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아내의 외모를 폄하하는 이유
"왜 남편은 끊임없이 부인의 외모를 폄하하는가?"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는 이런 재미있는 주제로 연구를 해왔다고 한다. 정말 왜 그럴까? 끊이지 않는 '자식 자랑, 배우자 자랑'으로 원성을 사는 사람도 간혹 있지만, 배우자를 폄하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도대체 왜 그럴까? 그 심리가 참 궁금했는데, 며칠 전 책을 읽다가 우연히 그 답을 발견했다.
데이비드 버스는 '상대가 나를 떠날지도 모른다는 심연의 두려움이 외모 폄하로 이어진다'라고 밝혔습니다. 부부 사이에 아이가 태어나면 아내는 자녀에게 무한한 애정을 갖게 되지요. 남편은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끼고 무의식 중에 자신이 버려질 수도 있다는 불안을 갖게 됩니다. 그 불안의 마음이 '당신은 밖에 나가봤자 더 이상 매력적인 여성으로 보이지 않는다'라는 왜곡된 언어로 표출되는 것이죠.
- 김경일의 <마음의 지혜> 중에서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상대방을 끊임없이 깎아내린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가스라이팅한다는 것이다. 물론 악의를 가지고 의도적으로 하는 말은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가스라이팅이 된 것은 분명하고 그 진실이 추한 것 역시 사실이다.
문득 오래전에 봤던 미국 드라마 '슈츠'가 생각났다. 드라마에 나오는 젊은 변호사 '마이크 로스'는 한 번 보면 모든 것을 기억하는 천재적인 인물이다. 그가 미국 최고의 로펌에 들어가서 변호사로 활약하기 시작하자, 마약배달부인 절친은 계속 말썽을 일으키고 그의 도움을 요청한다. 그때 선배 변호사인 마이크 로스는 '그 친구와 손절하라'라고 조언한다. 그러지 않으면 함께 진흙탕을 뒹굴게 될 것이라고. 마이크의 할머니 역시 친구와 손절할 제안 했다. 친구가 네가 날아오르는 것을 방해할 것이라고.
실제로 친구는 나는 진흙탕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데, 벗어날 자신도 없는데, 늘 함께 해오던 친구가 진흙탕을 벗어나서 멋진 세계로 가버리자 불안감을 느낀다. 그래서 자꾸만 문제를 일으키고 친구를 다시 주저앉히려고 애쓴다. 이 진흙탕 속에 나 혼자이고 싶지 않으니까.
친구나 형제가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하려고 할 때, 말리는 경우가 많다. 기꺼이 손뼉 쳐 주지 않고 '안된다'라고 말린 마음의 이면에 혹시 이런 추한 진실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돌이켜 보게 된다. 그렇다면 이 추한 마음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김경일 교수는 자기 욕구에 솔직하라고 조언했다.
자신의 욕구를 솔직하고 품위있게 표현하기!
나이가 들면서 가져야 하는 중요한 능력 중 하나는 자기 욕망을 솔직하면서도 품위 있게 말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칫 착각을 하곤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숨겨야 한다고, 드러내지 않고 꾹꾹 눌러 담을수록 원숙한 인간이라고 말이지요. 말 그대로 착각입니다. 어른들의 세계에서 관계를 해치는 온갖 바보 같은 말들은 자신의 욕구를 솔직히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 김경일의 <마음의 지혜> 중에서
앞으로 가족이나 절친이 나를 서운하게 할 때 속으로 애써 삭이지 말고 솔직하게 '서운하다'라고 말해야겠다. 힘들 때도 억지로 참지 말고 '힘들다'라고 말해야겠다. 내가 주인공인 자리에서는 '내가 돋보이고 싶으니 기꺼이 얼굴 몰아주기를 해달라' 말해야겠다. 잘 나가는 친구를 보면 '부럽다고, 질투 난다'라고 솔직하게 말하고, 기꺼이 배울 수 있는 것은 배워야겠다. 솔직하고 품위 있게 나의 욕구와 욕망을 표현하면서 우아하게 나이 들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