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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니 스탁 Feb 09. 2024

<빅쇼트>대해부 : 나는 보았어, 허점을

4부. 현장은 생각보다 끔찍하다.


오랬만에 본래 쓰던 글 <빅쇼트 대해부>로 돌아왔습니다. 대한민국 경제의 공든 탑이 무너져가고 있는 지금, 눈 떠보니 후진국이 되어가고 있는 이 시국에. 한 사람의 투자자로서 개탄을 금치 못하는 마음으로 다시 써봅니다.






배팅을 결심한 마크 바움



영화 <빅쇼트 대해부> 연재의 이전 글에서는 라스베이거스로 간 마크바움 팀과 찰리 팀이 맞닥뜨린 비도덕과 자만으로 가득한 콘퍼런스 풍경을 다루었습니다. 이번 편은 마크 바움이 관련자들을 만나 도대체 주택 관련 파생상품이 뭐길래 이렇게 난리인지 물어보고, 더욱 과감한 배팅을 결심하는 과정입니다.


※ 용어 해설은 글 마지막 부분에 있습니다.


찰리는 시끌벅적한 행사장, 아니 자본주의의 광기가 난무하는 난장판을 돌아다니며 거품의 찬양에 동참하는 이들로부터 신용부도스와프(CDS)를 가능한 많이 매수합니다. 직관력이 꽤나 뛰어난 사람으로 그려지는 찰리는 이 모순덩어리 시장에 더 강력한 확신을 가졌습니다. 


찰리는 하락배팅에 확신을 가진다 ⓒ IMDb


그 시각 마크 바움은 재러미로부터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 부채 담보부 증권)를 설계하는 금융상품 담당자를 소개받습니다. 그와 식사 테이블에서 마주 앉은 마크는 음식에 입을 델 겨를도 없이 분노의 질문을 쏟아냅니다. 하지만 그는 시종일관 야비하고 소시오패스 같은 표정으로 은근히 우쭐대기만 할 뿐, 자신이 자기 나라의 금융시스템에 무슨 짓을 하는지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네가 만든다며? CDO 정체가 뭐야? ⓒ IMDb


마크 바움의 “이 쓰레기 같은 파생 상품의 정체가 뭐지?”란 질문에 그는 피식 거리며 한 술 더 뜹니다. 이 CDO를 섞어 만든 또 다른 파생상품도 있다고. 그걸 ‘합성 CDO’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점입가경입니다. 쓰레기에 더 큰 쓰레기를 더한 다음 박스 포장만 바꾼 신종 쓰레기죠. 거기다 그걸 걸러내야 할 신용평가사들은 오히려 높은 등급을 준답니다.


무지한 것들, 죽든 말든 알게 뭐요? ⓒ IMDb


마크바움은 화가 나다 못해 절망합니다. ‘아.. 정말 이건 아니지 않나.’ 모기지가 만약 500억 원이라고 치면 그 상품을 기초로 한 파생상품은 얼마가 유통되냐고 묻는 바움의 질문에 그는 ‘1조 원 쯤된다’고 합니다. 맙소사, 무려 20배입니다. 한마디로 누군가 집을 담보로 빚을 낸 차용증을 담보로 20배 부풀린 상품을 서로 사고팔고 있다는 말입니다. 영화에서는 ‘마이클 버리가 발견한 모기지 시장의 부실이 성냥이라면 CDO는 휘발유에 젖은 걸래고, 합성 CDO는 술 취한 대통령의 손에 쥐어진 핵폭탄’이라 말합니다. 재치 있지만 섬뜩한 표현입니다.


 저인간 많이 열받은 것 같은데.. ⓒ IMDb


저만치 떨어진 테이블에서 마크 바움과 CDO 설계자를 지켜보던 팀원들과 재러드는 “SF영화의 악당처럼 얼굴이 붉그락 푸르락 하네”라며 긴장하며 쳐다봅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그들은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아니,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었습니다. 마크 바움은 경멸을 섞어 말합니다.



저놈이 건드린 건 모조리 공매도(하락배팅)해!


결국 마크 바움 팀도 마이클 버리가 설계한 신용부도스와프(CDS)를 더 매수하기로 한 겁니다. 그리고는 한창 룰렛 도박을 하고 있는 테이블을 향해 걸어가며 말합니다. “내 도덕성을 구원하러 간다!”라고 말입니다. 도박판이 차라리 저들이 만든 금융상품보다는 도덕적이라는 촌철살인의 대사입니다.






CDO와 CDS는 들어도 까먹고,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입니다. 저의 글을 처음부터 읽어 보시면 용어설명이 다 나와 있으니 링크를 첨부합니다. 


신용부도스와프(CDS : Credit Default Swap)에 대해 알아보기


부채담보부 증권(CDO :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에 대해 알아보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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