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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겨울은?

묻고 답하다

by 어떤하루

Q. 2월 두 번째 질문 나에게 겨울은?


A. 겨울은 나에게 눈만 안 온다면 꽤 괜찮은 계절입니다. 사계절 중 (요즘은 특히 더) 가장 공기가 깨끗한 계절이에요. 많이 춥지만 추운 만큼 공기는 깨끗하고 굉장히 상쾌합니다. 그 찬 공기가 얼굴에 닿는 느낌을 좋아하기 때문에 겨울을 아주 싫어하진 않아요.


겨울을 싫어했던 이유는 대부분이 눈이었던 것 같습니다. 눈이 오는 걸 보는 건 좋아하지만 눈이 녹은 후에 그 질퍽함과 지저분함이 너무 싫고, 녹지 않았을 경우 미끄럽기 때문에 눈을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외출에 지장이 아주 많고 여러 가지로 움직임을 통제하기 때문에 눈만 없다면 아주 괜찮은 계절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또 겨울 은 그냥 마음적으로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는 느낌.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시작하는 달이 끼어 있어서 그렇겠지만 뭔가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어 주기도 하는 것 같아서 그런점에서는 좋기도 해요.

예전에는 좋아하고 싫어하는 계절이 굉장히 뚜렷했는데 이제는 그래도 각 계절의 장점들이 많이 보여서 다 좋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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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제외하고는 어떤 계절도 좋다는 생각을 안하고 살았다. 예쁘고, 시원하고, 걷기 좋고, 찬공기가 마음에 쏙드는 계절 가을. 단 한가지, 너무너무너무 짧다는 것. 어쩌면 짧아서 더 좋아하는 걸수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으니 최선을 다해서 즐기고 느끼기에 더 좋을 수밖에.


퇴사를 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각 계절을 보내다보니 계절의 장점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봄은 알록달록도 좋고 벚꽃의 화려함도 좋지만 막 돋아나는 형광연두빛 새싹들, 새 잎들이 참 좋다. 미세먼지가 극성이지만 걷기에 딱 좋은 날씨. 춥지도 덥지도 않고, 조금 땀이 흐를라 치면 바로 바람이 살랑 불어와서 식혀준다. 여름은 덥고 습하고 길기까지. 더위에 약한 나에게는 참으로 힘든 계절이지만 여름 밤, 바람의 시원함과 상쾌함은 표현하기 힘들다. 서쪽으로 넘어가는 해와 그로인해 시시각각 바뀌는 하늘의 색도 놓칠 수 없다. 다른 계절의 일몰일 불타는듯 진한 느낌이라면 여름밤의 일몰은 파스텔 톤의 느낌이랄까. 여름밤, 바람을 맞으며 땀도 흘리며 걸은 후 마시는 시원한 음료 한잔은 또 얼마나 좋은지. 그리고 겨울. 눈은 싫지만 덕분에 예쁜 풍경을 볼 수 있고, 깨끗하고 상쾌한 공기와, 구름 한점 없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이 참 좋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겨울을 좋아할 수 있을 정도로.



올 겨울은 다른 그 어느해 겨울보다 추웠고, 몸도 마음도 지쳐있었다. 그럼에도 사진들을 보니, 기록들을 보니 나름 잘 지내려 많이 애써왔음이 느껴진다. 진짜, 제대로 겨울이었던 시기. 이제 다시 봄이 오니, 나에게도 봄이 오겠지. 움직여보자. 짧은 계절, 놓치지 않을 수 있게. 더 크게 봄을 좋아할 수 있게 만들어준 이번 겨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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