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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카 Jul 22. 2020

재미로 보는 싱가포르 연애 시장 보고서 #1

흔한 외국인 남자 유형 

사람을 유형화하는 것엔 언제나 위험이 따른다. 하지만 그게 성격이든, 외모든, 사고방식이든 어느 정도는 많은 이들이 동의할 만큼의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런 유형화를 멈추지 못하는 게 아닐까. 나 또한 누군가에겐 어떤 스테레오 타입으로 비칠 수 있을 터.  


전편에서 소개한 프랑스 남자 B는 사실 싱가포르에서 만날 수 있는 흔한 남자 유형 중 하나다. 그 유형들에 대해 소개하기 전에 이 싱가포라는 나라에 대해 다시 한번 짚고 가자. 이 작은 섬나라에는 전 세계에서 각자 나름의 꿈과 목표를 가지고 날아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싱가포르의 인구는 2019년 UN 기준 약 580만 명으로 이중 무려 40%가 외국인이다. 40프로라니. 10명이 모였는데 6명이 한국인이고 4명이 외국인이라는 이야기다. 한국에 외국인이 많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특정 지역, 특정 산업군이 아닌 이상 우리에게 외국인은 아직 말 그대로 ‘외부인’이다.  


하지만 싱가포르에서는 “어느 나라 사람이세요? 싱가포르 산지 얼마나 되셨어요?”가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거의 기본적으로 하게 되는 질문일만큼 외국인과 교류할 일이 많다. 나는 워낙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지라 싱가포르에 살면서 로컬, 외국인 할것 없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데이트도 나름 열심히 했다. 도쿄에서 살 때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고 생각했지만 싱가포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국적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호기심 많은 나는 일종의 탐구생활을 했던 것 같다. 


싱가포르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방법은 여느 나라와 다를 것 없이 어떤 모임에 가서나(BBQ가 많다), 친구의 소개로, 운동을 하다가, 클럽에서 춤추다가, 펍에서 술을 마시다가, 그리고 데이트 어플을 통해서 등이 있겠다. 생각해보니 나는 이 모든 루트로 한 번씩은 다 만나본 것 같다. 방법이야 어떻든 좋은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겠나. 하지만 요즘엔 워낙 다들 바쁘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싶어 하니 데이트 어플이 인기가 많은 듯하다. 


데이트 어플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서 소개하기로 하고 이번 편에서는 싱가포르에서 만나게 되는 흔한 외국인 남자 유형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부디 가볍게 재미로 읽어주시길… 

분위기 좋은 바와 레스토랑이 모여있는 클럽스트리트 © 에리카

1) 아시아에 오자 갑자기 왕자가 되었다   

아마도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타입이 아닐까 싶다. 싱가포르에 사시는 자매님들은 다들 공감하실 이 1번 유형. 자국에서는 흔남 1이었던 청년이 아시아에 처음으로 도착해보니 자신이 어쩌면 왕자였을지도 몰라라는 달콤한 환상에 빠져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에는 마음에 든다면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여성들이 많은 편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로컬 남성보다 외국인, 혹은 백인 남성과 데이트하는 싱가포리언 여성들을 일컫는 SPG(Sarong Party Girl)이라는 단어가 있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은 자신의 취향에 관한 것이니 따로 설명은 하지 않겠다.  


이 유형은 처음엔 이 현실이 신기하다가 점점 이런 상황에 적응이 되면서 이곳이야말로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처음에 잠깐 몇 년만 있다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아예 정착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훗, 너도 분명 나한테 관심 있지?’라는 알 수 없는 근자감을 뿜뿜 하며 접근하는데… 긴 말은 하지 않겠다. 


2) 한국 마니아 

이 유형은 한국인 여자 친구만 계속해서 사귀는 듯하다. 핸드폰에 카카오톡은 기본으로 깔려있고 간단한 한국어는 할 줄 아는데 묘하게 여자 말투다. (혹은 예쁘다, 보고 싶어 와 같은 연애 관련 어휘에 능통) 한국음식을 좋아하고 싱가포르의 한국식당들도 잘 알고 있다. 

데이트할 때 편하긴 한데 내가 한국인이라서 좋아하는 건가라는 의문을 떨쳐버리기 힘든 타입.  

+) 옐로 피버(yellow fever) : 전편에서 소개한 프랑스 남자 B처럼 아시아 여성에게 판타지를 가지고 특별히 선호하는 경우. 내가 생각해도 아시아 여성이 매력적인 건 사실이지만(?!) 여하튼 좀 그렇다.  


3) 내일이라도 당장 결혼해서 정착하고 싶어 

이 유형은 딱히 외국인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지만 싱가포르는 워낙 잠시 머물렀다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진중한 관계를 원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 그런데 간혹 결혼할 태세 200%로 준비를 마친 이 유형은 결혼해 자기 나라로 같이 가서 정착하자고 한다. 하지만 그게 정말로 나를 좋아해서가 아닌 단지 ‘결혼상대’를 찾는다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부담스럽게 느껴져 여성들이 계속 떠나는데, 본인은 정작 그 이유를 모른다. 


4) 모국의 여자 친구와 함께 왔지만 헤어진 경우 

이 유형도 꽤 많은데, 본인이나 여자 친구가 싱가포르로 발령을 받아 함께 오게 되었는데 오고 나서 보니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떠 한쪽이 이별을 고하고 각자 갈 길을 가는 케이스다. 특히 자국의 소도시에서 조용히 살던 사람들이 갑자기 싱가포르의 화려하고 유혹이 많은 환경에 오게 되면 그런 경우가 많은 듯했다. 


5) 유니콘

진짜 성품도 좋고 생각도 올바르고, 외모도 괜찮고 참 멋진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면 오래된 여자 친구가 있거나 (게이거나), 곧 모국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싱가포르 생활이 안 맞아서. 그래… 그렇구나… 끄덕끄덕 할 수밖에. “어, 저는 이런 남자 친구 싱가포르에서 만났는데요? 결혼도 했는데요?!”라고 하신다면 축하드립니다. 네, 당신은 유니콘을 만난 것입니다. 진심으로 경축의 박수를 짝짝짝… 


물론 사람이 다 다르고 다양하지만 개인적 경험과 주위의 케이스를 합쳐서 아주 “주관적”으로 소개해본 유형들이다. 쓰고 보니 대체 자매님들보고 싱가포르에 가란 말인지 가지 말란 말인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워낙 특징이 강렬한 유형들이라 대표적으로 소개했을 뿐. 무난하고 좋은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강조드리고 싶군요. 


참고로 한국인, 싱가포리언의 경우는 패스합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개인적으로 메시지를…흠흠… 

그럼 다음 편은 이어서 재미로 보는 재미로 보는 싱가포르 연애 시장 보고서 #2 데이트 어플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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