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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클랑 Aug 02. 2022

독일인의 이중생활

투잡의 세계 



실습기간 중 하루는 마음에 드는 연주 프로그램이 있길래

연주를 보러 혼자 공연장을 방문했었다.

하이덴하임 페스티벌 상주 오케스트라인 카펠라 아퀼레아의 10주년 기념 연주이기도 했다. 


연주 전 프로그램을 보다가 오케스트라 단원 명단에서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다. 

그렇게 흔하지 않은 이름은 아니었기에 동명이인일 수도 있겠거니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내가 알고 있는 그분이었다. 

그분은 나의 상사의 상사! 

즉, 하이덴하임 시청 문화예술행사 진행을 담당하는 부서의 책임자였다. 


그분은 그날 그 오케스트라의 플루티스트였다. 

정말 깜짝 놀랐다. 


오케스트라 단원이면서 시청 공무원을 겸하는 것이 가능한가. 








동료와 이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알게 된 게 있다. 

어린 시절에 예체능으로 진로를 결정하는 경우에 많은 부분들을 포기하고 

한 분야에 올인하는 우리와는 다르게 독일은 얼마든지 투잡이 가능하다는 것! 

(대신 소득에 대한 세금은 그만큼 더 부과된다.)


예를 들어 축구 선수의 경우 국가대표처럼 이름을 날리는 선수가 되지 못한다면

경제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장하는 과정에서 정규 교육과정에서 뒤떨어지지 않도록 환경을 제공 하여 

다른 직업과 병행하면서 생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음악은 예고, 체육은 체고,

분야에 따른 특목고를 가면, 다른 길은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우리와는 대조적이다.

그리고 공무원이 되려면 시험을 봐야 하는 우리나라 환경에선 

저런 플루티스트가 탄생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도 예체능 쪽으로 진로를 정하는 것이 

학생 입장에서나 학부모 입장에서나 쉽지가 않다. 

그 바탕에는 경제적인 염려와 걱정이 뒤따르기 때문일 것이다. 


나라에서 문화 분야에 후원하고 서포트하는 부분들도 많지만, 

결국 문화 분야를 지탱하는 것은 관객일 것이다. 

일상 속에서 관객이 보다 문화 소비를 자연스럽게 그리고 친숙하게 즐기게 된다면,

그래서 초대권이나 이벤트로 받는 표들보다 

마땅히 내 돈을 내고 문화를 후원하는 방향으로 소비가 이루어진다면 어떨까. 


이런 가정 자체가 너무 큰 환상과 이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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