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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무리 Apr 24. 2019

출사표는 쓰되 사표는 쓰지 말자

Feat. 유튜브의 神, 대도서관



요즘은 취업하자마자 퇴사를 준비한다는 뜻으로 '취준생' 끝에 '퇴준생'이라는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이런 실정이니 직장인이라면 회사를 당장 때려치우고 싶은 갈망이 더 클 것이다. 특히 업무에 흥미나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며 무료함을 견딜지, 직장을 그만두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모험을 떠날지 갈림길에 서게 된다.


그런데 반드시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걸까? 이 둘이 양립할 수 없는 배타적인 선택지일까? 어쩌면 둘 다를 선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출사표는 쓰되 사표는 쓰지 말자

대도서관, <유튜브의 神> 중에서





살짝 배신감이 들었다.


직장 생활 10년만 해야지 결심하고, 그럼 그다음에 무엇을 시작할지 정하려고 고민하는 사람에게, 출사표는 쓰되 사표는 쓰지 말라니.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유튜브의 神이 하는 말이다. 대도서관은 실제로 멀쩡한 회사를 그만두고 인터넷 방송을 시작한 것을 계기로 억대 연봉의 유튜버, 1인 크리에이터가 됐다.


그래 놓고 남들한테는 회사를 그만두지 말라고 당부하니 모순된 태도로 보일 수도 있을 듯하다.


라고, 선 밑밥(?)을 깔면서도 끝끝내 대도서관은 사표를 던지지 말라고 당부한다. 던지면 안 되는 이유를 조목조목 유명인사는 물론 자신의 이야기, 학계의 연구 결과까지 제시하며 말린다. 그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절박한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하면 그만큼 더 열심히 하게 되고, 열심히 했기 때문에 더 좋은 성과를 낼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오히려 당장의 이익만 좇다 실수하거나 모든 걸 걸었다는 부담감에 그릇된 선택을 하기도 한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선다는 것, 쉬운 일이 아니다.


2. 직장이 제공하는 경제적 안정은 크리에이터의 귀중한 사업 자본이자 독창성, 창의력의 원천이라는 것. 심지어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에 다니면서 창업한 사람이 실패할 확률은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한 사람보다 33퍼센트 낮다고 한다. 굳이 자신을 막다른 길로 몰아넣으면서 괴롭고 힘들게 창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3. 직장은 안정된 수입과 복지혜택을 보장할 뿐 아니라 노하우를 배우고 인맥을 쌓고 팀워크를 익힐 기회도 준다는 것. 또 대도서관 역시 직장 업무를 통해 새로운 창업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럼 사표는 언제 던지느냐고?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무엇이든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한 상태에서 더는 직장 업무와 병행이 불가능해지는 시점이 바로 사표를 던질 때라는 것이다. 그전까지 사표는 내 마음 속에서만 쓰라는 것.




이렇게 구구절절 대도서관의 당부 "사표는 넣어둬"를 요약정리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나 역시 사실은 자신이 없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무엇'을 하는데 자신이 없는지조차 잘 모르겠다.


나름 회사에서 주도적으로 일해왔다고 생각했고, 소모되지 않고 최대한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일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연못 밖 세상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니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 어느새 연못에서 헤엄치는데 최적화된 잉어가 되어버린 셈이다.


이렇게 최적화된 잉어로 입사 10주년을 맞이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럴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일단 해보기'로 했다.


질문의 대답을 찾기 위해, 일단 회사라는 연못 밖에서 무엇이든 실행해 보기로 했다. 격변의 시기에 회사를 다니며 깨달은 1순위의 진리는 '일단 해봐야 안다'는 것이었다.


망설이고 머뭇거리기엔 세상의 트렌드는 너무 빨리 변하고, 사람의 취향이라는 것도 보고 듣고 경험하며 살아 온 깊이 안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해보기 전에는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일단 해보고 생각하는 것이 고민하다 못하고 마는 것보다 나은, 삶을 풍부하게 해주는 길이었다.


직장인 딴짓 1순위인 각종 클래스 수강 - 플라워 클래스, 캘리그래피, 요리(개인적으로 제일 뜬금없다 생각함), 부동산, 창업, 글쓰기, 독립출판, 와인 등 종류 불문하고 배워 보았고, 책을 기반으로 한 독서모임 활동을 지속하다 사내 독서 동호회(사실 회사에 좀 더 정을 붙여보고 싶은 마음도 더해서)까지 만들게 됐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창업을 한 친구와 함께 한 달 정도 꽤 진지한 프로젝트를 추진해 보았다. (이 프로젝트 경험에 대해서도 나중에 따로 써보려고 한다.)


내 인생의 선택지엔 없을 것만 같았던 요리학원 수강. 그래도 요리는 과학이라 선생님 말대로 하면 정말 선생님이 만든 맛이 난다.



이렇게 '일단 해보는' 과정에서 얻은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깨달음은, 내가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스스로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하며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일의 카테고리가 무엇인지를 발견한 일이었다.


사실 이 카테고리조차 몰랐기 때문에 나는 몸은 담근 채라도, 연못 밖으로 입을 뻐끔 내밀고 바깥 공기를 마셔볼 용기조차 내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그 발견의 과정을 이제 글로 써보려고 한다.


어딘가에 숨어 있을지 모를, 연못 속에서 나처럼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데 자꾸 호흡이 가빠오는 잉어 동지들이 읽어준다면 기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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