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서 외출이라도 하려면 이것저것 자질구레하게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 그래서 자그마한 손가방이 필요하게 된다.
손수건, 휴지, 이쑤시개, 그리고 개인알약, 주전부리... 이것저것 챙겨서 외출을 해도 실상은 쓰임새가 거의 없다시피 하는 물건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가방 빼곡히 챙겨서 집 밖을 나서는 것은 노년의 불안감을 다소나마 해소하기 위해서다.
외출의 종류에 따른 특징이 있다. 계 모임이나 친구를 만날 때는 챙길 것 없이 가볍게 나가지만 부부가 함께 외출을 할 때는 나는 나대로 와이프는 와이프대로 필요하겠다 싶은 잔물건들을 챙겨서 작은 가방에 넣고 나간다.
그리고 그 작은 가방엔 다이소에서 구입한 천으로 된 보조가방도 있다. 이것은 우리 부부가 돌아다니다가 재래시장의 물건이나 먹거리를 사서 챙길 때 쓰임새가 참 좋다.
그러나 한 가지 신경이 쓰이는 것은 그렇게 산 물건이나 음식을 집까지 한 가방 들고 와서 풀어놓으면 며칠 동안이나 양이 줄지 않는다. 물건을 사용 못하게 되거나 음식을 못 먹어 버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허기가 질 때는 시장에 가지 마라고 한다. 퇴직 후 갖는 시간의 자유로움과 부부가 함께 외출을 하는 즐거움으로 물건을 사고 음식을 먹는데 푼돈이지만 돈을 쓰는 재미를 느꼈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이런 물건이나 먹거리가 꼭 필요한가, 하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집에만 있다가 외출을 하여 몸을 움직이듯이 늘 쓰던 물건이나 음식을 먹다가 시장통에서 물건을 사고 먹거리를 맛보는 것도 마음을 잠시 외출시키는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