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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니 스탁 Apr 01. 2023

<빅쇼트>대해부 : 모기지의 역습

2부. 악마로부터 얻은 아이디어


영화 <빅쇼트> 초반 루이스 라니에리가 만들었다는 MBS(Mortgage Backed Securities : 모기지저당증권)의 몸통인 모기지 대출을  좀 더 자세히 알아봅니다. 먼저 말씀드릴 것은 무조건 '대출은 나쁘다'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 모든 내용은 개인적 의견이며 어떤 투자의 근거나 재료가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 본 채널의 내용과 제작된 그래픽 이미지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 003.

치트키, 혹은 덫


모기지는 구매할 부동산을 담보로 맡기고 오랜 기간 돈을 빌리는 것입니다. 당연히 세부적인 내용은 미국과 다르지만 우리의 '주택담보대출'과 같습니다.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도 고가의 부동산 거래가 가능합니다. 가격이 오른다면 큰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치트키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특성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올라 거래가 줄어 하락해야 할 때도 가격을 계속 상승시킵니다. 주식처럼 오르는 종목에는 빚을 내서라도 더 달려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빚잔치가 벌어지는 걸 기득권과 언론은 '시장 활성화'라 포장합니다.


그래픽 : Tony Stock ⓒ Unsplash


누구나 빚을 내게 하고 투기판으로 끌어들이는 일. 정부든 금융권이든, 의도했건 아니건 경제학을 조금만 공부한 사람이라면 알 수 있는 부작용을 암묵적으로 방치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은행에는 돈놀이가 되고, 정치권력에는 표가 되고, 기득권에게는 부를 유지하는 방법이 되기 때문입니다. 정부규제는 쇼에 가깝습니다. '핀셋 규제'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뒷북만 칩니다. 그저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튀어 오르는 문제만 콕 집어 때려잡는 시늉만 하죠. 못 잡는 게 아니고 안 잡는 것이라 봅니다.


대출 규모는 소득에 따라 정해지므로 부자일수록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습니다. 천천히 나누어 갚으며 시세가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부자일수록 유리합니다. 시세 변동이 있어도 버틸 수 있고, 각종 언론 플레이 등으로 시세를 띄울 수 있는 것도 부자입니다. 자금력, 시간, 그리고 영향력에 있어 크게 기울어진 운동장입니다. 그러니까 트랙에 오르기 전에 돈이 부족한 이는 그만 큼 더 공부해야 한다는 겁니다. '세상이 공평하다는 착각'은 이제 초등학교에서도 가능하지 않습니다.



설계자는 다 보고 있다


설계자들은 알고 있습니다. 길을 그려 놓고 앞에 치즈 덩어리를 놓으면 모두들 그쪽으로 몰려 갈 것이라는 것을. 저금리에 너도 나도 비싼 아파트를 사려고 빚내고 몰려들면 건설사는 신규공급을 늘립니다. 새 아파트는 당연히 더 비쌉니다. 더 좋은 학군, 더 좋은 교통, 한창 뜨는 상업부지, 첨단 기업유치등의 개발 호재가 있(다고 하)죠. 해당 지역 분양가가 발표되면 그것이 기준이 되어 주변의 부동산 가격이 덩달아 오릅니다. 포털에는 부동산 관련 뉴스가 도배됩니다.


난, 다 지켜보고 있다 ⓒ Unsplash


언론이 가세합니다. 큰돈을 번 사례가 신화처럼 회자됩니다. 떴다방과 분양권 전매 등 온갖 불법, 탈법의 문제를 지적하지만 그것은 경고가 아니라 '나도 해볼까?'라는 탐욕만 부추기고, 실수요자에겐 나도 늦기 전에 사야겠다는 조바심을 일으키는 노이즈가 될 뿐입니다. 이렇게 선수들끼리 공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 부동산 시장이 과열이 되며 거품이 발생합니다.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지만 시장의 미친 상승에 반역자로 몰리며 퇴출됩니다. 오히려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 대열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을 바보 취급하니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살던 이들도 상대적 박탈감에 밤잠을 못 이룹니다. 동창회 나갔다가 아파트로 부자가 된 별 볼 일 없던 친구의 자랑질에 배가 아프고, 도대체 왜 그 좋은 걸 안 샀을까 후회가 밀려옵니다. 억울함에 한 잔 하고 집에 돌아오니 소파에 누워있는 소박하고 성실하기만 한 배우자가 갑자기 꼴도 보기 싫습니다.


전문가,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지금이 때라며 부자의 길로 안내하는 지도를 내밀며 조회수를 빨아들입니다. 이제 무관심했던 사람뿐만 아니라 부정론자조차도 '나도 혹시?' 하는 마음에 시장을 기웃거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때야 말로 버블의 꼭대기일 가능성이 큽니다. 곧 과열된 시장이 야기한 인플레이션을 잡는다며 금리 인상, 대출 축소가 시작될 거니까요.



빚의 역습


급격히 오른 가스비보다 무서운 원리금 상환의 압박이 시작됩니다. 능력을 초과한 대출의 역습에 그야말로 '현타'가 옵니다. 급매물과 경매로 내놓지만 안 팔립니다. 이미 금리가 높고, 대출이 막혀 사 줄 사람이 없습니다. 추가 하락을 우려한 수요자들이 관망으로 돌아섭니다. 장기침체가 시작됩니다.


이 와중에 또 다른 희생양이 발생합니다. 전세가 보다 집 값이 떨어지는 깡통전세가 속출하여 힘없고 돈 없는 세입자들은 하루아침에 집주인이 부린 탐욕의 죄를 뒤집어쓰고 힘들게 모은 전세금을 날리게 됩니다. 팔리지 않을 집이라도 떠안을 수 있는 사람은 그나마 형편이 낫습니다. 전세금마저 상당 부분 대출이고 추가 여력이 없는 분들은 그야말로 악몽이 시작됩니다.


 ⓒ Unsplash


위의 모든 글은 분석이지 비판이 아닙니다. 부조리를 보고 투덜거릴게 아닙니다. 몇 백 년 동안 반복된 이 흐름을 을 겪지 않는 자본주의 국가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자본가, 전문가, 영민한 투자자, 콘텐츠 크리에이터(물론 건전한) 중 하나는 되어야 합니다. 부동산을 매수해야 할 때는 언제인지, 지금이 거품인지 아닌지, 나에게 흔쾌히 내미는 은행의 손길은 정말 나에게 기회인지 말입니다. 자신의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나누고 진심으로 그들과 부의 길을 함께 걷고자 해야 합니다.




영화 <빅쇼트>대해부2부.악마로 부터 얻은 아이디어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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