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제28장. 세계관+컬트=컬티의 시도는 일반 섹션으로 이전.
한 명의 사람 안에는 단 한 명의 ‘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마음속에는 마치 내각처럼 여러 명의 캐릭터가 존재하며, 각각의 캐릭터는 자신만의 입장과 규칙, 문화를 가진 고유한 세계 속에서 살아간다. 아침에 눈을 뜨는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나와, 출근길에 오르는 ‘직장인’으로서의 나, 그리고 퇴근 후 친구를 만나는 ‘오랜 친구’로서의 나는 같은 육체를 공유하지만, 전혀 다른 세계의 규칙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한다.
세계관 설계자로서 우리의 새로운 세계를 선보일 때, 우리는 이 마음속 내각에 이미 자리 잡은 기존 캐릭터들과 만나게 된다. 이처럼 우리의 육체를 기반으로 이미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세계, 즉 별도의 학습 없이도 그 규칙과 언어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허락받은’ 세계들을 나는 '인접세계관'이라고 부른다. 가정, 학교, 직장처럼 우리가 매일 오가는 현실의 무대들이 바로 그것이다.
새로운 세계관을 창조하고 사람들을 초대하는 일은, 결국 이 마음속 내각에 우리의 새로운 캐릭터를 위한 빈 의자 하나를 마련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완전히 낯선 외계인 같은 캐릭터는 환영받기 어렵다.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우리의 새로운 캐릭터가 기존의 캐릭터 중 하나와 악수하고 대화할 수 있는 최소한의 호환성을 가져야 한다.
가령 우리가 군대 계급으로 구분되는 군인이라면 무엇을 해야하는가? 아니면 정글의 원숭이들이라면?
이것이 앞서 다룬 ‘후크’가 작동하는 근본적인 원리이기도 하다. 직장인에게는 ‘부도 위기에 처한 회사’로, 학생에게는 ‘살벌한 입시 경쟁’으로 당신의 세계를 번역하여 말을 걸 때, 그들은 비로소 당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따라서 이번 28장에서는, 우리의 새로운 세계가 참조하고 연결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이고 강력한 인접세계관들에는 무엇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 장의 목표는 각 세계관을 깊이 분석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세계관 설계자가 자신의 타겟 청중을 이해하고 더 효과적인 진입점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세계관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캐릭터들의 유형을 목록화하여 제시하는 실용적인 자료를 제공하는 데 있다. 이 목록은 당신의 창작을 위한 훌륭한 지도이자 영감의 원천이 될 것이다.
가정 유니버스는 대부분의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자동으로 속하게 되는, 가장 원초적이고 강력한 세계관이다. 설령 물리적인 가정을 이루지 못했더라도, 안정적인 소속감과 무조건적인 사랑을 제공하는 이상적인 ‘가정’에 대한 갈망은 거의 모든 인간에게 본능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이곳은 ‘효율’이나 ‘성과’ 같은 외부 세계의 잣대가 아닌, ‘사랑’, ‘희생’, ‘의무’라는 독자적인 규칙으로 움직인다.
이 세계관의 가장 큰 특징은 성장에 따른 역할의 변경과 계승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는 점이다. ‘자녀’였던 캐릭터는 성장하여 ‘부모’가 되고, ‘보살핌을 받는 자’에서 ‘책임지는 자’로 역할이 전환된다. 이처럼 역동적인 역할 변화는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거대한 서사를 만들어낸다.
가정 유니버스는 가구, 가전, 자동차 등 수많은 소비재 브랜드가 가장 공들이는 핵심적인 무대이기도 하다. 그들은 단순히 제품의 성능을 광고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제품은 당신 가족의 행복한 순간과 함께합니다”라는 메시지를 통해 이 세계관의 가치에 직접 말을 건다. 새로운 세계관을 설계할 때, 이 가정 유니버스의 캐릭터(부모, 자녀, 배우자 등)가 가진 근본적인 욕망과 역할을 이해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 된다.
1인 가구는 언뜻 보기에 가정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한 사람에게 엄청난 수의 캐릭터가 집중되는, 매우 밀도 높은 독립 세계관이다. 분업화된 다인 가구에서는 ‘요리 담당’, ‘청소 담당’, ‘경제 관리 담당’ 등으로 나뉘었을 역할들을, 1인 가구의 구성원은 모두 혼자서 수행해야 한다. 그는 자신의 집에서 CEO이자 재무관리사, 요리사, 청소부, 그리고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된다.
