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영화 <토이스토리>의 주인공은, 어느 한 소년이 어린 시절부터 갖고 놀던 장난감들이다. 그 장난감 인형들은 살아 있고, 감정이 있으며, 주인의 성장을 함께 한 추억을 잊지 않고 살아간다. 나는 어린 시절 토이스토리를 보며 자랐다.
아마도 토이스토리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나는 내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고 모아두는 편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내 방에는 온갖 잡동사니가 아주 많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는 쉽게 정리하거나 버리지를 못했다. 아무리 쓸모없고 필요 없는 물건이라고 해도 이 세상의 모든 물건, 나에게로 온 그 물건은 자기만의 삶이 있고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내 물건 중 무엇인가를 버려야 하거나 실수로 잃어버리는 상황이 생기면, 그게 그렇게나 속이 상하고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그런 일이 생길 때마다 언제나 그 물건을 위해서 기도해주곤 했다. 버려져야 하거나 내가 찾지 못하더라도 다른 곳에 가서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물건 하나하나에 의미 부여하는 나의 마음은 결국, '그렇게 마음 아파할 바에는 버리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굳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무언가를 쉽게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 습관이 생긴 것 같다. 그 결과는... 당연히 내 방은 온갖 물건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고, 서랍마다 많은 물건들이 들어 있다.
특히나 누군가에게 선물로 받은 물건들은 아무리 지금 쓸모없게 되어버린 오래된 것이라고 해도 쉽게 정리해버릴 수가 없다. 그 선물을 내게 준 사람들에게 너무나 미안하기 때문이다. 너무 편해서 오랫동안 입고 잔 낡은 잠옷 같은 것도 지금은 입을 수 없어도 추억이 너무 많기 때문에 버리지 못한다. 어릴 때부터 내가 그린 그림들이나 만들어놓은 미술작품, 한때 심취해서 만들었던 미니어처들, 액세서리들도 마찬가지이다. 내 에너지와 정성이 들어간 나의 작품들이니까... 요즘엔 재봉틀로 이것저것 만들어보는 재미에 빠져 있어서 책상 밑에는 잘린 옷감들이 쌓여 있고 책상 위는 내 그림 도구와 만들기 재료, 재봉틀 도구들이 잔뜩 올려져 있다. 거기다가 학교 과제와 시험이 몰려있는 날들이 오면 책상 위부터 바닥까지... 내 방은 물건들로 점령을 당하곤 한다.
엄마와 아빠는 내 방에 들어올 때마다 '좀 버리고 정리하면 안 되겠니?'라고 한마디를 하시곤 한다. 그렇다고 내가 절대로 아무것도 안 버리고 모든 것을 끌어안고 사는 것만은 아니다. 가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은 순간이 오면, 나도 가끔씩 방 정리를 시도한다. 그리고 매번 많이 버리고 정리하려고 하는데....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내 물건들에 깃든 나의 마음을 정리하고, 떠나보낼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도 조금 더 잘 정리된 깨끗한 내 방을 갖고 싶다.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한(?) 생활을 추구하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은 나처럼 나의 모든 물건에 의미부여를 하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나는 나와의 추억이 닿은 내 물건들을 함부로 버리고 쉽게 잊어버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내가 게으르거나 지저분한 사람이어서 정리를 못하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나를 스쳐 지나간 나의 물건들과, 잘 헤어지지 못하는 사람일 뿐이다.
지금도 내 방의 온갖 잡동사니들은 내가 자는 동안, 아니면 내가 밖으로 외출한 동안 나를 기다리며 서로 대화를 나누거나, 어딘가로 긴 모험을 떠났다 돌아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내 물건들은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나와의 추억을 되새기며 내 방 각자의 자리에 있을지도 모른다. 정말 그럴 것만 같은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