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2일
밤 귀신이 있는 것 같다.
“딸, 어젯 밤에 흰색 소복입은 사람 두명을 봤어. 여자랑 남자.”
“딸, 밤에 누가 후레시를 들고 들어와서 내가 깜짝 놀랐어.”
낮에는 아무렇지 않다가도 밤 9시에 병실의 불을 끄면 귀신이 오는 것 같다.
때로는 통증이, 때로는 심한 구역질이 시작된다.
집에서도 잠을 깊이 못 이룬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2시간마다 깨서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은 몰랐다.
엄마가 주사를 맞는 모습을 보면 안심이 되어, 나는 졸린 눈꺼풀에 못 이기는 척 눕지만
어느 새 부스럭 부스럭 일어나 거친 숨을 쉬고 있는 엄마의 뒷모습이 보인다.
병원에서는 하루에 1번씩 복수를 뺀다.
엄마는 얼른 편해지고자 새벽 중에도 복수를 빼고 싶다고 간호사에게 요청한다.
배액관을 연결해주면, 나는 졸린 눈으로 보초를 선다.
복수가 잘 나오는 지 관찰하다가 1리터가 차면 얼른 간호사를 부른다.
매일 밤 이렇게까지 고통스러워하는 엄마를 보고,
처음으로 ‘나도 암에 걸리기 싫다.’라는 생각을 했다.
더불어, ‘엄마와 헤어지는 연습을 해야겠구나. 남아있는 가족들과 잘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해야겠구나’ 생각했다.
늘 엄마에게만 삶을 정리해야한다고 말했지만,
나를 포함한 가족들도 엄마에게 의존하던 커다란 마음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겠구나 생각했다.
각자에게 어떤 크기로 자리 잡은 존재인지 가늠가지 않지만,
엄마가 몇 일간 식음 전폐하며 병실에 누워있을 때 울리는 전화기를 대신 받으며 알았다.
엄마는 매일같이 우리 집 남자들의 사소한 질문들까지 해결해주고 있었구나.
앞으로 서로가 서로를 더 챙겨야하겠구나.
보험사인 이모는 엄마가 암에 걸리자마자,
내가 암에 걸릴 확률이 50%가 넘으니 추가로 암보험을 가입해야한다고 했다.
나는 차마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절대 암에 걸리지 않아야겠구나. 다짐했다.
물론 다짐대로 될 순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