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품에 대한 쪼잔한 생각

여행기록_나에게 돌아가는 길

by 초록테이블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Love River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아이허(愛河)를 산책하고 근처 유명하다는 식당 北港蔡(Bei Gang Tsai Rice Tube)를 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아까 먹은 커피와 호박파이가 점심 대신이어서 오후 5시인데도 출출하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큰 강이고 야경명소라고 해서 많이 번잡스럽고 화려하겠구나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조용하고 한산했다. 일몰시간이 아니라서 그런가. 한가롭게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들을 지나치며 강변을 걸으니 머릿속이 고요해진다.



저녁 먹기에는 이른 시간인데 이미 줄이 꽤 길다. 여기 유명한 곳인가? 하며 두리번거리는데 24년 25년 미슐랭 식당이라고 벽에 붙어 있다. 앰블럼 하나 덕분에 기대감이 치솟는다. 가장 기본인 것 같은, 메뉴의 맨 위에 있는 갈비탕(파이구)과 떡밥(미까오)을 주문했다. 사장님과 내 옆에서 주문 후 음식을 기다리는 손님이 눈빛을 주고받으며 웃더니 나를 보며 중국어를 잘한단다. 오버스럽지 않고 잔잔히 칭찬해 줘서 진심이 느껴진다. 내가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싶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갈비탕의 고기는 흐물 해질 정도로 푹 삶겨있었고, 떡밥은 찰밥으로 만든 고기덮밥이었다. 간단한 메뉴 같은데 적당하게 딱 맛있어서 좋았다. 갈비를 급히 먹다가 입천장이 까졌다. 뜨거운 것을 먹을 때마다 자주 이런다. 좀 천천히 먹을 것이지, 매번 이렇게 입천장이 까지는 나 자신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온다.

먹고 돌아 나오는 길에 보니 줄이 더 길어졌다.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는데 1분 정도밖에 안 걸리는데, 줄을 이렇게나 길게 서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아니, 이 정도로 맛있고 가격까지 저렴하니 놀라운 일은 아니다. 오늘 먹은 2개 메뉴가 총 6천 원이었으니 말 다했다. 결론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저녁식사다.



내일이 귀국하는 날이라 살짝 쇼핑을 하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한다. 쇼핑 장소는 숙소 앞 편의점과 숙소 근처 드럭 스토어 POYA다. 사실 쇼핑을 그렇게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별도로 시간을 내 기념품을 살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편의점 정도는 번거롭지 않으니까' 하는 마음이었다. 땅콩과 현미로 만든 과자와 메추리알 간식을 고른다. 느낌적인 느낌으로, 확실히 맛있어 보이는 비주얼이다. 드럭 스토어에서는 밀크티 티백을 찾았다. 예전에 아이가 맛있어하던 기억이 있어서다. 3시15분(싼디엔 이커)이라는 이름의 밀크티를 오리지널맛과 당이 없는 맛으로 샀다. 그리고 왠지 나만 좋아할 것 같은 사과차, 대만 기념품 느낌이 나는 수면안대도 몇 장 사서 숙소로 들어왔다.


숙소 침대에 오늘 산 것들을 펼쳐놓고 사진을 남겼다. 많지는 않지만 대충 고른 건 하나도 없다.

'한국에 가서 이걸 하나씩 꺼내면 좋아하겠지?'

'맛있게 잘 먹어주겠지?'

괜찮은 반응을 상상하니 뿌듯해진다. 내가 뭔가를 줬을 때 분명히 좋아할 사람, 내가 취향을 알 것 같은 사람의 선물을 사는 건 좋아하나 보다. 알고 보니... 나, 쇼핑 별로 안 싫어하네.

이랬는데 반응이 뜨뜻미지근하기만 해 봐라. 선물은 모두 내가 가질 거고, 이제 다시는 선물을 안 살 거다!

혼자 마음속으로 기대했다가 실망했다가 오락가락한다.


이건 다 예전에 속상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기껏 선물을 했는데, 나는 나름 고심하고 시간과 돈을 써서 선물을 사 왔는데 전혀 고마워하지 않는 반응들. '여행을 다녀왔으니 선물을 사 왔나 보다'하는, 나의 정성이 당연한 것이 되어버리거나, 내가 준 초콜릿이 몇 달이 지나도록 처음 올려 둔 그 자리에서 먼지가 쌓이고 있는 것을 보게 된 일이 있다. 내 선물이 100원이든 1000원이든, 원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 나의 돈과 시간을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여행지에서의 시간은 평소보다 더 귀하기에 너무 아까워지는 것이다. 내가 속이 너무 좁다고 해도 어쩔 수가 없다. 솔직히 내가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주는 이 '감정'을 돌려받고 싶다. 좋아해 주거나 마음에 들어 하거나 필요한 물건이면 좋겠다. 그래서 나도 진짜 신중하게 필요할만한, 내가 받았을 때도 좋을만한 것으로만 고르려고 노력한다. 아, 쇼핑 어렵다.



<선물 후기>

오늘 구매한 목록들을 서울에 돌아가 펼쳤을 때의 반응은 '아주 좋음'이었다. 도리어 왜 이것밖에 안 사 왔냐고, 무슨 간식을 감질나게 한두 개만 사 오냐고 핀잔을 들었다. 나는 이렇게 답했다.

"다음에 가서 또 먹으면 되지. 조금 먹어서 더 맛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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