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가입 타이밍?
지난주에는 진지하게 모임 해체를 고민했다. 내가 하는 클럽 활동이 모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다. 일이든 취미생활이든, 오랫동안 버티는 사람들에게도 이런 동요가 찾아올까? 뭘 해도 보잘것없고, 의미 없이 느껴지는 때가.
게다가 내 활동은, 겨우 문밖에 나가고 집밥 차리는 게 전부다. 웬만하면 사람을 만나지 않고, 방방곡곡을 누비지도 않으며, 예쁜 그릇 수집이나 기발한 레시피 개발을 할 것도 아니다. 동네 산책로, 동네 카페, 동네 도서관, 그리고 주방. 큰 결심으로 다녀온 여행 이후 예전과 달라진 내 모습을 기대했지만, 다시 일상에 스며드는 속도는 눈 깜짝할 새였다.
소셜미디어가 자주 해가 된다. 브런치북 연재하며 종종 언급했듯, 스레드 친구들로부터 동기 부여를 많이 받았지만, 무작위 피드에 빼앗긴 시간과 에너지가 그 이상이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나도 모르게 남과 비교하게 되는 악영향으로부터도 자유롭지 않다.
그렇다고 내가 안티-소셜미디어인 것은 아니다. 본인의 호흡으로 잘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고, 나 역시 그런 때가 있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내 리듬’이 먼저 지켜질 때 가능한 얘기다. 취미 삼아 그린 그림을 한 장 올리면, 온 세상 그림 잘 그리는 사람들이 우르르 피드에 뜨고, 무기력의 늪에 아직 반 발 담그고 선 나는 ‘나까지 그림 그려서 뭐 해’하며 뒷걸음질 친다. 내 진심 몇 줄도, 내 눈에 예쁜 밤 풍경도, 단출하게 차린 식탁도, 곧잘 ‘이거 올려서 뭐 해’가 되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소셜 접속을 줄여야지 마음먹고 며칠 쉬는데, 결국은 심심함을 못 참고 또 한 번씩 글을 쓴다. 그러고 잠깐은 온라인 친구들의 안부가 반가워서 또 하고, 하면 또 힘들어져서 앱을 지우고. 이러면서도 완전히 그만두겠다는 결심이 서지 않는다. 2009년부터니까, 16년이나 된 습관을 하루아침에 끊기가 쉬운 일이 아니긴 할 테다.
이것 참 양날의 검이로군. 1인 클럽의 시작에서 스레드의 역할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온라인으로 이어진 인연이라고 해도, 절대 가볍지만은 않은 좋은 친구들이 있다. 그들과 댓글로 나누는 한마디가 하루치 용기를 줄 때도 있다. 꾸준히 올리던 클럽 활동 인증 또한 루틴화에 일조했고 말이다.
역시 내 마음의 문제다. 남과의 비교도, 자극적인 소란도 내가 신경 쓰지 않으면 그만인데, 수련이 부족하다. 어쩌면 해 오던 클럽들을 관둘 게 아니라 신규로 몇 개 더 추가해야 하는 타이밍일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새벽 명상회’라든지, ‘실존주의 워크숍’, 그도 아니면 이번 기회에 ‘근력운동 서클’에 가입해 몸을 더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Seine
사진은 홀로 유유히 물 위(?)를 걷는 불광천 왜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