이러한 역할의 집중은 오히려 다인 가구보다 더 다양하고 전문화된 소비를 요구하는 경향으로 이어진다.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기에, 시간을 절약해주는 고효율 가전, 소용량 밀키트, 전문 청소 서비스,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을 풍요롭게 만들어 줄 고품질의 엔터테인먼트 장비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1인 가구 유니버스는 단순히 ‘혼자 사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완벽하게 경영하려는 독립적인 전문가’'들의 세계이며, 이들의 욕구에 맞춘 세계관은 거대한 시장 잠재력을 가진다.
국가 유니버스는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가장 거대하고 기본적인 현실의 토대다. 우리가 ‘현실 사회’라고 부르는 영역의 법률, 화폐(KRW), 교육, 국방 등 모든 시스템은 바로 이 국가라는 세계관의 규칙에 의해 작동한다. 이는 개인의 선택과 무관하게 우리 모두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치며, ‘국민’이라는 캐릭터를 부여한다.
이 세계관의 힘은 평소에는 잘 느껴지지 않지만,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국제적인 이벤트나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극적으로 발현된다. 이때 ‘애국심’이나 ‘민족적 자부심’이라는 강력한 감정은 다른 모든 개인적 가치관을 압도하며, 수많은 사람을 하나의 목표 아래 뭉치게 만든다. 법률이나 납세의 의무처럼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규칙들 역시, 실은 수많은 사람들의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거대한 시스템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세계관 역시, 이 국가 유니버스의 법과 문화라는 토대 위에서 만들어진다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도시화와 온라인화로 인해 지역/로컬 유니버스의 힘이 약해졌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삶의 터전을 ‘소비의 공간’으로만 여기는 사람들의 관점일 뿐이다. 동네를 진정한 삶의 터전으로 삼은 사람들에게, 로컬은 여전히 매우 강력하고 끈끈한 세계관이다. 특히 ‘학부모’ 캐릭터는 이 세계관의 핵심적인 구성원이다.
이들은 자녀의 교육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중심으로 가정, 학교, 로컬 유니버스를 복합적으로 연결하는 강력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맘카페’는 그 대표적인 예로, 단순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넘어 특정 지역의 상권 정보, 학원 평판, 부동산 시세까지 좌우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들에게 ‘옆 동네’는 다른 나라만큼이나 먼 곳이며, ‘우리 동네’의 규칙과 평판은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가 된다. 로컬 유니버스는 지리적 근접성과 공동의 이해관계가 만났을 때, 그 어떤 세계관보다도 강력한 현실적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기본 단위 세계관이 주로 우리의 소속과 정체성을 규정한다면, 사회적 역할 세계관은 우리가 사회의 특정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진입하고 역할을 부여받는, 보다 목표 지향적인 무대다.
직장 유니버스는 현대인에게 가장 치열하고 현실적인 사회 영역이다. 국가가 안정적인 인프라를 제공하는 토대라면, 직장은 그 위에서 개인의 생계, 꿈의 성취, 그리고 사회적 지위를 건 생존 경쟁이 벌어지는 전장이다. 이 세계관은 단순히 취업, 입사, 승진이라는 단계를 넘어, 특정 직업이나 직능인으로서의 소명과 전문성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는 과정 전체를 포함한다.
‘의사’, ‘개발자’, ‘디자이너’ 등 각 직능은 고유한 언어와 사고방식, 그리고 윤리 강령을 가진 하위 세계관을 형성한다. 이 세계관은 가정 유니버스의 보육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고, 개인의 경제 활동을 통해 국가 유니버스에 영향을 미치는 등, 다른 모든 세계관과 가장 긴밀하게 얽혀 있는 강력한 허브 역할을 한다. 따라서 새로운 세계관이 직장인의 페르소나와 성공적으로 연결될 때, 그것은 개인의 삶에 가장 깊숙이 파고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갖게 된다.
학교/학업 유니버스는 대부분의 사람이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겪는 성장 서사의 핵심 무대다. 특히 대한민국의 경우, ‘수능’이라는 거대한 관문과 결합하여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곧 인생의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입신양명 세계관’'과 강하게 연결된다. 이 세계관 안에서 개인의 가치는 ‘성적’과 ‘등수’라는 명확한 수치로 끊임없이 평가받으며, ‘합격’과 ‘불합격’이라는 이분법적 결과가 개인의 정체성을 규정한다.
