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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Apr 21. 2024

일어나 가는 일

그 과정에 대한 한 주간의 회고

몸이 붕 떠있는 듯한 한주였다. 감정도 마찬가지로 혼란스러웠지만 주 후반으로 갈 수록 점차 내 모습이 명확해지는 것을 느꼈다.  




지난 주 금요일부터 정신없는 일정의 시작이었다.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스타트업계 사람들과 오전 라운딩을 마치고, 와인바를 창업한 후배 업장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토요일은 친한 갤러리 대표님이 주최한 입주작가 전시 오프닝에 가서 전시 방문 후 저녁식사를 했고, 일요일은 동검도 채플갤러리에 방문하여 작가이신 신부님을 만나고, 동료들과 점심식사를 했다.  


이번 주는 월요일 부터 수요일까지 연이어 골프약속이 있었다. 각각 컨설팅 회사 동료, 미술 조찬모임 멤버들, 그리고 오래 전 약속했던 가족들과 함께 라운딩을 했다. 수요일 오후에는 최근 독립해 사모펀드 회사를 설립한 친구의 사무실을 방문하여 창업을 축하하는 저녁식사 자리를 가졌다. 목요일은 현재 투자검토 중인 회사의 포천 물류센터에 방문하여 센터장님과 미팅을 가졌다. 금요일 오전에는 언론진흥재단 요청으로 사모펀드 시장에 관한 세미나를 진행했으며, 지인들과 샴페인 시음을 겸한 저녁식사를 했다.


세미나 후 기진맥진한 상태로 점심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시며, 이렇게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고군분투한 점을 되돌아봤다. 굳이 이렇게 연달아 골프약속을 잡을 필요가 있었을까? 문득 내가 분명 무엇을 놓치고 있단 생각을 했다.


생각해보니 이번 주 매일 아침 쓰던 모닝페이지를 쓰지 못했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 30분 정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생각을 적고 있는데, 이게 일종의 명상처럼 느껴져 글을 쓰고 하루를 시작하면 바쁨 속에서도 단조로운 여유를 느끼곤 했다. 그러나 이번 주는 그런 쉼 없이 보내며 정리되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금요일 저녁 모임에서 바티칸 교황청 대법원에서 변호사로 일하셨던 분을 만났다. 누군가의 질문에 그분은 감정을 글로 옮기는 과정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이를 통해 각자의 감정 구조가 어릴 때 형성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과정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하셨다. 나는 이 과정을 어떻게 이어 나가야 할지 고민하며 질문을 던졌다. 내가 아침에 적는 메모들이 진짜 나의 감정들인지, 내가 되고 싶은 나에 대한 다짐들인지 헷갈릴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과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우선 꾸준히 써 내려가는 것이 중요해요. 아침시간 만 고집하지 마시고 저녁에도 적어보세요. 저녁의 나도 나입니다. 그리고 매일 하려고 노력하지 마세요. 그게 강박이 되어버리면 알아차릴 수가 없어요. 이 과정을 안내해 줄 수 있는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습니다."



나는 바쁨 속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쉼을 추구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이를 추구할 수 있는 루틴이 흔들렸던 이번 주, 몸과 감정이 붕 떠있는 상태의 내가 또 다시 단단해 질 기회를 맞이한 것 같다. 너무 감사하게도 다음 주 이분과 차 한잔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최근 이분이 쓰신 책을 찾아보다 이 구절에서 시선이 멈췄다.


"돌아봄과 바라봄은 한곳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깊어지고 나아가는 것일 겁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일어나 가는 것 입니다."


'일어나 가는 것'. 이번주의 멈춤도 흐르는 과정이었음이라 생각한다. 과정에 정성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이렇게 다음주를 기대하며 오늘에 마침표를 찍어본다.


*그림은 DALL-E로 그려본 내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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