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월스트리트의 괴짜들
어떤 놈이 주택시장 하락에 배팅하라는데?
<빅쇼트>의 또 한 명의 주인공 격인 마크 바움(실존인물 스티브 아이스먼)은 매우 독특한 캐릭터입니다. 영화 속 그는 월가의 역겨운 거짓과 제도적 모순에 염증을 느낀 아웃사이더입니다. 또한 형의 자살로 인한 유가족 트라우마를 겪는 감정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입니다.
어딜 가나 제도권에 편입되길 거부하는 반골 같은 친구들 하나쯤은 있죠. 그런 사람이 뛰어난 두뇌를 타고난 데다 풍부한 감성과 도덕적 우월감까지 가지면 매우 불편한 성격을 가지게 됩니다. 늘 분노에 가득 차 독설을 내뿜으며 세상 사람들을 한심하고 답답한 존재로 취급하기 일쑤입니다.
그의 눈에는 타락한 금융자본주의의 난장판 위에서 깨춤을 추고 있는 대중들은 멍청이였습니다. 세상은 썩어 문드러져 가고 있다. 거짓이 판치고 있다. 서서히 달궈지는 냄비 속 개구리처럼 소시민들은 자기가 죽어가는지도 모르고 미디어가 만든 퇴폐적 대중문화와 정치쇼에 휩쓸려 다니며 과소비와 약에 취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겁니다.
그의 분노의 발로가 연민인지, 정의감 인지 알 수 없습니다만 기득권에겐 시스템에 적응을 못한 또 한 명의 돌아이임에는 분명했을 것입니다. 마크 바움은 비위가 안 맞는 제도권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독자적으로 투자팀을 꾸리고 모건 스탠리 산하에 조그마한 자회사를 설립합니다.
어느 날 그의 사무실로 전화 한 통이 걸려옵니다. 전화를 받은 팀원이자 트레이더인 대니 모세스는 잘못 걸린 전화라며 "이상한 전화였어, 누가 모기지 채권을 공매도하라는데?"라고 말합니다.
내용은
"캘리포니아에서 온 어떤 미친놈이(마이클 버리) 이상한 상품을 만들어 달라고 해서 저희가 만들어 판매하고 있어요. 그 양반은 미국의 주택시장이 붕괴할 거라 하네요. 어쨌거나, 당신도 그의 말에 동의하신다면 같이 한 번 미쳐 볼래요? 보험료만 매달 내시면 된답니다. 혹시 알아요? 떼부자가 되실지."
아마 이랬을 겁니다.
그러자 숫자 전문가 비니 데니얼은 곧바로 ABX지수를 확인해 보라 합니다. ABX지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의 가치를 추적하는 지수'입니다. '저신용자에게 대출해 준 주택담보대출의 위험성이 얼마나 높은가?'를 알려주는 것입니다. 확인결과 작년 보다 -3%나 하락한 것을 알게 된 마크바움과 팀원들은 ‘뭔가 있다’라는 느낌에 이 이상한 작자가 누구인지 알아보기로 합니다.
그 사람은 바로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한 재러드 베넷(실존 인물은 그렉 리프먼)입니다. 영화 속 그는 도이체 방크에 근무하고 있는 재수덩어리 수석 트레이더입니다. 클럽에서 주워들은 마이클 버리의 '빅쇼트(주택시장 공매도 상품 대량 거래)' 소식에 본능적으로 반응하여 이 상품을 적극 판매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실존인물로서의 그도 월가를 돌아다니며 이 상품의 가능성을 믿고 적극 매수를 권유했다고 합니다. 띨띨한 그의 조수가 같은 건물에 비슷한 이름의 회사 번호를 잘못 알려 줬는데 그게 마크 바움의 회사였던 겁니다. 마크 바움은 재러드 배넷에게 만나자고 제안합니다. 월가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매도 상품 거래는 이렇게 잘못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계속...
PS. 하지만 우리에게 이런 전화가 걸려오면 뭐다? 보이스 피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