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제일 소중해

엄마의 편지 08

by 살아 숨쉬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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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아.

마치 엄마가 쥐고 있던 모래알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다. 너는 더 이상 내 품 안의 아이가 아니라는 걸 다시 느낀다. 대견하다. 여행에서 배운 힘으로 너만의 인생을 잘 개척해 나가리라 믿는다.


엄마가 네게 미안한 것 중의 한 가지는 어릴 때부터 “산들아. 다른 사람을 배려해야지.”라고 하며 너의 욕구나 욕망보다 다른 사람을 더 배려하라고 강요한 것이야. 사실, 엄마 역시 어릴 때부터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의 그런 교육방법에 불만이 많았는데 돌아보니 엄마 역시 그걸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던 거야.


예전에 외할아버지는 가끔씩 우리를 마루에 나란히 꿇어앉게 하고서는 훈육을 하셨어. 그 가운데 잊을 수 없는 말이 “사람이면 다 사람이 아니야. 사람이 사람다워야 사람이지.” 그리고선 ‘사람됨’에 대한 끝없는 말씀이 이어지셨단다. 대체로 그 말들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면서 살아야 하는 게 사람됨의 길이라는 거였지.


할아버지의 그 말씀에 그 누구도 대꾸하지 않았지만 엄마는 언제나 불만이 많았단다. 어린 나이에 수긍하기는 힘들었거든. 왜 다른 사람을 내 삶의 중심에 두어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거든. 그래서 어느 때는 할아버지의 말씀을 따르지 않아 밤새 겨울바람을 맞으면서 대청마루에 꿇어앉아 있었던 적도 있었어. 그런데 돌아보니 오랜 세월 엄마 역시 네게 그런 가르침을 주고 있었어.


예를 들면, 네가 아이들 세상 어린이집에 다닐 때, 우리 집에 네 친구들을 많이 데려왔잖아. 그런데 엄마는 친구들 간의 갈등이 생기면 널 혼냈잖아. 그리고 무엇인가, 누군가가 양보해야 할 상황이 오면 항상 엄마는 네게 양보를 강요했지. 그러면 너는 눈물을 글썽이곤 했었는데, 그런 것이 네 성격 형성의 한 요소가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그런 엄마의 태도에 대해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너라고. 널 중심에 두고 살아야 한다고. 널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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