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독일의 겨울
날이 추워지고 있다.
2013년 이후로 10년 만에 나는 한국의 겨울을 제대로 맛보게 되었다.
한국의 칼바람이 어렴풋이 기억이 나다가도
볼때기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그 추위가 조금은 겁이 난다.
올해 9월 한국은 생각보다 더웠지만
독일은 늘 그랬던 대로 추워지기 시작했다.
완연한 가을
계절이 바뀔 때 독일을 정말 비가 많이 온다.
겨울에서 봄이 오는 3-4월,
여름에서 겨울이 되어가는 10-11월
비바람이 치기도 하고
하루에 번개에 천둥에 우박에
몇 번씩 날씨가 오락가락하기도 한다.
한창 겨울인 1월과 2월은 특히나 해가 잘 나지 않는다.
유독 겨울이 길게 느껴졌던 몇 년 전 2월엔
일조량이 한 달 중 5일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한국 같은 칼바람은 아니지만
습도가 높아서 옷을 파고들다 못해 뼛속까지 파고드는 것 같은 추위.
그런 추위가 독일의 추위이다.
이런 추위 속에 일조량마저 적으니,
위대한 철학자들을 많이 배출한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오죽했으면 슈베르트는 봄을 그립다 못해 신봉했을까.
일조량이 아주 적은 겨울을 몇 년 동안 겪다 보니,
나도 날이 추워지면 벌써 봄이 그리워지는 버릇이 생겼다.
'이제 겨울이 시작되는데 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하고 말이다.
지겨운 겨울을 견디기 위해서일까.
그래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유명한 거 같기도 하다.
가톨릭 주들은 사순절 전에 카니발 행사도 있다. (주로 2월이나 3월)
(우리나라로 치면 도 단위의 행정구역, 주마다 가톨릭과 개신교 기념일을 공휴일로 지정해놨다.)
이런 낙이라도 있어야 춥고 지독한 독일의 어둠을 견디나 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독일인들에게 봄은 부활인 것 같다.
부활절도 명절처럼 생각하는 걸 보면
오랜만에 보내는 한국의 겨울.
나는 무엇을 낙으로 삼으면 될까?
뜨끈한 김치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