‘선배’와 ‘후배’라는 서열, ‘조별과제’라는 강제된 협력, ‘동아리’라는 취향 기반의 소사회 등, 학교는 성인 사회의 축소판으로서 다양한 사회적 역할과 규칙을 처음으로 학습하는 공간이다. 이 시기의 경험은 매우 강렬하기 때문에, 성인이 된 후에도 많은 사람의 내면에 ‘모범생’이나 ‘수험생’ 캐릭터가 깊이 각인되어 남는다.
군대 유니버스는 특히 대한민국 남성들에게 매우 익숙하고 직관적인, 목표 중심의 임무 조직 세계관이다. 다른 세계관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반면, 군대 세계관은 외부 사회와 고립되고 격리된 환경 속에서 작동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특징을 가진다. 이러한 구조는 규칙과 통제가 극단적으로 강화된 교도소, 수용소 같은 ‘총체적 기관’과 유사한 측면을 보이기도 한다.
이 세계관의 모든 것은 ‘계급’이라는 절대적인 수직 질서와 ‘임무 완수’라는 명확한 목표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명령’과 ‘복종’, 그리고 극한 상황 속에서 형성되는 ‘전우애’는 다른 어떤 사회에서도 경험하기 힘든 강렬한 규칙과 감정이다. 이 때문에 ‘전역자’라는 캐릭터는 평생 지속되는 강력한 정체성을 형성하며, 군대식의 효율성과 위계질서는 이후 다른 세계관에서의 행동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정치/이념 유니버스는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커뮤니티 조직인 ‘국가’라는 시스템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국가는 이미 존재하는 인프라이자 시스템 그 자체이며, 정치/이념 세계관은 그 시스템의 운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커뮤니티 조직과 그 역할을 의미한다. ‘지지자’, ‘당원’, ‘활동가’ 등의 캐릭터는 특정 이념이나 정치 세력의 승리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움직인다.
이념은 종교와 마찬가지로 국경을 초월하는 ‘초국가적’ 특성을 가지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특정 국가의 시스템을 통해 현실에 발현되어야 한다는 한계를 가진다. 이 세계관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와 ‘적’의 구분이 매우 선명하다는 점이며, 이 대립 구도는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으로 작용한다.
종교 유니버스는 가상의 믿음 체계가 현실 세계에 가장 강력하게 작용하는, 하이퍼리얼리즘적 성격을 가진 독특한 세계관이다. 이 세계관은 삶의 의미, 죽음, 구원 등 인간의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구성원들에게 절대적인 삶의 지침을 제시한다.
특히 컬트적 특성이 강해질수록, 이 세계관은 다른 모든 인접 세계관(가정, 직장, 국가 등)보다 우위에 서서 종속적인 태도를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 국가 시스템은 ‘정교분리’ 원칙을 통해 이 힘을 경계하지만,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는 여전히 국가와 종교가 결합된 형태로 강력하게 작용한다. ‘신자’라는 캐릭터는 이 세계관의 교리를 현실에서 실천할 의무를 지니며, 이는 때로 다른 세계관의 규칙과 충돌하기도 한다.
이 세계관은 그 강력한 힘과 배타성 때문에 인접세계관으로 직접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 있다. 하지만 신념을 강화하는 체계적인 ‘지식체계(교리)’와 소속감을 증폭시키는 ‘의례(리추얼)’의 형식은 커뮤니티를 설계할 때 매우 유용한 참조점이 될 수 있다.
과거의 경제 활동은 비교적 단순한 구조를 가졌다. 개인은 '‘직장/직업 유니버스’'에서 노동력을 제공하고, 국가 시스템이 보증하는 통화(화폐)를 받아 다른 세계관에서 소비하며 살아갔다. 즉, ‘돈을 버는 세계’와 ‘돈을 쓰는 세계’가 명확히 구분되어 있었다. 그러나 긱 이코노미와 N잡의 시대는 이 단단했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이제 소득원은 다변화되고 있으며, 과거에는 순수하게 ‘소비’나 ‘봉사’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세계관들이 점차 수익 창출의 가능성을 품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경제 활동 세계관’을 바라봐야 하는 새로운 관점이다.
