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악마로부터 얻은 아이디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다룬 명작 <빅쇼트 Big Short (2015)> 대해부는 영화를 보면서 금융용어를 하나도 못 알아먹는 자신이 한심해서 시작되었습니다. 무섭고 답답함에 다시 보기를 했어요. 일시정지를 반복하며 대사 하나하나를 집요하게 분석했고 10번도 넘게 돌려보면서는 영화적 은유, 대사의 행간마저 읽으려 애썼습니다. 자연스레 관련된 수많은 경제서와 뉴스를 탐독하게 됐습니다. 실전투자를 하며 실패와 성공을 경험하고 노트를 하고 수십 번을 읽었습니다. 그렇게 브런치까지 왔습니다. 여전히 부족한 글이지만 여러분이 자본주의와 투자원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희망합니다.
※ 모든 내용은 개인적 의견이며 어떤 투자의 근거나 재료가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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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ain’t what you don’t know that gets you into trouble. It’s what you know for sure that just ain’t so." - Mark Twain
"곤경에 빠지는 건 뭘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 마크 트웨인
영화를 시작하는 이 두 줄짜리 문장은 단숨에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자막엔 '착각'이라 의역했지만, 원문의 뜻은 '잘못된 확신'입니다. 헛갈려서가 아니고 '잘 안다고 지나치게 믿어버리는 무지와 오만'을 경계하는 말입니다. 찾아보니 이 말은 교훈이라기보다는 자기 성찰에 가깝더군요. 미국인이 사랑한 소설 『톰 소여의 모험』을 쓴 세계적 대문호 마크 트웨인의 투자 흑역사를 알고 나니, 확 와닿습니다.
마크트웨인이 작가로 활동하던 1800년대는 신대륙 미국의 서부개척시대입니다. 서부 캘리포니아의 땅 밑에 묻혀 있는 금광은 수만 명의 사람들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불러들였습니다. 이른바 '골드러시(Gold Rush)'입니다. 게다가 뉴욕증권거래소가 설립되고 주식투자도 활발했었는데요, 마크 트웨인은 당시 대 유행이던 광산주에 투자합니다. 글 쓰느라 광산업의 속성까지 들여다보지 못했던 탓일까요. 당시 광산업은 기술이 부족해 채산성 자체가 매우 낮고, 금을 발견활 확률은 더 낮으며, 파면 팔 수록 생산량은 줄어든다는 사실 말입니다.
마크 트웨인은 실체가 드러난 광산주 폭락으로 거의 전재산을 잃습니다. 광산업은 빛 좋은 개살구였습니다. 운 좋은 1%에게만 이익이 주어지고 그마저 독점했습니다. 사족이지만 골드러시의 진정한 승자는 '리바이스(LEVIS)'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거친 일을 하는 광부들의 옷이 쉽게 떨어지자 마차를 덮던 천으로 튼튼한 바지를 만들어 팔아 대박을 친 건 유명한 일화죠. 누구나 한 벌쯤은 가지고 있는 청바지의 기원입니다.
마크 트웨인은 광산주 말고도 수많은 테마주, 사업에 손대는 족족 말아먹습니다. 말 잘하고 글 잘 쓰셨던 마크 트웨인은 책 써서 받은 인세 거의 전부를 욕심과 성급함이 거듭된 투자로 모두 날리고 평생 빚에 시달렸습니다. 세기의 베스트셀러 『톰 소여의 모험』, 『허클 베리 핀』, 『왕자와 거지』를 쓴 그도 앞으로는 마이더스의 손, 뒤로는 마이너스 손이었습니다. 그는 또 하나의 주옥같은 명언을 남겼는데요.
"10월, 이 달로 말할 것 같으면 주식투자에 특히 위험한 달 중 하나이다. 다른 위험한 달로는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다."
빡친 아버지가 하시던 "이누무 시키, 투자 같은 소리 하고 있네"라는 말을 이렇게 표현하니 명언이 됩니다. '항상 조심하라'는 말이지만 깡통 찬 분 입에서 나온 말이라 씁쓸합니다. 그러나 이런 부정적 시각을 일반화하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주식투자하기 좋은 달이 없다는 말은, 반대로 언제나 투자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주가가 떨어져야 싸게 사죠. 언제나 공부하는 긍정론자가 돈을 벌 확률이 높습니다. 세상에 넘치는 투자격언들 좋습니다만, 너무 절대화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영화 <빅쇼트>대해부2부.악마로 부터 얻은 아이디어는 계속됩니다.
1부. 브런치북 보기와 좋아요는 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