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안의 코끼리

엄마가 전해주는 삶의 지혜 4

by 효문

내 방에 코끼리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번 못 본 척 외면한다.

2번 코끼리에게 방을 양보하고 도망친다.

3번 누군가 도와주기를 기다린다.


코끼리가 없는 척하며 살아가는 것, 처음 얼마간은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괴로워질 것이다. 식욕이 떨어지고 한숨이 늘어나고 원형탈모증이 생기고 우울증과 불면증이 찾아올 것이다. 일단 생겨난 문제는 저저로 해결되거나 사라지는 법이 없으니 무작정 참고 견디는 것은 결코 좋은 선택지는 아니다.


도망치는 것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무거운 이자만 붙을 확률이 높다. 음주운전자가 경찰을 피해 분노의 질주를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술 취한 두뇌가 내리는 '도망치라'는 지시는 믿을만한 것이 못된다. 몇 분 혹은 몇 십분 안에 붙잡혀서 더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되는 결론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기다리는 것은 어떨까? 서너 살 정도 된 꼬마가 와다다 달려가다가 꽈당 넘어지면, 엄마가 득달같이 달려와 일으켜주고 옷에 묻은 흙먼지도 털어주고 아무 죄 없는 길바닥을 향해 '길바닥이 나쁘다'며 때찌도 해준다. 그런데 이것은 10살 이전에나 누릴 수 있는 특혜다.


그렇다면 방 안의 코끼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얼마 전, 삼성미술관 리움의 [마우리치오 카텔란전]에서 '방안의 코끼리'를 연상케 하는 작품을 만났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 누구도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큰 문제를 일명 '방안의 코끼리'라고 한다. 말을 꺼냈을 때의 파장이 두려워서 '안 보이는 척' 애써 외면하는 것이다.


만약 방 안에서 코끼리를 만난다면 첫째 축소하거나 확대하지도 말고, 왜곡하지도 말고 코끼리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한다. 문제를 정확하게 알아야 올바른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코끼리를 방 안으로 불러들인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이런 말이 있다. '불행하게 느껴진다면 자신이 행한 모든 나쁜 행동을 기억하라.' 오늘 생긴 나쁜 문제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어제 행한 나의 나쁜 행동 때문이다. 물론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는데, 어느 날 갑자기 방 안에서 코끼리를 만나기도 하는 것이 인생이다. Wrong place wrong time. 운 나쁘게 그곳에 그 시간에 있었다는 이유로 어떤 문제에 휘말리기도 한다.

이런 경우라면 자학은 금물이다.


그다음 해법을 찾아야 한다. 단언컨대 가장 피하고 싶은 방법이 가장 옳은 방법일 가능성이 높다. 거짓말을 했을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거짓말로 거짓말을 덮는 것이고, 가장 피하고 싶어 하는 방법은 솔직하게 말하고 사과하는 것이다. 이때 가장 먼저 가장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피하고 싶은 방법'이다. 문제가 너무 커서 한 번에 감당하기 힘들다면 작게 조각을 내고, 조각을 냈는데도 불구하고 감당하기 힘들다면 도움을 청해야 한다. 누군가 도와주기를 기다리는 것과 도움을 청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행동이다. 도움을 청하는 것은 '나 또한 언젠가 도움을 주겠다'는 무언의 약속이기에 스스로 책임지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문제를 외면하거나 도망치거나 떠넘기는 것은 제 인생을 시궁창에 처박는 것과 같다. 도망친다는 것은 양심을 내팽개쳤다는 것과 같은 뜻이니 인간으로서 품위를 잃게 된다. (곰을 만났다면 최선을 다해 도망쳐야 하지만, 똥을 싸놓고 도망치는 건 좀 아니잖아.) 누군가에게 떠넘겼다면 다른 사람의 인생까지 힘들게 했으니 신뢰를 잃게 되고 원망을 사게 된다. 정말 고맙게도 내가 떠넘긴 문제를 그가 공짜로 해결해 줬다면? 절대 고마워할 일이 아니다. 그는 언젠가 내게 더 큰 대가를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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