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무리 Jul 31. 2019

주인의식이 아니라 주식을 주세요

Feat.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최근 읽은 책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는 세계 최고의 혁신 기업이자 평균 근속 년수 1년인 혹독한 아마존에서 한국인 중 가장 오랜 기간, 무려 12년을 근속한 저자가 쓴 아마존의 숨겨진 이야기다.


책의 전반부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아마존의 신입사원 교육에 대한 이야기였다. 회사에서 신입사원이나 경력직 입사자의 입문 교육 중 일부를 담당하고 있어 더 궁금하기도 했는데, 그중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부분이 바로 이 구절이었다.


전반부의 아마존 회사 소개가 끝나고, 후반부에는 신입사원들이 꼭 알아야 할 주식, 보험 등에 관한 설명으로 이어졌다. 주인의식과 팀워크를 키워준다는 미명 아래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강압당하는 몇몇 한국 기업들의 신입사원 연수과정과 달리 총 두세 시간 정도 편하게 앉아서 듣는 짧은 오리엔테이션이었지만 끝날 무렵 '아마존이 내 회사다'라는 마음이 들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특히 이러한 마음을 들게 한 것은 사원에게 주어지는 아마존의 RSU(Restricted Stock Unit) 주식 때문이었다. RSU 주식이 일반 주식과 다른 점은 한 번에 받는 것이 아니라 4년에 걸쳐 받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주의 RSU를 받으면 첫해에 10, 두 번째 해에 20, 세 번째 해에 30, 네 번째 해에 40과 같이 뒤로 갈수록 많이 받게 된다. 이는 사원들이 아마존에 더 머물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이처럼 아마존은 교육이나 연수를 통해 주인의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주인이 된 증표인 회사의 주식을 준다.



주인의식이 아니라 주식을 주다니!


주인의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주인이 된 증표인 주식을 준다는 너무도 심플하고 확실한 주인의식 주입 방법에 살짝 감동받기까지 했다.


실제로 나는 저자가 말한 '주인의식과 팀워크를 키워준다는 미명 아래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강압당하는 몇몇 한국 기업들의 신입사원 연수과정'의 산증인이다. 심지어 당시 방송국에서 신입사원 연수의 새벽 구보 시간 취재까지 나오는 바람에 새벽에 눈밭을 구르는 모습이 모 방송사 9시 뉴스에까지 나갔었다.


이 장면을 뉴스로 본 부모님은 회사 가더니 생고생하네가 아니라, 대기업에 가더니 9시 뉴스에도 나온다며 은근 자랑스러워하셨다. 그게 나빴다는 게 아니라 그런 시절이었다.




그런 시절 입사하여 주인의식 주입식 교육을 받아 온 나에게, 이제 너는 주인이라며 주식을 주는 아마존의 쿨한 방식은 그야말로 유레카였다. 브런치에 '애사심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마음인가요' 라는 글을 쓰기도 했지만, ( 그 글은 여기 - https://brunch.co.kr/@constellations/10 )


그동안 나는 왜 되지도 않을 애사심과 주인의식 고취를 위한 수많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고 또 기획하고 또 실행한 걸까? 주식을 주면 주인이 되는 건데.


물론 주식도 주식 나름이긴 하다.

(셀프디스의 향연)


스톡옵션이 의미가 있는 것은 스타트업이나 아마존처럼 폭발적인 성장 가능성이 있을 때다. 우리 회사처럼 좀처럼 Risk-Taking을 하지 않는 보수적인, 그래서 주가의 움직임이 잘 안 보이는(남들 폭락할 때 폭락은 함) 대기업에서 자사의 주식은 그다지 매력적인 유인이 아닐 수도 있다.


그 한 예로 가끔 친한 직원들에게 추천 주식 종목을 찍어 주시는 임원분이 계셨는데, 그 임원분께 우리 회사 주식 사는 건 어때요? 라고 묻자 잠시 어두운 표정으로 고민하시다 이렇게 답변하셨다. 이건 나를 정말 아끼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니 어디 가서 절대 얘기하면 안 된다고 하시며 했던 단호한 한 마디.


"사지 마."


물론 사지 마의 의미는 내일모레 회사가 망한다는 건 아니고, 돈 벌고 싶으면 사지 말라는 의미. 즉 그 당시 핫했던 바이오주나 제약 회사 주식을 사라는 의미이긴 했지만 어쨌든 결론은 사지 말라는 것.


회사 임원으로서의 체면이고 뭐고 없는 이 냉철한 답변에 나는 그 임원분이 나를 정말 아낀다는 것만은 진심이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덕분에 애사심 레벨 1 상승했습니다.)





주입식 교육도, 주식도 효과가 없는 회사는 어찌해야 할까. 어렵고도 어려운 문제다. 애초에 애사심이나 주인의식은 (주주나 진짜 오너가 아닌 이상) 평범한 직원이 갖기 어려운 마음이야, 라고 내려놓기에는 그 마음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의 성장에도, 회사의 성장에도.  


사랑하는 마음과, 내 것이라는 마음보다 더 강력한 힘이 뭐가 있겠나. 그런 동기부여가.


그런 의미에서 나는 주식창을 열고 오랜만에 회사 주식을 확인해 보았다. 파란색이다. 떨어졌네? 안타깝고 조금 마음이 아프다. 이런 게 사랑인가?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다.

 








이전 09화 대기업 중간관리자, 그 알아두면 쓸쓸한 이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