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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AI 밥그릇 09화

AI 시대의 첫 번째 키워드: 연결

by 맨디

연결되어 있어야만 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그렇다.


한번 시간을 돌려서 생각해 보자. 시점은 20년 전, 2005년쯤이 좋겠다. 이 때로 돌아갈 수 있다고 가정한다. 그러면 우리는 이 시간을 지나왔기 때문에, 과거의 모든 게 분명했다고 착각하게 된다. 지나고 보면 늘 그렇다. 마치 그 당시의 시장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예를 들면, 마이크로 소프트가 30년쯤 꾸준히 패권을 장악할 것을 예측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당연해 보인다. 누구나 컴퓨터를 가지고 있고, 그 컴퓨터에는 예외 없이 윈도가 깔려있다. 이토록 눈에 띄는 탄탄한 비즈니스가 또 어디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 당시에 사회적 관심사는 컴퓨터가 아니었다.


그때 우린 온통 에너지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이었다.

하루아침에 온 세상이 멈춰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만연했다. 뉴스를 틀면, 끊임없이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대까지 치솟았고, 전망은 200달러를 넘겼다고 보도했다. 20년 뒤가 에너지 피크라는 예측이 쏟아졌다.

치솟는 유가와 에너지 고갈에 대한 두려움으로 다양한 대안들이 등장했다. 석탄을 석유로 만드는 공장(CTL, Coal to Liquid)이라던가, 더 심해로 접근해 석유를 캐내는 방법들이 검토됐다. 당연히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회사도 에너지 섹터였다. 당시의 GE(General Electric)는 시장을 제패한 왕국 같은 느낌이었다. 에너지 비즈니스를 확고하게 넓힌 그들은 아주 단단해 보였다.

하지만, 판도는 허무할 만큼 쉽게 바뀌었다. 만약 2005년도에 각각 GE와 마이크로 소프트의 주식을 샀다면 아래 그래프처럼 엄청난 격차가 생겼을 것이다.

에너지 고갈에 대한 공포와 관심은 리먼 사태가 터지면서 생각보다 쉽게 사그라들었다. 경기가 빠르게 얼어붙으면서 석유에 대한 수요가 급감했다. 하지만, 생산량은 그렇게 단숨에 줄이지 못했다. 147불까지 갔었던 유가가 불과 다섯 달 만에 75%나 줄어들면서 기름에 대한 열망이 사라졌다.


에너지 시대의 종말을 공식화 한 건 셰일가스의 등장이었다. 에너지가 20년 뒤에 정점을 찍고 부족해질 것이라는 공포가 완벽하게 해소됐다. 자연스레 사람들의 관심이 흩어졌다.


이내 그 시선은 스마트폰으로 몰려들었고, 사람들은 화석 연료 대신 데이터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그때 스마트 폰 왕좌를 두고 블랙베리, 아이폰, 그리고 갤럭시가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첫 번째 승자는 블랙베리였다. 버락 오바마도 쓴다는 이 도도한 느낌의 비즈니스 폰이야 말로 똑똑한 핸드폰의 상징이었다. 누군가 블랙베리를 들고 회사에 들어서면, 사람들은 호기심에 둘러싸 구경하곤 했다. 신문물 같았다.

하지만 승자가 또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터치패드가 실현 가능하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곤 했었다. 그땐 버튼을 꾹꾹 눌러 문자를 보내던 게 너무나 익숙했기 때문에, 화면을 터치하는 것만으로 키보드를 대신한다는 걸 상상해내지 못했다. 한계가 있고 아주 몹시 불편할 것이라 확신했었다. 하지만 마침내 아이폰이 홈 버튼 하나만을 남겨두고 폰에서 자판을 없애던 날, 혁신이 시작됐다. 눈 깜짝할 사이에 애플이 시장을 장악했다.


그 전환 속도는 익숙해질 틈도 주지 않았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매 순간 화두와 공포, 그리고 그 주인공은 수도 없이 변해왔다. 가끔은 그 속도를 따라가는 것조차 벅찬 기분이었다.

게다가 현상이 일어난다고 해도, 본질을 꿰뚫어 보는 일은 쉽지 않다. 다시 마이크로 소프트를 예로 들어보자. 이 확실해 보이는 비즈니스에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모두가 컴퓨터를 하나씩 가지고 있었고, 그 컴퓨터에는 윈도가 깔려 있었다. 하지만 마이크로 소프트의 주식이 상승세를 탄 건 윈도 덕분이 아니었다. 그 시작은 그들이 Azure을 통해 기업용 클라우드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부터였다. 또 MS 오피스를 구독형 모델로 전환하면서 안정적인 캐시플로우를 만들었다. 그제야 비로소, 그들은 게임의 확실한 승자로 자리 잡았다.

