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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니 스탁 Apr 17. 2023

<빅쇼트>대해부 : 눈치챘나?

3부. 월스트리트의 괴짜들


월가(Wall Street)는 어려운 금융용어를 써서
자기네들만 무엇을 할 수 있다고 믿게 만든다.


무서운 재난이 닥칠 낌새를 발견했습니다. 그걸 아는 건 나뿐입니다. 그런데 그게 큰돈이 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널리 알리면 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반대로 재난보험을 들어 엄청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면? 그 일은 실제로 일어났고 많은 사람들이 절망하는 사이 누군가는 천문학적인 보험금을 타갔죠. <빅쇼트>를 관통하는 큰 줄기는 이것입니다. 실화입니다.






# 005.

미친 관찰자


2005년 3월 사이언 캐피털 투자사의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 크리스천 베일)는 미국의 주택 시장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느낍니다. 시커먼 오염수에 거품이 가득했고 그 밑은 수많은 거짓과 탐욕의 카르텔이 뒤엉켜 있었습니다. 촉이 발동합니다. 곧 시장의 붕괴를 예견하죠.


가까이, 오래 보아야 시커먼 속이 보인다 ⓒ IMDb


섬뜩하고 기이한 표정으로 그는 면접장면에서 입사지원자에게 "1933년 대공황 4년 차 미국 주택 모기지가 붕괴했을 때도 그 징후는 복잡한 금융상품이 쏟아지고 관련 사기가 늘어나는 것에 있었는데 눈치챘나?"라고 말합니다.


뭔 말인지 알지? ⓒ IMDb


세상에나, 그는 수천 페이지가 넘는 주택채권의 구성 목록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뒤져봅니다. 이런 '미친 관찰'을 통해 그는 황당한 사실을 발견한 겁니다. 겉으론 멀쩡해 보이는 최고등급의 상품들이 실재로는 연체 투성이인 서브프라임(Subprime) 모기지 대출과 100%가 넘는 LTV(담보인정 비율), 변동금리에다 복잡한 트렌치(Tranche)로 뒤섞인 엉망진창 쓰레기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는 곧 숏(Short, 공매도)을 결정합니다. 미국의 주택 사장의 하락에 배팅하기로 한거죠.



그녀도 못 넘은
용어의 벽


벌써부터 뭔 소리인지 모르시겠죠. 글을 쓰면서도 답답한데 읽는 사람은 오죽할까요. <빅쇼트>는 영리하게도 어려운 용어가 나오는 중간중간 대중에게 잘 알려진 셀럽들을 등장시켜 재미있게 설명을 합니다. 첫 씬은 욕조에서 거품목욕 중인 금발의 미녀 배우 마고 로비(Margot Robbie)입니다. 매력 넘치는 연기로 깨똥 같은 채권의 개념을 풀어줍니다... 만 러닝타임 상 역부족입니다.  


알아먹었어요? 그럼 꺼져요! ⓒ IMDb


그러나 이 장면에서 이 영화의 비범함이 빛납니다. 가득한 거품은 자산시장의 '버블'을 의미합니다. 설명을 마친 그녀는 자기 몸쪽으로 시선을 내렸다 올리고는 그만 꺼지라고 말합니다. 위트 있고 조금은 야한 설정에서 우리가 얼마나 쉽게 시각 정보에 한눈을 파는지를 비꼬고 있습니다.



그 벽,

제가 한번 넘어보겠습니다.


부족한 용어설명 드갑니다. 진짜 벽을 넘어보자고요. 엄지손가락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 또 대충 알고 가시겠죠... 4개밖에 안되요. 차분히 읽어보세요. 이 영화의 제목인 'Short(공매도)'은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따로 다루겠습니다.



1.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개나 소나 빌려줄게, 내가 알 게 뭐야


Prime은 '우수한', Sub는 '~의 아래', Mortgage는 '주택담보대출'을 말하니 '저신용자에 대한 비우량 주택 담보 대출'이라 해석됩니다. 아무리 경기가 좋아도 주택을 살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신규 대출이 더 이상 늘지 않자 은행들은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 마구잡이로 돈을 빌려줬습니다. 심지어 강아지 이름으로도 대규모 대출을 해주었습니다. 돈만 벌면 되니 신경 안 썼습니다. 월가는 그렇게 벌어들인 판매 수수료로 흥청망청 보너스 잔치를 벌였죠. 부동산 시장은 영원히 불패할 것으로 믿었습니다. 아니, 위험성을 얕잡아 보았다는 게 맞겠습니다.



