열면 올해 로드맵이 나온다. 매달 같은 포맷을 복제해서 쓰기 때문에 매달 이 로드맵을 보면서 목표를 세운다. 그 달의 목표를 한 줄로 정리하고, 구체적인 목표(실천계획에 가까운)를 체크리스트로 리스트업한다. 4월부터는 목표 앞에 태그를 붙여서 좀더 카테고라이징 해보았다. 내가 어디에 집중하고 있는지 좀더 명확해지는 느낌이라 좋았다.
뒤에 또 이야기하겠지만, 이 문서 내에다 주간 회고를 하기 때문에 매주마다 월 목표를 들여다본다. 아직 회고하지 않은 4월 목표에 벌써 체크되어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회고할 때는 쌓여있는 주간 회고를 쭉 읽어보고, 목표를 잘 지켰는지, 어떤 점을 잘했고 어떤 점은 보완해야 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올해 마인드 목표는 잘 지킨 달이었는지 체크한다.
셀프 체크리스트로 월마다 종합 평가를 하고, Keep-Problem-Try의 KPT 방식으로 되돌아보고 있다.
매주 일요일엔 주간 회고를 한다. 월간 회고 문서 내에 토글로 주별 목록을 만들어서 하는데, 매주의 회고를 월 목표에 align시키기 위함이다. 매주 회고 때마다 월 목표를 보며 잘 해내고 있는지 점검하고, 일간 회고를 보며 어떤 한 주를 보냈는지 되새긴다. 주간 회고는 월간 회고보다는 간단하게 이루어지며, 마찬가지로 KPT 방식을 사용한다. 중요한 건 Try이다. 진짜 실행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적고, 그 주의 투두리스트에 적어두거나, 아이폰 미리 알림이 오도록 맞춰 놓는다.
주간 회고는 함께 지식공유모임을 하는 친구들과 공유해서 서로 자극받기도 한다.
일간 회고는 현재는 거의 업무 위주로만 하고, 업무 외의 회고는 보통 마이루틴이라는 루틴 앱으로 체크하고 감사일기를 쓰는 정도이다.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일로 보내므로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느끼고 있다.
일간 업무 회고는 매일 퇴근길에 그날의 구글 캘린더에 세운 업무 스케줄을 보며 작성한다. 오늘 해야 했던 일과 달성도, 배운 것, 오늘의 기분과 의욕에 대해 적는다. 못한 것이 있었다면 왜 못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까지 적어본다.
매일의 업무회고는 그날의 목표달성지수, 기분의욕지수를 평균내어 5가지 등급으로 나누어 표기한다. 퇴근시간은 야근을 줄이고 싶은 마음에 적기 시작했다. 배운 것은 문서 내에 자세히 적은 것을 요약해서 속성으로 한번 더 적는다. 매일 보는 업무용 노션 페이지 상단에 이 표가 있어서, 한눈에 보고 매일 되새길 수 있다.
사실 회고는 나의 개인적인 자기계발 방식이고 오로지 나 맞춤형으로 해오던 것이다 보니 어딘가에 공유할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친구들과 함께 하는 지식공유모임에서 회고에 대해 다루고 나서 친구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다. 그러고 보니 나도 퍼블리나 브런치에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회고법을 공유하는 것을 재미있게 봤었기에 회고에 대한 내 생각과 방법을 간단하게 올려본다. 나중에 브런치 글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일간, 주간, 월간, 연간 회고법을 하나씩 자세하게 풀어볼까 싶다.
아직 회고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자극이, 다른 회고 덕후에겐 도움과 참고가 되길 바라며!
+) 데일리 업무회고 노션 템플릿을 디벨롭하여 공유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