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전스 2030

미래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빠르다

by 효문

가끔 그런 책이 있다. "나는 왜 이 책을 이제야 만났을까?" 싶은 책. 최근 나에게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 바로 <컨버전스 2030>이다. 1판 1쇄 발행일을 찾아보니 2021년 2월이다. 나는 2026년 1월 말에 읽었다. 무려 5년의 간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 속에 펼쳐진 세계는 내가 모르는 세상이 훨씬 많았다. 나는... 콜라병을 보고 신기해하는 부시맨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 책은 '피터 디아만디스'와 '스티븐 코틀러'가 함께 쓴 3번째 책이다. 피터 디아만디스는 '기술이 인류의 결핍을 해결할 것'이라고 믿는 기술 낙관주의자다. 구글과 함께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세상에서 가장 입학하기 힘들다는 '싱귤래리티 대학교'를 세우기도 했고,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거대 상금 경연인 'XPRIZE' 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또 소행성 채굴과 수명 연장 기술에 직접 뛰어든 창업가이기도 하다. 책 서문에서 피터는 22번째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고 했는데, 지금은 몇 번째 창업을 준비하고 있을까?

한편 공동 저자인 '스티븐 코틀러'는 인간의 한계를 돌파하는 '몰입' 연구의 최고 권위자다. 기술이 인간의 한계를 어떻게 뛰어넘게 만드는지를 심리학적과 뇌과학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그리고 단언한다. 앞으로 10년이 지난 100년보다 더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그리고 그들이 단언한 내용들 중 상당수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인공지능, 로봇, 3D 프린팅, 블록체인 등 개별 기술의 발전에만 주목해 왔다. 하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기술을 바라본다. 바로 '기술의 융합(Convergence)'이다. AI가 신소재를 설계하고, 그 소재로 만든 소형 원자로가 무한한 에너지를 공급하며, 그 에너지를 바탕으로 자율주행 드론이 물건을 배송하는 세상. 개별 기술들이 서로를 '터보 부스트'처럼 가속하며 결합할 때, 변화의 속도는 선형(1, 2, 3...)이 아닌 기하급수(1, 2, 4, 8...)로 폭주한다.

저자들은 이 융합이 우리의 의식주, 의료, 쇼핑, 교육, 금융 등 일상의 모든 영역을 재창조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그 통찰이 싹튼 곳은 '싱귤래리티 대학교(Singularity universith)'이다. 실리콘밸리 한복판에 세워진 이 학교는 정식 4년제 대학은 아니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입학하기 힘든 학교로 손꼽히며, 엄청난 학비를 자랑한다. (물론 대부분은 장학금을 받는다고 하지만) 어쨌든 지구적 문제인 기아나 질병, 에너지 등을 해결할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한 곳으로 시험도 없고 전공도 따로 없다. 다만, 이곳에 입학하거나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이런 질문을 던질 뿐이다. "당신의 아이디어가 향후 10년 안에 10억 명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놀랍지 않은가? 내가 '오늘 저녁에 뭘 먹을까?'를 생각하고 있는 동안 누군가는 이렇게 멀리, 이렇게 넓게 바라보면서, 이토록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사실이. 어쨌든 세계의 천재들이 모여서 논의한 내용 상당 수가 이 책 《컨버전스 2030》에 수록돼 있다. 읽는 내내 '이런 세상이 있다고, 벌써 이게 현실화됐다고...' 놀라고 감탄하게 된다.


책은 크게 3개 part로 이루어져 있다. part1에서 융합으로 인해 가속화의 가속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기술을 설명한다. part2에서는 질병의 정복, 죽음을 거스르는 신인류의 삶, 2030년의 학교, 중개인이 사라진 세상, 소의 희생이 필요 없는 배양육 등 가속화된 기술이 만들어내고 있는 현실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part3에서 다가올 미래를 예상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과학자들은 뇌전도 기반의 두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활용해서 마법과 같은 성과를 거두었다. 그들은 하반신 마비 환자를 걷게 만들었고, 중풍으로 몇 년 동안 온몸이 마비됐던 사람이 손발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해주었다. 또 간질 환자의 발작을 멈추었으며, 사지마비 환자에게 생각으로 컴퓨터의 커서를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제공했다. 드라큘라 이야기, 날아다니는 자동차, 로봇 같은 어린 시절의 환상이 하나씩 현실로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덧 텔레파시도 그 목록에 끼어들어 한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우리의 두뇌를 클라우드에 연결하면 정보 처리 능력과 기억력이 엄청나게 향상된다. 뿐만 아니라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온라인에 연결된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도 접근할 수 있다. (...) 우리가 네트워크에 연결된 다른 사람에게 생각뿐만이 아니라 감정, 경험, 삶의 의미 등을 전달할 수 있다면 세상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만약 이런 일이 가능하다면 인간은 자신만의 단일의식 세계에 머무르려 할까? 아니면 온라인을 통해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집단의식의 세계로 이주를 원하게 될까?


책은 우리에게 묻는다. 기술이 모든 비용을 무료화하고 자원의 희소성을 파괴할 때,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지를. 블록체인이 신뢰를 대신하고, 나노 로봇이 질병을 치료하며, 가상현실이 물리적 이동을 대체하고, 인간의 노동력이 제로로 수렴되는 세상에서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으로 존재가치를 증명해야 할까? 쏟아지는 기술과 정보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올바른 선택과 판단을 하려면 철학과 인문학에 대한 공부를 치열하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덧붙이자면 'XPRIZE(엑스프라이즈)'는 피터 디아만디스가 자신의 철학인 '볼드(Bold)'를 증명하기 위해 만든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상금 경연 대회'이다. 단순히 많은 상금을 주는 공모전이 아니라, 정부나 기업이 안 하거나 못하는 일에 민간 자본과 천재들의 끌어들이고 있다. XPRIZE의 전설은 1996년에 시작됐다. "민간인이 만든 우주선을 타고 2주 안에 100km 상공(우주 경계)을 두 번 다녀와라." 상금은 1,000만 달러, 한화로 약 130억 원이었다. 그 결과 우주 비행을 민간 기업이 성공시켰고, 지금의 스페이스X, 블루 오리진 같은 민간 우주 시대의 씨앗이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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