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떠난 타이완 여행기] 1일 1 카페 찾기. 대 성공
이번 여행에서 또 하나의 엉뚱한 계획이 있었다. '1일 1 카페 뿌시기'이다. 나는 커피를 링거로 만들어 꽂고 다니고 싶을 정도로 마니아다. 좀 줄여야겠다 생각 들다가도 늘 찾아 헤맨다. 이사를 가면 가장 먼저 찾는 것은 마트도, 세탁소도 아니고 나의 아지트, 커피숍이다.
먹는 건 망했지만 커피 미션은 대성공이다. 여행을 갔다 온 호감이 아니다. 팩트만 조지는 슈퍼 INTJ로서 그딴 게 작용할 리가 없다. 내가 찾은 대부분의 카페들은 나름 섬세하고 개성 있는 맛을 가지고 있었다. 인테리어 또한 더 유니크하고 차별성이 컸다.
Cama Coffee는 귀여운 캐릭터와 노란색 포인트 컬러가 특징인 프랜차이즈이다. 감탄을 자아내는 커피는 아니다. 단순히 재미있다. 각 매장에는 작은 로스터기가 있고, 커피 콩을 수작업으로 고르고 볶는 과정을 보여준다. 커피 맛은 가격 대비 훌륭하다. 이곳은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어떤 순박함을 느끼게 하는 로컬 커피숍 프랜차이즈일지도 모르겠다.
맛 : ★★★☆☆
분위기 : ★★★☆☆
친절 : ★★☆☆☆
중정기념당을 다녀와서 근처 골목을 찍다가 木樓合唱團(MÜLLER CHAMBER CHOIR)라고 적힌 세련된 나무로 된 문을 발견했다. 클래식 합창단의 연습실인 듯하다. 같은 건물 1층에 근사한 카페가 있어 들어갔다.
클래식 음악 테마로로 고급스럽게 꾸민 이 브런치 카페는 와인도 마실 수 있다. 아름다운 오후 햇살이 비치는 곳에서 부드럽고 고소한 커피를 마시며 기분 좋은 휴식을 즐겼다. 건물주이자 보스가 카페와 합창단을 운영하는 멋진 곳이었다. 친절하고 세련된 서비스, 중층에서 보이는 카페 모습이 정말 럭셔리하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커피 값도 럭셔리했다.
맛 : ★★★★☆
분위기 : ★★★★☆
친절 : ★★★★☆
꽤 유명한 85도씨 베이커리 카페다. 대만의 스타벅스라 불리는 프랜차이즈다. 차갑고 심심한 아메리카노 위에 소금 섞인 크림을 얹은 것인데, 살짝 단맛이 나는 크림과 소금의 짭짤한 맛이 절묘하게 조화된다. 나는 휘휘 저어 섞어 먹는 게 더 좋았다. 정말 자주 갔고 정말 맛있었다. 다만 서비스는 간신히 빡치지 않는 수준이며, 인테리어는 특별할 게 없었다.
맛 : ★★★★☆
분위기 : ★★☆☆☆
친절 : ★★☆☆☆
다안(大安) 삼림공원 옆을 거닐다 발견한 Sounds Good Cafe. 아웃테리어, 인테리어 할 것 없이 세련됨으로 가득 찬 매장이었다. 독특한 외관과 문 손잡이부터 '오늘의 발견!'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카페였다.
메뉴판 디자인부터 한 가지도 놓치지 않은 카페. 콘셉트를 완벽히 살린 LP 카페로, 하이파이 오디오로 흐르는 아날로그 음악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커피 향보다 더 짙은 음악에 몰입하고 있었는데, 가게 주인이 다가와 나에게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여길 찾았는지 물었다. 한국에서 왔고 무작정 돌아다니다 우연히 발견했다고 말하자, 그녀는 너무도 반가워하며 자신의 카페 콘셉트와 이용법 등을 조곤 조곤 설명해 주었다. 들어보고 싶은 LP가 있으면 언제든 말하라고 한다. 세련된 태도와 스타일, 진심 어린 환대는 다른 여행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고, 커피의 맛도 훌륭했다.
