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질문, 그래서 나는 무엇을 좋아하나요?

여행기록_나에게 돌아가는 길

by 초록테이블

한국에 돌아왔다. 집에 들어와 후다닥 여행가방부터 정리하고 빨래를 돌린다. 투둘투둘 빨래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니 일상으로 돌아온 것이 실감이 난다. 여행을 마무리하기 위해 노트를 펼친다. 그리고 빨간색 펜을 들고 나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진다. 오늘 하루를 차근차근 떠올려본다.


"오늘도 좋아하는 것을 찾았나요? 무엇을 좋아하나요?"




1. 뭔지 모르는 거 주문하는 것. 소소한 도전. 황당한 경험 좋아함.

2. 알은체 하기. 알은체 받기.

3.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고,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어르신들. 나도 꼭 우아하게 나이 들어야지.

4. 낯선데 조금 익숙한 느낌이 드는 여행

5. 골목골목 걸으면서 보내는 시간. 일상 같이 느껴지는 경험이 좋다.

6. 노트에 마스킹테이프 붙이는 거 좋아하네. 여행 내내 함께 한 타이베이 흑곰 마스킹테이프 좋아.

7. 숙소 깔끔하게 사용하는 것. 새로운 기분이 이어지는 것 같고, 나도 깔끔하게 유지되는 기분

8. 지하철에서 책 읽기. 앉아서! :-)

9. <새의 선물>. 재밌는 소설, 좋은 소설 좋아 :-)

10. 뚝딱거리지만 열심히 친절히 하는 사람

11. 포켓몬이랑 여행을 한다느니- 같은 생각을 하는 내가 좋음.

12. 책 읽다가 감상을 써두는 것이 좋음.

13. 집에 빨리 가기 위해, 가족을 얼른 만나기 위해 걸음을 재촉하는 것. 생각한 것은 아닌데 몸이 그렇게 움직이는 것. 사실은 가족이 그리웠던 것을 온몸이 알려주는 게 좋았음.

14. 오랜만에 허그. 매일 해도 지겹지 않은 허그.







짧은 여행이 끝났다.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과 경험, 선택을 통해 나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익숙하지 않음, 낯섦이 나를 새롭게 했다. 유명한 관광지도 소박한 골목길도 즉흥적인 나의 발걸음도 결국 '나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잊고 살았던, 헤매던 내가 이 여행을 통해 나로 돌아갈 수 있었다.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낯선 길을 걷는 순간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고 아주 작은 것, 평소 같았으면 놓쳐버렸을 소소한 것을 다 기록하면서 뭔가를 다시 해볼 수 있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충분히 찾았고,

내가 나를 많이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정말 내가 나에게 돌아온 것 같다.


- 안녕 -




이전 15화낯선데 익숙한 느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