과연 2005년에 이 모든 걸 예측할 수 있었을까?


그래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AI는 더더욱 그렇다. 전개 속도는 수십 배나 빠를 것이고, 반전도 수시로 일어날 것이다. 절대적인 승자는 없으며, 앞으로도 수십만 번 판도가 뒤집힐 것이다.

무섭다고, 낯설어 어렵다고 피할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이 연결이란 단어의 의미도 넓게 확장해야 한다. 옛날처럼 기사를 보고, 흐름을 따라가는 수동적인 의미의 연결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남편이 했던 것처럼 '내가 AI의 트렌드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세상 밖으로 꺼내 적극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매킨토시와 윈도, 블랙베리와 애플폰과 갤럭시의 경쟁은 간접적인 방법으로도 그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굳이 모든 성능을 구석구석 써보지 않아도 취향에 따라 어느 정도 선택이 가능했다.

하지만 AI는 전혀 다른 위치에 있다. Copilot, Chat GPT, Perplexity, Gemini... 단순히 언어로 대화하는 AI (LLM)만 해도 그 종류가 엄청나다. 그리고 모두가 매일 자기 자신을 새롭게 쓰며 성장하고 있다.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순간 이미 다른 쪽에서 쏟아지는 새로운 정보를 놓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들이 AI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해서도 꾸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워런버핏은 "거리의 사람들이 모두 애플폰을 들고 다니는 걸 보고, 애플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AI는 당분간 그런 가시적인 지표를 주지 않을 것이다. 대신 사람들이 어디까지 AI를 받아들이고, 어떤 방식으로 생활 속에 녹여내는 지를 관찰하고 감지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다.


꼭 연결되어 있어야만 한다. 첫 번째 키워드 - 연결 (Connection) 종료.




연결은 우리를 세상과 이어 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끝도 없는 자극 속으로 끌어당기기도 한다.

그래서 앞으로 넘쳐나는 신호 속에서 수시로 방향을 잃게 될 것이다. 이때 필요한 건, 회복 (Resilience)하는 힘이다.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나를 세상 속에 놓아준다면, 회복은 그 세상 속에서 나를 지켜내는 힘이 될 것이다.


내가 파워 비아이를 공부하느라 잠시 몇 달간 스위치를 꺼둔 둔 사이, 아주 흥미로운 기사가 있었다. 삼성과 팔란티어가 협업을 시작한다는 이야기였다. 내게는 애플이 스마트폰에서 키보드를 완전히 없앤 것만큼이나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내게 팔란티어는 늘 어려운 회사였다. 몇 년째 주식은 아주 조금 가지고 있었지만, 비즈니스가 눈에 보이지 않았었다. 그냥 어느 날 '미국 국방부에게 전수 계약을 따냈다'며 주가가 두 배가 되어 있고, 또 어느 날은 'CIA가 계약을 확대했다'며 30%쯤 올랐다. 영화에 나오는 이름들이 주식시장에 등장하자 당황스러웠다. 그들이 가진 장점이 뭔지, AI를 기반으로 한다는데 뭘 하는 곳인지 - 그때의 팔란티어는 비밀스러운 미지의 영역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삼성과 협업을 시작한다는 기사를 기반으로 다시 찾아본 팔란티어는 달라져 있었다. 파운드리(Foundry)라는 기업용 플랫폼을 보급하면서 많은 정보들이 오픈된 상태였다. 개방형 아키텍처와 온톨로지 기반 운영 방식, 디지털 트윈, AI 통합접근 등 책도 정보도 넘쳐나고 있었다. 공부할 게 너무나 많았는데, 무엇보다도 재밌어서 놀랐다. 챗GPT나 코파일럿처럼 언어를 기반으로 한 AI(LLM, Large Language Model)와는 전혀 다른 접근이었다. 내 직업과 맞닿은 부분을 바로 찾아내 연결 지을 수 있는 게 특히 좋았다.


그렇게 팔란티어의 행적을 쭉 따라가다, 그들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파운드리 기초 교육으로까지 흘러들게 되었다. 아쉽게도 직접 파운드리를 실행해 볼 수는 없었다. 대신 그들이 캡처해 둔 화면과 설명으로 간접 체험해 보는 수준의 교육이었다. 하지만 그 첫머리를 시작하자마자, 무섭게 깨달았다. 내가 얼마나 쓸모없는 일에 시간을 쏟고 있었는지 말이다. 만약 파운드리가 내가 다니는 회사에 적용된다면, 파워비아이 같은 툴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세 달 정도 매일 밤 잠을 쪼개 공들인 시간들이 모조리 무의미했다고 확신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억울하지만은 않았다.

그저 앞으로도 이런 일은 무수히 반복될 거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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