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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카 Aug 03. 2020

네? 집에 주방이 없다고요?  

싱가포르의 외식 문화를 알아보자

처음 싱가포르에서 룸 렌트를 구하기 위해 글을 읽다 “No cooking”이라는 표현을 봤을 때는 응? 내가 잘못 봤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사는데 가장 기본인 요리를 하지 말라고? (자주 하지도 않으면서..^^;) 그런데 게시글을 읽다 보니 ‘간단한 조리 가능 light cooking allowed’가 가장 많았고, 주방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것이 마치 큰 혜택인 것처럼 강조해둔 사람이 많았다.

심지어 주방이 없는 곳도 있었는데, 여러 명에게 렌트를 하기 위해 집을 개조하면서 아예 주방을 없애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혹은 집주인이 함께 사는 경우에는 주방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눈치를 주는 경우도 있는데 요리를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이 부분에 대해서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전형적인 호커센터의 모습 © wikipedia

하지만 주방이 있다고 해서 싱가포르 사람들이 딱히 요리를 많이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덥고 습한 싱가포르 날씨와 싸워가며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지 않는 이상) 불 앞에서 요리를 하는 것보다 집 앞에 나가면 몇 불만 내면 한 끼 식사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식당과 카페들이 지천에 널려 있어 외식을 하는 편이 훨씬 편하고 경제적이기 때문. 인건비가 저렴하고 날씨가 더운 동남아 국가들의 특징이라고 한다. 싱가포르는 인건비가 저렴한 건 아니지만 정부가 국민들의 생활에 기본이 되는 식생활, 주거환경은 걱정하지 않도록 안정화시키겠다는 목표로 컨트롤하기 때문에 이런 커피숍*, 호커센터**의 렌트비는 일부 지원을 받거나 장기적으로 고정된 곳이 대부분이다.

믹스 라이스 혹은 이코노믹 라이스. 원하는 반찬을 고르면 된다

*싱가포르의 주택가에는 1층 상가에 간단한 커피나 이미 한국에서도 유명한 카야 토스트, 밥과 다양한 반찬을 골라 담아 가짓수대로 계산을 하는 믹스 라이스 mixed rice를 판매하는 가게가 하나쯤은 있는데 그런 가게를 커피숍 coffee shop이라고 부른다.

**호커(hawker)는 행상인을 뜻하는 말로 과거에는 노상에서 음식을 팔던 가게를 한자리에 모아 정부가 관리하는 식당으로 야외 푸드 코트라 생각하면 된다. 맥스웰 푸드센터, 뉴튼 퓨드센터처럼 유명한 곳은 여행객들에게도 필수 방문코스가 되었다.

C 등급 가게 ©https://mothership.sg/

싱가포르에서는 아무리 작은 가게라도  손님이 볼 수 있도록 알파벳 A, B, C, D가 적혀있는 마크를 볼 수 있는데, 싱가포르 푸드 에이전시 SFA에서 전반적인 위생상태, 조리방법 등을 점검해 점수를 매긴 것. A는 85점 이상, B는 70~84점, C는 50~69점, D는 그 이하로 웬만한 곳은 거의 A, B 마크를 달고 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그 이하의 가게는 우리의 소중한 장을 위해 아예 시도하지 않기를 추천한다. 몇 달러 아끼려다 병원 신세를 질 수도 있다!


호커센터와 커피숍은 대부분 에어컨이 없는 대신  조금 저렴한 편이고, 쇼핑몰 안에 있는 푸드코트는 좀 더 쾌적한 대신에 가격대가 살짝 더 높다. 이런 곳에 밥을 먹으러 가면 테이블마다 휴대용 티슈나 명함, 심지어 사원증(!)이 놓여있는 광경을 볼 수 있는데 자리를 맡아둔 것이니 이런 자리는 피하자. 주문방식은 가게 카운터에서 주문을 하고 선불 결제를 하고 기다리면 보통 10분 안에 음식이 나오는 식이다. (대부분은 현금 결제가 가능하지만 최근에는 캐시리스를 지향하는 정부 정책 덕분에 충전카드나 신용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한 곳도 많으니 참고하자) 대부분은 가게 주인이 우렁찬 목소리로 음식 이름을 외치지만, 간혹 고급 푸드코트에서는 진동벨을 주기도 한다. 내가 시킨 음식 이름을 잘 기억해뒀다가 잊지 말고 픽업하러 가거나 아예 그 옆에서 기다리는 것도 괜찮다.

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https://danielfooddiary.com/

싱가포르 사람들도 음식 여러 개를 시켜서 같이 나눠먹는 걸 좋아하는데 호커센터나 푸드코트야말로 부담 없이 먹고 싶은 메뉴를 이것저것 시켜 먹기 좋은 곳이다. 유명한 현지 음식인 치킨라이스, 볶음 국수, 꼬치 요리처럼 다양한 메뉴를 시켜서 시원한 맥주와 함께 먹으면 싱가포르의 더위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 사실 싱가포르에서 살다 보면 잘 가지 않게 되는 게 호커센터이지만 그래도 가장 현지의 분위기를 느끼기에 좋은 곳이라 가끔씩 친구들이나 가족이 여행을 왔을 때는 필수코스로 데려가는 코스이기도 하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의 포장마차를 좋아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자주 먹으면 몸이 안 좋아질 것 같은 특유의 조미료 맛이 단점이지만 현지 음식뿐만 아니라 한식, 일식, 태국, 베트남, 양식, 중식 등 전 세계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호커센터가 있어 싱가포르는 요알못들이 살기에 참 편한 나라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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