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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와는 많이 다른 둘째

어찌됐든 인간의 뇌는 모두 다르게 생겼다

by 팬지

오야붕, 깡패, 마피아, 악당, 악동...

우리 둘째 아이에게 지금까지 붙은 별명이다. 범수와 달리 범진이는 참으로 당찬 아이다. 어디 가서 기죽는 법이 없으며, 굉장히 빨리 배운다. 거기다 자기 고집도 있다. 남자 아이임에도 상황 파악이 빠르다. 누구한테 기대는 법이 없고 그럼에도 애교 떨 때는 또 떨어준다.

첫째인 범수는 자폐 진단을 받기도 했고 나도 모두 처음 겪는 일 투성이인지라 내 주의를 한몸에 받고 있다. 그동안 둘째 범진이는 짜증이나 억지를 부릴 때가 많긴 하지만 알아서 저절로 크는 중이다. 하나를 알려주면 들을까 말까한 범수와는 달리 범진이는 두 개, 세 개를 배워 간다. 달라도 너무 다른 이씨 형제다.

범진이는 아직 만 3살이 안 됐는데 유려한 문장을 구사한다. 아직 발음이 정확하진 않지만 이말 저말 다 해서 나를 깜짝 놀라게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다녀오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라는 어려운 인사말도 문제없다. "울면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안 줘." 이런 어려운 문장도 척척 말한다. 그뿐만 아니다. 아빠가 형아를 혼내고 있으면 그것도 그대로 따라한다. 그런 다음에 형아가 그때랑 똑같은 행동을 하면 아빠랑 똑같이 잔소리를 한다.

"범수야, 화장실 불 꺼야지."


만 3세 때 겨우 입을 뗐던 범수와 너무 다르니 우리 부부에게는 정말 신세계 아닐 수 없다. 한편으로는 많이 못 챙겨주는 것 같아서, 그리고 벌써부터 혼내는 것 같아서 미안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 많이 어린데도 잘 따라와 주어 고마운 그런 아이이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 아닌 문제가 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타게스무터 할머니집에 범진이를 데리러 갔는데 범진이가 다른 애들 장난감을 다 뺏고 할아버지가 이놈 하듯 인상을 팍 쓰면서 애들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애들한테 먹어라, 노래해라 등 엄청난 간섭을 한다고 한다. 어차피 만 3세 이전에는 애기니까 할머니집 보낸다고 생각하고 보내기로 한 타게스무터인데, 크리페(얼집)나 킨더가튼(유치원)처럼 규율이 없다 보니 사회성을 잘 배우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물론 모든 타게스무터가 그렇진 않겠지만 범진이 타게스무터는 귀여워하기만 하신다. 한 마디로 진짜 할머니 같달까... 그만큼 장단점이 아주 뚜렷한 것 같다. 얼른 유치원에 자리가 나서 한 1월부터는 그냥 유치원에 가면 좋겠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사회성을 잘 배우면 좋은 리더가 될 수도 있겠지만 잘못 배우면 그야말로 망나니 아니겠는가... 또 많은 생각이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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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