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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문 Apr 05. 2024

용기가 필요한 순간은?

나는 겁쟁이였다

나는 겁쟁이다. 

물론 처음부터 겁쟁이는 아니었다. 신나게 콜로코스터를 탔던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고등학교 수학여행을 용인 자연농원(지금의 에버랜드)으로 갔었고, 청룡열차(지금의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 사이 놀이기구도 많이 달라졌을 테니 지금에 비하면 순한 놀이기구였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내 옆에는 물리 선생님이었던 담임 선생님이 앉았고, 청룡열차가 달리는 와중에 '원심력'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었다. 선생님의 설명을 대충대충 걸러 들으며 속으로 '아, 떨어질 일은 없겠구나' 싶었다. 그 후에 그리 높은 곳은 아니었지만 번지점프도 해봤고, 스킨 스쿠버를 배워서 수심 30미터가 넘는 곳까지 내려가보기도 했다. 


언제부터였을까? 놀이기구를 타는 것이 무서워졌고, 바닥이 강화유리로 되어 있는 곳은 지나갈 수가 없다. 고층건물의 전망 엘리베이터만 타도 다리가 저릿했다. 다행히 어느 정도 나이가 든 후여서 놀이기구 타러 가자거나 여행 가서 무슨무슨 타워에 올라 익스트림 체험하자는 친구도 없었고, 나는 얌전히 고소공포증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그런데 코로나 시기를 기점으로 변화가 나타났다. 그 무렵 나에겐 갱년기가 찾아왔고, 백신 부작용으로 부정맥도 나타났다. 둘 다 약으로 치료하기 애매한 것들이어서 할 수 있는 건 '운동' 뿐이었다. 다행히 집에 있는 시간도 많아서 부지런히 운동하고, 식단도 건강하게 꾸렸다. 입에 맛있는 것보다는 몸에 좋은 것으로. 그렇게 2년쯤 지난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전망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는데 다리가 저리지 않았다는 것을. 몸이 튼튼해지면 쪼그라들었던 용기가 되살아난 모양이다.



     

누군가 그랬다. 성게를 처음 먹은 사람은 정말 용감한 사람일 거라고. 맞다. 성게가 맛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먹는 거지, 그걸 몰랐다면 쉽게 입에 넣기 힘든 모양새이긴 하다. 물론 배가 고파서 죽을 지경이었다면 이것저것 따질 것도 없이 입에 넣기는 했을 것 같지만, 낯선 음식을 먹을 때도 용기는 필요하다.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 때도,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도, 또 질문을 하거나 마음을 전할 때도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용기를 내면 멋진 일이 펼쳐진다.  


여행을 가면 낯선 사람에게 도움을 청한다!

뉴질랜드 북섬 오클랜드 근교에 있는 작은 섬으로 여행을 갔을 때였다. 페리 시간에 맞춰 돌아가야 했는데, 풍경에 취해 시간 가는 몰랐다. '여긴 어디? 버스 정류장은 어디?' 막막해진 친구와 히치하이킹을 하기로 했다. 엄지손가락을 들고 부지런히 흔들었지만 멈추는 차는 없었다. 그렇게 대의 차가 지나간 대가 멈췄고, 우리에게 응답해 준 중년의 부부 덕분에 무사히 페리를 수 있었다. 


강연을 들으러 가면 첫 번째 질문자가 된다!

강연이 끝나고 나면 십중팔구 질의응답 시간이 따라붙는다. 그때 나는 늘 첫 번째 질문자가 되려고 한다. 첫 번째 질문이 있으면 두 번째 세 번째 질문도 쉽게 나오기 때문이고, 좋은 질문이 쏟아지는 만큼 좋은 내용을 더 많이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낯선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건다!

친구가 처음부터 친구는 아니다. 처음에는 그도 낯선 사람이었다.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나누면서 친구가 된다. 말을 걸지 않으면 좋은 사람을 만날 수가 없다. 물론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 그 사람이 나에게 말을 걸 수도 있겠지만,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내가 먼저 말을 걸어야 한다. 간혹 믿을 수 없는 나쁜 사람도 있겠지만, 그래도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더 많다고 믿는다.  


"20초만 미쳤다고 생각하고 용기를 내봐. 장담하건대 상상도 못 할 멋진 일이 생길 거야"
                                                             -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중에서


태산만큼 큰 용기가 아니어도 괜찮다. 평생 지속되는 용기가 아니어도 괜찮다.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에서 맷 데이먼이 말한 것처럼 20초만 미쳤다 생각하고 용기를 내보면 꽤 재미있는 일들, 기분 좋은 일들이 생긴다. 


[매일 자기 인터뷰]

https://www.instagram.com/hyomoon20?igsh=NXd6eWZvZndkMz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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