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7일 일기
엄마가 호스피스에 입원했다.
사실 엄마는 호스피스에 오기 싫어했는데, 보험사에서 2천만원을 지원해준다는 말을 듣고 선뜻 엄마는 나랑 같이 2주만 살고 나오자고 했다. 엄마가 병원에 다녀오는 동안, 집도 수리하고 도배까지 마쳐놓았으면 좋겠다고 아빠에게 당부도 했다.
친절한 목소리로 반기던 간호사들을 뒤로하고
의사선생님은 보호자인 나를 상담실로 조용히 데려갔다.
3가지를 기억하세요.
1.앞으로 환자의 건강은 계속해서 악화될 것입니다.
2.오늘 보는 모습이 가장 건강한 모습입니다.
3.그동안 보지 못했던 증상들이 나타날 것입니다. 섬망, 출혈, 감염 등
유언을 듣고, 정리할 것이 있으면 지금 하셔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남은 여명이 얼마인가? 인데요.
2주 남았습니다. 이 곳에 오는 환자들의 50%는 2주안에 사망합니다.
때로는 여명이 ‘-1일’ 남았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전 날 입원 예약을 하시고,
다음 날 입원예정인 환자들 중에 이미 새벽에 돌아가셔서 입원하지 못하는 분도 계시기 때문입니다.
죽음에 가까워지면, 혈압이 떨어지고 호흡이 가파집니다.
그럴 때 가족들만 함께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드리겠습니다.
잊지마세요. 인간의 감각 중에 청각은 죽기 전까지 존재합니다.
재산, 보험금 이야기는 환자가 없는 곳에서 하십시오.
죽기 전에 환자가 느끼는 가장 큰 감정은 “두려움”입니다.
내가 세상에서 잊혀질 것 같은 두려움 말입니다.
환자의 귓가에 속삭여주세요.
엄마가 없더라도, 잊지 않고 간직하며 살겠다는 말을요.
짧고 묵직한 문장들이 귀에 들어올 때마다
눈가에 눈물이 고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나의 눈물에도 의사는 의연하게 말을 이어나가기만 했다.
의사 선생님 말대로 엄마는 집에서 없던 증상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첫 날은, 복수를 지속적으로 빼기 위한 배액관 삽입했고, 그 부위가 너무 아프다고 울부짖었다.
"나 당장 집에 가고싶어..", “ 나 이대로 진짜 죽을 것 같아.”
새벽에는 당직 의사가 없다며, 할 수 있는 것은 2시간 간격으로 마약성 진통제를 맞는 것 뿐이라고 했다.
진통제 효과가 있는 순간에만 눈을 감았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면 아프다는 말만 하는 엄마가
정말 2주 안에 죽으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을 했다.
의사선생님이 2주 남았다고 말했을 때도, '우리 엄만 아니야..' 라고 한 귀로 흘렸었는데...
첫 날을 지옥 같은 밤으로 지새우고,
아침이 되자마자 진통제를 섞은 수액을 24시간 맞기로 했다.
서서히 적응되었는지 엄마는 더 이상 울지 않았다.
엄마가 통증에 아주 예민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었었다.
둘째 날은, 구역질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적어도 밥은 꼬박꼬박 챙겨먹던 엄마가 모든 음식을 거부한다.
덩달아 나까지 식욕이 떨어졌다. 덕분에 다이어트를 하면 좋을 것 같다.
이제 엄마가 잘 때 숨소리가 거칠어져도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일까봐 겁이 난다.
복도에서는 누군가가 흰색 시트에 씌워 지나갔다.
누군가는 가족들로 둘러 쌓여있고, 목사님이 큰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내가 밥을 먹는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 뒤로는 나도 모르게 복도를 지나칠 때마다
병실의 이름표들이 그대로 있는 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엄마는 이제 집에 갈 수 없을 것 같다는 확신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