2. LTV(Loan To Value)

집이 사고 싶어? 뭐, 얼마나 빌려줘?


우리말로 '담보인정비율'입니다. ‘주택 가격의 몇 % 까지 대출을 해주는가?’로  LTV 70%라면 1억짜리 집을 사는데 7천만 원을 대출해 준다는 뜻입니다. 과거 일본과 미국은 내수 활성화와 서민 주거 안정을 이유로 무려 120%까지 올렸습니다. 1억짜리 집을 사는데 1억 2천을 빌려주는 겁니다. 곧 집 값이 2억이 될 거라 믿기 때문이죠. 돈이 남아돌아 차도 사고 가구도 삽니다. 빚 덩어리일 뿐인데 또 빌려 집을 더 삽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빌려주니까요. 수요폭발에 집 값은 천정부지로 솟았습니다. 시장은 무너졌고 거품 붕괴의 대가는 적지 않았습니다.


덧붙여 DTI(Debt to Income)도 알아봅니다.

돈 버는 모양을 보니 이것만 빌려줄게


‘총부채 상환 비율’로 자기가 벌어들이는 소득의 몇 % 까지 대출을 해주는가?입니다. 소득에서 얼마의 금액을 빚 갚는데 쓰면 이 사람이 연체를 하지 않고 안전하게 대출을 회수할 수 있을까의 인정 비율이죠.


요즘은 DSR(Debt Service Ratio)라 해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씁니다.

다른 빚도 있지? 그거 다 합치고, 이자에 원금까지 갚을 능력 보고 빌려줄게


DTI보다 더 엄격한 규제입니다.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본인이 대출받은 모든 빚을 다 모은 다음 원금과 이자까지 갚을 수 있는 능력을 심사하고 비율을 정합니다. 빚을 무슨 혜택인양 조였다 풀었다 자기들 마음대로입니다. 한 순간 은행에 자산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미래의 소득까지 한계를 잘 살피시기 바랍니다.



3. 변동금리

금리가 오르면 이자 더 내, 하지만 내리면 조금만 깎아 줄 거야


약정했던 이자가 기준금리, 소득 및 신용등급 변화에 따라 바뀌는 상품. 보통 고정 금리 상품보다 이자가 약간 낮습니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금리가 훨씬 더 오를 수 있습니다. 물론 내릴 수도 있지만 대부분 내릴 때는 찔끔, 올릴 때는 많이 올리기 때문에 급격한 금리 인상시기에는 대단히 무서운 괴물로 변합니다. 따라서 향 후 금리 인상의 가능성이 명확하다면 조심해야 합니다.



4. 트렌치(Tranche)

내 빚 앞에 줄을 서시오~


트렌치는 프랑스어 '트랑쉐'에서 왔습니다. ‘일부분, 조각’이라는 뜻이죠. 대출 상환 시 배분의 우선순위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대출이 부실화된다면 선순위 트렌치부터 돈을 가져갑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세계약서에 은행대출이 있었는데 집주인이 빚을 못 갚으면 은행이 최우선 순위로 돈을 가져가죠? 그 경우 은행이 트렌치 1번입니다. 그래서 확정일자니, 전세금 보증제도니.. 복잡해지는 겁니다.



포기하지 않아요


용어들이 어려워서 힘드시죠? 영어가 많아 더 어려울 겁니다. 그런데요 영어권에서 태어나고 웬만큼 배워도 못 알아듣습니다. 오죽하면 영화 속에서 용어를 쉽게 설명하는 별도의 씬들을 넣었겠습니까. 학계, 금융계, 정치, 언론들은 일부러 용어를 어렵게 만들고, 자기들만 아는 줄임말을 써 일반인들이 접근하길 포기하도록 만듭니다. 전문성을 과시하고 권위를 얻기 좋거든요.


질려버린 사람들이 생각하기를 포기할수록 기득권들 멋대로 사실을 조작, 왜곡하고 이익을 독점하기 좋아집니다. 따라서 우리는 뉴스나 책을 보고 무슨 말인지 모르거나 귀찮다고 눈과 귀를 닫으면 안 됩니다. 모든 공부의 출발점은 '용어와 그 용어가 생성된 기본 원리의 이해'입니다. 제가 이렇게 용어 설명에 힘을 쏟는 이유입니다.


※ 모든 내용은 개인적 의견이며 어떤 투자의 근거나 재료가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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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빅쇼트>대해부 3부. 월스트리트의 괴짜들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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