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 하나를 찍는 노력
사랑은 아무나 하나 흔히 하는 얘기가 아니지 만나고 만나도 느끼지 못하면 외로운 건 마찬가지야
어느 세월에 너와 내가 만나 점 하나를 찍을까 사랑은 아무나 하나 어느 누가 쉽다고 했나
- 태진아의 <사랑은 아무나 하나> 중에서
사랑은 아무나 할 수 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랑에 빠지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다. 햇볕 눈부신 날, 창가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그의 모습을 보고 혹은 셔츠를 걷어올린 탄탄한 팔 근육을 보고 사랑에 빠질 수도 있다. 혹은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내가 도로 안쪽에서 걸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지극히 사소한 모습에서 심장 쿵 할 수도 있다. 사랑에 빠지는 데 걸리는 시간, 1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그 사랑을 지켜가는 것 혹은 깊이를 더해가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다. 매 순간순간 수많은 이해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와 나는 같지 않으니까. 닮은 점, 비슷한 면도 분명히 있지만 달라도 너무 다른 면이 훨씬 더 더 많으니까.
그 사람을 팔짱을 끼고 걷는 걸 몹시 불편해한다. 나는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고 걷는 걸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데, 그 정도도 못해줘"라고 하는 것이 사랑일까?
그 사람은 배가 부르면 수저를 내려놓는다. 나는 음식 남기는 것을 아까워한다. 마치 내가 옳은 양 "음식 남기지 마"라고 하는 것이 사랑일까?
그 사람은 더위를 많이 탄다. 나는 추위를 많이 탄다. 겨울에는 온수매트의 온도를 각자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 여름의 에어컨 온도는 두 사람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네가 좀 참아"라고 하는 것이 사랑일까?
그 사람은 고기를 좋아하지만 나는 해산물을 좋아한다. "네가 좋아하는 거 먹어 혹은 내가 좋아하는 거 먹을래"라고 하는 것이 사랑일까?
연애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사랑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사랑이 희생과 헌신으로 지탱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희생과 헌신이 사랑의 요소일 수는 있어도 본질은 아니기 때문이다. 희생과 헌신으로 이어지는 사랑은 오래갈 수 없다.
- 문요한의 <관계의 언어> 중에서
맞다. 희생하고 헌신하는 사랑은 오래갈 수 없다. 아무리 순하고 아무리 마음이 넓은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희생하고 양보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어느 순간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했는데...'라는 억울한 마음이 생기는 순간, 사랑은 종말을 예고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억울한 마음이 든다는 건 그만큼 돌려받고 싶다는 뜻인데, 돌려받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팔짱 끼고 걷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된다. 상대방이 알아서 해주길 기다리지 말고 내 마음을 먼저 이야기하면 된다. 더워서 추워서 혹은 피곤해서 싫다고 하면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 컨디션 좋은 날 팔짱 끼면 된다. 음식 남기는 거 싫으니까 미리 덜어놓고 먹자고 말하면 된다. 한 여름에 각자가 원하는 대로 에어컨을 켤 수 있도록 잠시 거리 두기를 하면 된다. 고기와 해산물을 같이 먹을 수 있는 곳으로 가면 된다. 상대방의 기호나 취향이나 관심사를 잘 파악하고, 내가 원하는 바를 솔직하고 정확하게 말하면 얼마든지 해법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관계는 깊어지고, 신뢰감은 높아지고, 관심의 폭은 넓어질 것이다.
마음 헤아리기는 상대의 감정과 고통뿐만 아니라 욕구, 관심사, 행복, 꿈에도 관심을 둔다는 점이다. 그래서 마음 헤아리기는 사랑을 상호성장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 된다. 마음 헤아리기가 발달한 사람의 사랑은 일종의 예술에 비유할 수 있다. 이들이 사랑하는 대상은 평범함에서 특별함으로 승격된다. 마치 조각가가 평범함에서 특별함을 발견하는 것과 같다. 조각가는 평범한 돌덩이에서 남들은 보지 못한 어떤 형상을 떠올린다. 그러고는 정성스러운 손기롤 돌덩이를 쪼아내고 다듬어서 마침내 숨겨졌던 형상을 현실세계로 드러낸다.
- 문요한의 <관계의 언어> 중에서
당신은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어요
-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중에서
맞다. 진짜 사랑에 빠지면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진다. 그에게 잘 보이고 싶어 지니까. 심지어 그가 사는 이 세상이 조금 더 좋은 곳이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니까. 사랑하면서 나를 가꾸지도 않고, 그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다면 단언컨대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미켈란젤로가 원석을 다듬어 아름다운 조각상을 만들듯 우리는 사랑을 통해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간다. 마음 헤아리기가 작동하는 사랑은 건강한 사랑이며, 이를 가리켜 사랑의 '미켈란젤로 효과'라고 한다. (중략)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점점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간다고 느낄 때, 관계에서 느끼는 만족감과 활력도 커진다.
- 문요한의 <관계의 언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