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람에 실려
서쪽 바다로
떠난 하얀 구름이
봄비가 되어
아침 창을 두드린다.
창문을 여니
아직 가난한
이른 햇봄의 아침 뜨락에
연분홍 편지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사랑이
기쁨으로 넘칠 때
처음으로
이별을 예감했다.
그 마음에
진달래꽃이 피었다.
말없이
고이 보내겠다고,
바보같이
눈물 흘리지 않으리라고
여름,
가을, 겨울
그렇게 다시
...
구름이 떠가듯
계절은 다시 돌아와
아침 햇살에
꽃봉오리가 여물고
기억이 아문 자리
그 가슴엔
연분홍 꽃편지가 피었다.
202003220340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