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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만남

by 천동원

나이가 든다는 것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거침없이 노약자석에 앉는다는 것이다. 흰머리가 자기 과시의 수단이 되는 순간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흔들리는 대중교통에 몸을 지탱할 에너지가 모자란다는 것이다. 퇴직 후에 길을 가다가 이전의 직장 동료를 만나면 서로 생뚱맞을 순간이라는 것을 느낀다.




특히 비좁은 지하철에서 겨우 앉은 노약자석에서 얼굴이 마주칠 때 괜스레 겸연쩍어진다.


“어! ○○님 아니세요?”누군가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한다.


직장 생활을 잠시 했던 사람이었다. 인사이동으로 각자 타 지역으로 가게 되어 그 이후 업무상 연결고리가 없어 만나지 못했었다. 그러나 일을 하면서 좋은 시간들을 가졌기에 서로 서운하였거나 척을 지는 감정은 없었다.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불과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대화가 없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결국 겉치레적인 인사와 데면데면한 몇 마디의 말을 나눈 뒤 어색하게 헤어진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예전의 기억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닌 것이다.




전혀 예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대하지 않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좋은 일이기도 하겠지만 별다른 기억이 없는 직장 동료였다면 어색함이 전체 분위기를 휘감고 돈다.




그래서 챙이 긴 모자를 눌러쓰고 외출을 하는 습관이 생겼다. 모자는 고개만 살짝 숙이면 서로 눈이 마주치지 않기 때문에 눈길을 피하기에 제격이다. 소심한 성격이 아닌 내가 변해가는 모습 중의 하나이다.




나이가 들면 마음이 넓어지고 부드러워지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경직된 사고와 좁은 시야로 사회성이 점점 없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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