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악마로부터 얻은 아이디어
어떤 금융상품도 나를 위해 설계되지 않는다
루이스 라니에리의 MBS(모기지저당증권)는 처음엔 괜찮았습니다. 등급도 AAA였죠. 집값은 계속 올랐고 모기지를 갚지 않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주택경기가 앞으로도 좋을 거라 믿었고 잘 팔렸습니다. 은행은 큰돈을 벌었죠.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이 천재적 발상은 변질됩니다. 주식은 기업이라는 근본이 있고, 채권은 대출금과 담보물이라는 근본이 있습니다. 그러나 파생상품은 뭘로 만들건 설계자의 상상력에 달려 있을 뿐입니다. 수백만 개의 레시피가 있죠. 문제는 모든 상품은 투자자의 이익이 아니라 설계자들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래 놓고 소비자들에게는 '기회'라는 이름으로 포장합니다. 이런 상품이 잘 팔릴 때는 시장이 이미 과열됐거나 초고점일 가능성이 큽니다. 모두에게 알려진 기회는 기회가 아닙니다. 평범한 직장인인 여러분에게 기회 비슷한 게 올 때쯤이면 선수들은 다 해 먹고 나간 상태란 말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창구 직원의 현란한 말과 마케팅과 홍보문구, 뉴스를 가장한 광고에 혹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입은 뻔한데 욕심은 많아 무리한 빚을 내거나 전재산을 털어서 삽니다. 그리고는 내 시간과 건강을 함께 저당 잡힌 채 빚 갚는데 삶을 바칩니다. 그것 말고는 인생의 희망이 없도록 이 사회가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투기에 동참하지 않으면 소외감, 비난, 설움을 겪어야 합니다. 자식의 교육기회 차별, 아파트 평수로 결정되는 사회적 차별이 주는 모멸감을 감내해야 합니다. 하지만 영혼 바쳐 내 수중에 넣은 그것은 여전히 은행의 자산입니다. 잘못되면 한 순간에 날아갈 빚더미를 내 것인 줄 착각하고 우쭐대며 과소비를 일삼거나 평생 대출의 노예로 인생을 소비합니다.
자본주의 불의 바퀴는 반드시 아래를 향해 굴러가는 때가 옵니다. 5년 주기든, 10년 주기든 어쨌든 옵니다. 경기침체, 경제위기, 혹은 시장 조정이라 부르는 이 롤러코스터는 내가 대비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닥치는 순간 갑자기 자산 증식의 꿈은 일장춘몽이자 비극으로 끝나게 됩니다. 그동안 허비한 인생과 대출 이자와 원금은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정부와 시스템, 매수를 권유한 사람을 탓해본 들 이미 늦었습니다.
어떤 금융 상품도 사기가 목적이거나 불완전 판매(판매 과정에서 속이거나 설명을 누락)가 아닌 이상 '투자의 모든 책임은 온전히 투자자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이지 뻔뻔한 이 조항에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불량식품 팔고도 먹은 사람 책임만 묻는 것입니다. 다만 지금의 제도가 이러니 투자하기 전에 무시무시한 현실을 알고 하시라는 겁니다. 언제, 어느 수준으로, 어떤 방식으로 투자할지 치밀하게 공부하고 또 공부해야 합니다.
라니에리의 MBS로부터 금융공학자들은 새로운 기회에 눈을 떴습니다. 우매한 대중을 이용해 아이디어와 마케팅 만으로 큰돈을 벌 기회 말이죠. 지옥문을 열었던 것이고, 그 안에서 튀어나온 악마와 계약한 것입니다. 이것을 기초로 수많은 파생에 파생상품이 탄생했습니다. 있지도 않은 가치와, 수많은 눈속임으로 실체도 근본도 없는 쓰레기들이 난무합니다.
금융권의 탐욕과 모럴헤저드가 결합하자, MBS는 대량 살상용 생물학 무기처럼 미국의 금융시장을 감염시켰습니다. 문제는 잠복기가 매우 길어 아무도 몰랐다는 것입니다. 결국 마냥 좋을 것만 같았던 부동산 시장의 붕괴가 시작되자, 여기저기 좀비 떼가 나타나 세상을 난장판으로 만들기 시작합니다. 한 남자의 아이디어는 30년 후, 아메리칸드림의 상징이었던 중산층 파괴라는 대 참사를 불러일으킨 출발점이 되고 말았습니다.
※ 모든 내용은 개인적 의견이며 어떤 투자의 근거나 재료가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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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빅쇼트>대해부2부.악마로 부터 얻은 아이디어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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