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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니 스탁 May 08. 2023

<빅쇼트>대해부 : 캘리포니아에서 온 돌아이

3부. 월스트리트의 괴짜들


지난 글에서 잠시 CFD사태를 짚고 <빅쇼트> 대해부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엔 마이클 버리는 어떻게 주택시장 붕괴를 천문학적인 돈으로 바꾸었는지, 그 핵심 무기 CDS를 알아보겠습니다.




보험을

만들었으니

죽어주시죠


미국 주택 시장의 진단을 끝낸 마이클 버리는 ‘빅 쇼트(Big Short, 대규모 공매도)’ 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런데 그 방식이 좀 독특했습니다. 투자할 상품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그는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들을 찾아다니며 주택시장 하락에 배팅하는 파생상품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합니다. '신용부도스와프(CDS : Credit Default Swap)'라고 하는 일종의 파생상품이었습니다.



신용 + 부도 + 스와프

Credit + Default + Swap

= 신용과 부도위험을 교환하는 상품

= 보험료 내면 부도났을 때 보험금 줄께



이 상품은 기업이나 국가가 발행한 채권 등의 부도위험에 대비하는 보험 같은 것입니다. A가 B에게 돈을 빌려줄 때 못갚을 것을 대비해 C라는 금융사에 보험을 듭니다. A는 C에게 'CDS 프리미엄(Premium)'이라는 운용수수료(=보험료)를 지급합니다. 만일 B가 부도나면 A는 C로부터 손실보전의 형식으로 보험금을 타게 됩니다.


그런데 직접 거래 당사자가 아니라 해도 투자할 수 있는데요, 이런 상품을 '네이키드 CDS(Naked CDS)'라고 합니다. 자신과 상관없는 어떤 회사나 국가가 망하는데 배팅하는 것입니다. 바이클 버리의 상품이 바로 이것입니다.


미국 주택시장의 붕괴에 배팅한 마이클 버리 ⓒ IMDb


네이키드 CDS는 당사자나 가족도 아닌 구경꾼들이 환자의 생사를 두고 내기를 거는 것과 같습니다. 지들 맘대로 보험을 만들고, 가입하고, 보험료를 냅니다. 보험 회사는 환자가 안 죽고 살아나면 보험료 수익으로 큰돈을 벌고, 구경꾼들은 큰 손실을 입습니다.


반대로 환자가 죽으면 구경꾼들은 보험금을 타서 떼부자가 됩니다. 장례식장에서 환호성을 지를 겁니다. 누군가의 생명은 오직 그들이 하는 '돈놀이'의 소재일 뿐입니다. 여기서 환자는 미국의 주택시장이고, 보험을 가입한 사람은 마이클 버리, 보험회사는 미국의 제도권 금융회사들입니다.




어딜 봐서

쟤가 환자야?


마이클 버리는 모기지에 신용부도 스와프를 만든 최초의 사례입니다. 병원은커녕 약국에도 들른 적이 없는 모기지가 생명이 위독한 중증 환자인 줄 아무도 몰랐었기 때문입니다. 오직 그만이 오늘 아침에도 근육질 몸을 자랑하며 조깅하던 동네 핵인싸가 사실은 온몸에 악성 종양이 퍼져 곧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입니다. 가끔 기침을 하긴 하지만 멀쩡히 돌아다니는 그 친구 말입니다.


주택시장이 죽는다니 당신, 진심이야? ⓒ IMDb


그는 월가를 돌아다니며 여러 기관 투자자들에게 자신이 설계한 CDS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뒤 그 상품을 스스로 대량매수합니다. 총액 13억 달러로 그가 운용하던 사이언 자산운용사 유동자금의 전부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이었습니다. 투자자들은 결코 먹어서는 안 되는 빵. 그 유명한 '몰빵'입니다.




오만한

자들의 실수


어딜 가나 ‘뭐 이런 또라이가 다 있지? 이 견고한 주택시장 붕괴에 배팅한다고? 미친 거 아냐?’라는 표정으로 쳐다봅니다. 그는 편집증 환자 같은 표정으로 투자설명서를 내밉니다. 담당자들은 이죽거리며 비아냥과 멸시를 섞은 눈빛으로 계약서에 사인을 합니다.


굳이 망하길 원한다면 계약해드리죠 ⓒ IMDb


그들은 사실, 헛똑똑이들이었습니다. 영화 초반 인용된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뭘 몰라서가 아니라 뭘 잘 안다고 믿어서 실패하는 이들 말입니다. 지식과 경력이 쌓일 수록 오만에 빠지기 쉽습니다. 시스템을 맹신하고 문제가 없다고 착각하죠. 그들이 겸손하게 사실파악이라도 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전 세계를 고통에 빠트리고 미국 중산층을 붕괴시킨 글로벌 금융위기는 오지 않았거나 피해규모가 적었을지도 모릅니다


이제 돌이킬 수 없습니다. 월가의 베테랑 VS 캘리포니아에서 온 괴짜 마이클 버리의 사상 초유의 '홀짝게임'이 시작됐습니다. 마이클 버리의 ‘빅 쇼트’ 소식은 월가의 전문가들 중 돈 냄새 잘 맡는  있는 이들의 귀에 서서히 퍼져 나가기 시작합니다.


계속...



CDS 프리미엄 이해하기


CDS 프리미엄은 국가나 기업의 건전성을 측정하는 지수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보험료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이 크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낮으면 건전하다는 말이 됩니다. '부실지수'로 보면 안 좋은 곳만 보이고 '건전성 지수'로 보면 좋은 곳이 보일겁니다. 우리 삶에는 이런 역설적 사고가 자주 필요합니다. 


결코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극한의 폭락, 최악의 고용, 처참한 경제위기는 반등, 경기회복, 경기부양책(금리 인하 등)을 기대하게 하는 호재로도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시장의 피가 흥건할 때 투자하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하한가 따라잡기'를 히라는게 아닙니다. 공포에 떨지 말고 숨을 깊게 들이쉬고 시장을 오히려 매수 관점으로 바라보라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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