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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 손톱의 비밀.

<손> - 소녀의 이야기

by write ur mind

내 왼쪽 오른쪽 엄지 손가락은 다른 손가락보다 더 짧고, 납작하고 통통하다. 이렇게 생긴 손톱을 '우렁 손톱'이라고 한다고 한다.


나는 내 엄지손가락이 내 몸에서 가장 콤플렉스였다. 다른 사람들보다 못생겨 보이고 특이하게 생긴 내 엄지 손가락이 싫었다. 엄마도 아빠도 예쁜 손가락과 손톱이 있는데 나만 엄지손톱이 이상하게 생긴 것만 같았다. 친구들도 장난으로 '손가락이 8개밖에 없는 거 아니야?'라며 놀리곤 했다. 내 엄지 손가락들은 '손가락 취급도 하지 않으며(!)' 놀려대는 것이다.

엄지 손가락에 끼는 반지는 손톱 때문에 어울리지도 않고, 가끔씩 손에 무언가를 들고 사진을 찍어야 할 때면 내 손을 찍는 게 아니라 항상 엄마나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서 사진을 찍었다. 네일아트를 받아도 영 폼이 나지를 않아 가짜 플라스틱 손톱을 위에 붙이고 매니큐어를 발랐다.


그런데 몇 년 전,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의 손톱을 보니 엄지 손가락이 나와 비슷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는 내 손톱을 보며 똑같다고 재미있어하며 웃으셨다. 그리고 이모의 엄지손톱 모양도 나와 매우 똑같다. 그때 할머니와 이모가 이야기해 주셨다. 우렁 손톱을 가진 사람은 손재주가 좋다고. 누가 만든 말인지 모르겠지만 생각해보면 우리 할머니도 손재주가 좋으시고 나도 디자이너가 꿈이니까..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사실을 알고 난 뒤에는 내 손톱이 그렇게 부끄럽다거나 하는 기분이 조금 줄어들었다.


얼마 전, 내가 다니는 미술학원 원장 선생님의 엄지손톱이 나와 똑같이 생겼다는 것을 발견했다. 원장 선생님도 미술을 전공한 아티스트가 아닌가. '우렁 손톱의 비밀'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에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어서 같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제는 나도 친구들이 장난을 쳐도 웃으며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 가끔은 사람들이 내 엄지가 귀엽다고 해주기도 한다.


최근에 어몽어스라는 게임이 유행이었다. 친구들과 게임을 하다가 누군가 어몽어스의 캐릭터들이 내 손톱과 닮았다고 했다. 친구들은 학교 미술시간에 물감을 이용해 내 손가락에 빨간색, 그리고 노란색으로 칠해주며 너무나 재미있어했다. 요즘 내 엄지 손가락들은 나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내 우렁 손톱이 조금은 못생겼을지는 몰라도, 나의 손재주가 솟아나는 비밀을 품고 있는 장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꽤 사랑스럽기도 하다. 나는 이제 내 손톱을 '독특한 매력이 있는 특별한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소녀는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이 가냘프고 길쭉길쭉했다. 지금도 173cm의 키에, 팔다리는 길고 가늘다. 엄지손톱만큼은 소녀가 가진 모든 신체의 다른 부분과 어울리지 않게 '귀여운'면이 있는 부분이다. 대부분의 신체적 조건이나 체질은 친가 쪽 유전자를 닮아 태어났는데, 신기하게도 온 몸에서 단 한 가지, 엄지손톱을 우리 친정 식구를 닮았다. (정작 내 엄지손톱은 우렁 손톱이 아니다.) 친구들이 '손가락으로 취급도 안 해주는' 엄지손톱을 자신의 매력포인트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글로 읽고 나니, 소녀의 긍정적 기운이 기특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한편으론... (고슴도치의 마인드로 보았을 때) 꽤 멋지고 근사하게 만들어 주었는데 손톱 하나가 마음에 안 들었다는 건, 좀 욕심이 많은 거 아니니, 너.

* 글, 그림: 소현/ 인스타그램 @slz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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