맛 : ★★★★☆
분위기 : ★★★★★
친절 : ★★★★★
용산사에 너무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저녁까지 두어 시간을 보내려고 찾은 카페였다. 커피가 의외로 맛있어서 주인아저씨에게 칭찬했더니, 잠시 후에 차를 서비스로 주신다. 차의 이름을 물어보니, 영어로 소통하는 게 어려우셔서(나도 그렇지만) 번역기를 이용해 '대만 바오종차(台灣包種茶)'라고 알려주셨다.
차의 훌륭한 맛에 만족해 커피를 마시고 나서 바나나 케이크까지 추가해서 함께 즐겼다. 정말 맛있었다. 순박한 느낌의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벽에 가득한 사진들을 발견했다. 모든 사진은 사장님이 직접 찍으신 것이라고 해서 놀랐다. 10년 이상의 취미 경력을 가지고 계시며 그 실력은 정말 대단했다.
벽에 방문한 손님들의 즉석 사진과 코멘트를 붙여 놓으셨는데, 나에게도 부탁하셔서 부끄럽지만 나의 흔적을 남기고 왔다.
맛 : ★★★★☆
분위기 : ★★★★☆
친절 : ★★★★★
https://maps.app.goo.gl/K1HZZKtH9vyjkCdR9
번역하면 '철새 저장소 카페'라고 나온다. 전통거리 디화제 근처에서 미션 수행을 하다 발견한 듣도 보도 못한 카페다. 간판자리에 떡하니 붙어 있는 동물 머리뼈... 그 아래엔 해골이 기타를 치고 앉아 있다. 창을 기웃거려 보니 충격적인 비주얼이 펼쳐졌다. 온통 박제로 가득한 공간.. 어둡고 그로데스크 한 분위기가 조금 무서웠지만, 내가 누군가. INTJ다. 미션을 수행하러 왔으면 해야 한다.
막상 들어오니, 동물원에 들어온 어린아이 마냥 신이 났다. 박제를 장식한 게 아니라 박제를 전시하고 남은 공간에 테이블이 있다. 그저 상상도 못 했던 공간에 들어와 있다는 게 신기했다. 종류가 너무 많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신비한 동물의 세계에 둘러싸여 어둑어둑한 구석에서 마시는 아이스커피는.. 너무 쓰다.. 거의 한약 수준.
그래도 이런저런 생각도 정리하며 꽤 오래 머물렀던 것 같다. 다만 커피는 반을 남겼다. 그냥 신기한 구경 잘한 걸로 치자.
맛 : ★★☆☆☆
분위기 : ★★★★☆
친절 : ★★★☆☆
타이베이 북부 베이터우(北投) 역 근처에 위치한 카페다. 이 지역은 유명한 온천지역으로, 조용한 교외 분위기가 흐르는 곳이다. 역시나 우연히 들렀었는데, 맥시멀 하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기억에 남는다. 커피는 산미가 있는 스타일로 훌륭했고, 밝고 친절한 서비스와 분위기도 좋아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다만 접근성이 좋은 위치는 아니라서 굳이 찾아가기는 조금 어려울 수 있겠다.
맛 : ★★★★☆
분위기 : ★★★★☆
친절 : ★★★★☆
마지막으로 특별할 것도 없는 장소에, 특별할 것도 없는 인테리어에,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마신 반전매력 카페를 소개한다. 대만의 아티스트들이 모여 있는 화산 1914 창의문화원구(華山1914文化創意產業園區) 건너편에 있는 카페로, 대만에서 맛본 커피 중 가장 부드럽고 고소하며, 딱 내가 좋아하는 낮은 온도의 커피였다. 드나드는 손님도 꽤 많았고, 단골들인 듯 서로 알고 인사하는 분들도 많았다. 바깥은 삭막한 도로 풍경이지만 정말이지 커피는 최고였다.
맛 : ★★★★★
분위기 : ★★★☆☆
친절 : ★★★★☆
소개된 카페 말고도 많은 곳을 들렀고, 몇몇 곳은 실망스러운 곳도 있었다. 대만에서는 웬만한 커피숍은 다 먹을 만하다는 결론이다. 개인적으로 한국보다 평균적으로 수준이 높다고 느낀다. 버블티라는 막강한 아이템이 있어 한국에서 처럼 하루에 두 세 잔씩 마시진 않았다. 혹시라도 대만에 가신다면 소개한 카페에 들르셔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길 바란다.
나 홀로 타이완 [感] - 마지막 편 '시점에서 관점으로' 편에서 놀라운 발견이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