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로봇

반려로봇, 들여놓으시겠어요?

by 효문

과학소설의 아이콘, SF계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아이작 아시모프. 그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무려 500여 권에 달하는 책을 집필했다. 보스턴 대학 생화학 교수였던 그는 과학뿐만 아니라 역사, 지리, 성경 해설, 셰익스피어 분석까지 도서관의 십진분류법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별다른 취미 생활이 없었던 그는 평생 집필에만 전념해서 '글 쓰는 기계’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고, 1992년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는 '외계인 아시모프가 고향 별로 돌아갔다.’는 농담을 할 정도였다고 한다.


아시모프가 10여 년 동안 써 온 로봇소설들을 모아 《아이, 로봇》을 출간한 것은 1950년이었다. 거의 80여 년 전이다. 스마트폰은커녕 무선전화기도 없었던 그 시절에 그는 어떻게 이런 상상을 했을까 놀랍기만 하다. 《아이, 로봇》은 9개의 로봇에 대한 각각의 단편을 하나로 엮은 일종의 연작소설집이다. 사실 아시모프가 처음 정한 제목은 《아이, 로봇》이 아니라 《Mind and Iron (마음과 강철)》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출판사에서 너무 딱딱하다며 《I, Robot》으로 바꿨고 그도 동의했다고 한다. 아시모프나 출판사가 의도했는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It이 아니라 I다. '로봇이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자아를 가진 존재임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인간과 로봇을 동일선상에 놓고 있는 것은 아닐까?' 추측해 보게 된다. 마치 로봇이 인간들에게 '나는 로봇이야' 선언하는 느낌이다.


나는 로봇이야

신문기자인 화자가 로봇심리학의 대가 '수잔 캘빈 박사'를 인터뷰하면서 여러 로봇들에 대한 에피소드를 듣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로봇이 단순한 기계에서 인류의 통치자로 진화해 나가는 과정을 9편의 연작으로 그려내고 있다.

말은 못 하지만 소녀와 우정을 나누는 충직한 유모 로봇 '로비', 하등 한 인간이 자신을 창조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로봇 '큐티', 인간의 마음을 읽는 능력 때문에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로봇 '허비', 로봇임을 숨기고 한 도시의 시장이 되고 세계 조정자 자리까지 오르는 '바이어리', 그리고 인류 전체의 행복을 위해 전 세계 경제를 통제하기 시작하는 ‘피할 수 없는 갈등’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슈퍼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아시모프는 로봇과 인간이 함께 살면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예견하는데요. 그 밑바탕에는 ‘로봇공학의 3원칙’이 자리하고 있다.


[로봇공학의 3원칙]
제1원칙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그리고 위험에 처한 인간을 모른 척해서도 안 된다.
제2원칙 제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제3원칙 제1원칙과 제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로봇 자신을 지켜야 한다.

“마음이 상하는 건 어떨까요? 인간의 자아가 위축되는 건? 인간의 희망이 사라지는 건? 이것도 해가 될까요?”
래닝이 얼굴을 찌푸렸다.
“로봇이 그런 걸 어떻게…….”
그러더니 문득 놀란 얼굴을 하며 입을 다물었다.
“이제 이해가 가나요? 이 로봇은 마음을 읽어요. 그렇다면 마음의 상처도 모두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으세요? 누군가 질문을 던지면 그 사람이 듣고 싶어 하는 대답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우리 마음에 상처가 될 만한 대답이 뭔지 허비가 모르겠어요?”


이 3원칙 때문에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이 3원칙에 기반해서 문제를 풀어간다. 어찌 보면 스토리는 심플하지만, 80여 년 전 아시모프가 던진 질문들은 이제 현실이 됐다.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런 물음들이 찾아온다. "과연 인간성이란 무엇일까?" 인간이 자신을 창조한 것을 부정하는 '큐티'와 인간보다 더 인간을 배려하는 로봇 '바이어리'를 보고 있으면, 인간답다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인간은 무어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인간은 지극히 비논리적이고 감정적인 존재이다. 그런데 논리적인 AI를 바라보면 속이 터지기도 한다. 굳건한 자기 믿음, 자기만의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답답하고 무서운지 알지 않는가. 무조건 '로봇 3원칙'을 완벽하게 지키려는 로봇은 오히려 인간을 곤경에 빠뜨리고 상처를 준다. 어느새 로봇이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지만, 인류가 반려로봇과 살아가려면 아직도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된다.


동시에 두려움이 일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세상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로봇이 통제한다. 우리는 그 통제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좋게 말하면 보살핌이고, 나쁘게 말하면 사육이겠지. 자율성이 사라져 버린 세상에서 인간은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이 책《아이, 로봇》은 재미도 있지만,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들은 인공지능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질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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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문 가족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방송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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