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길에서 만나는 간식
여름이면 골목 담벼락 밑과 방치된 화단에 까마중이 멋대로 자라 까맣게 익어있었다. 따로 가져다 먹는 사람도 없이 혼자 쑥쑥 자라 까맣고 반들반들한 알맹이를 잔뜩 맺은 뒤 땅에 떨어져 굴러다녔다. 그렇게 떨어진 까마중은 다음해에 또 키우는 이 없이도 무성하게 자라났다.
이쁜이는 산책을 하다가 잘 익은 까마중을 발견하면 신나서 따먹곤 했다. 꼬륵꼭꼭 노래를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여기 맛있는 것 있다고 알려주고 따서 몇개 부리로 갖다주면서 실컷 먹고 산책을 마저 하곤 했다.
까마중은 독성이 있어 한 번에 많이 먹으면 안된다고 들었는데, 이쁜이는 적당히 먹고 물러나는 법을 아는 닭이었다. 조금 많이 먹은 날은 까마중 색의 똥을 누기도 했다.
어느날, 출근하려고 집을 나서다가 누군가 까마중이 잔뜩 든 봉지를 대문앞에 놓아둔 것을 보았다. 이쁜이가 까마중을 신나게 먹는 것을 보았나보다.
그날은 아침부터 이쁜이가 맛있는 간식을 실컷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