‘메타버스(Metaverse)’를 규정하는 수많은 정의들이 있지만, 필자는 메타버스를 기술이 아닌 경제적인 개념으로 규정한다. 메타버스란, ‘부캐(디지털 페르소나)’가 ‘본캐(현실의 나)’에게 돈을 벌어다 주는 세계다. 즉, 현실 유니버스의 경제 활동과 가상 유니버스의 경제 활동이 서로를 초월(Meta)하여 연결되는 지점이다. 신규 세계관 설계자는 바로 이 지점을 창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모든 경제 활동의 기본이 되는 이 세계관은, ‘소비자’가 ‘생산자’가 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리뷰’나 ‘사용 후기’는 다른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정보 콘텐츠’'가 되었고, 영리한 플랫폼들은 리뷰어에게 포인트를 지급하거나 수익을 배분한다. 소비자는 이제 단순한 구매자를 넘어, 상거래 생태계에 기여하는 '‘가치 생산자’'가 되어가고 있다.
미래 가치에 베팅하는 이 세계관은 이제 주식, 부동산 같은 현실 자산을 넘어 무형의 디지털 자산으로 확장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한 팬은 초기 '‘투자자’'가 되며, 한정판 디지털 굿즈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가 오를 수 있는 '‘대체 자산’'으로 인식된다. 세계관 설계자는 구성원들의 헌신과 소비가 단순한 매몰 비용이 아니라, 미래에 더 큰 가치로 돌아올 수 있는 '‘투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시스템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금손’으로 불리는 2차 창작자들의 예술 활동, 수집가들의 컬렉션 완성, 분석가들의 심도 있는 해석은 더 이상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이들의 활동은 커뮤니티의 문화적 가치를 풍부하게 만드는 핵심적인 '‘내부 경제 활동’'이다. 성공적인 세계관은 이들의 재능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재능 마켓’'을 품어야 한다. 자신의 그림이나 글을 판매하고, 자신의 지식으로 신규 유저를 위한 유료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개인의 재능이 직접적인 소득으로 연결되는 통로를 열어주어야 한다.
이것이 미래 경제 활동의 가장 중요한 변화가 될 새로운 세계관이다. 지금까지는 화폐로만 측정되던 ‘노동’의 가치가, 이제는 공동체에 기여하는 모든 종류의 긍정적인 행위로 확장되고 있다.
정의: '‘기여 노동’'이란, 직접적인 금전적 보상을 목표로 하지 않지만 공동체 전체에 이익을 주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전통적인 사회 봉사나 재능 기부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위키를 편집하는 지식 노동,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는 환경 기여 노동, 심지어는 커뮤니티 내 갈등을 중재하는 감정 노동까지 포함될 수 있다.
미래 예측과 설계자의 역할: AI의 발전과 함께 기본소득이 논의되는 현시점에서, 미래의 소득은 단순히 월급이나 연금처럼 현금이 일괄 지급되는 형태가 아닐 것이다. 대신, 각 개인이 다양한 유니버스(환경, 교육, 지역 사회 등)의 인프라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 만큼, 해당 영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 형태의 수익이 다양하게 개발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탄소 절감 활동에 꾸준히 참여한 사람은 대중교통 바우처를, 지역 사회의 고독 노인 돌봄 봉사를 한 사람은 지역 화폐를 지급받는 식이다.
세계관 설계자는 바로 이 ‘기여 노동 수익’ 개념을 자신의 커뮤-니티에 선도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 커뮤니티 내에서 긍정적인 활동(신규 유저 돕기, 악성 유저 신고, 유용한 정보 공유 등)을 한 구성원에게, 세계관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한 재화나 혜택(바우처)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는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행위 자체가 보상받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돈을 넘어선 새로운 차원의 경제 활동을 창조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다룬 세계관들이 주로 소속(기본 단위), 역할(사회적 역할), 생존(경제 활동)과 관련되어 있다면, ‘개인적 추구 유니버스’는 한 개인이 오롯이 자신의 즐거움, 성장, 그리고 정체성 표현을 위해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몰입하는 세계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의 신규 세계관이 가장 강력한 연결점을 찾을 수 있다.
우리가 새로운 세계관을 창조하고 사람들을 초대하는 모든 노력은, 결국 이 낯선 세계가 그들의 삶에 들어갈 만한 가치가 있음을 증명하는 과정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들이 이미 사랑하고 익숙해져 있는 기존의 ‘개인적 추구 유니버스’의 작동 방식을 '모사(Emulate)'하여, 새로운 세계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자연스럽게 수용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래의 세계관들은 그 모사를 위한 훌륭한 청사진이 된다.
이것은 우리가 만들려는 세계관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인접 세계관이다. 이곳의 주민들은 이미 ‘세계관’이라는 개념 자체에 익숙하다. 그들은 가상의 규칙을 배우고, 캐릭터에 감정을 이입하며, 커뮤니티 안에서 소통하는 법을 안다. ‘레벨 업’, ‘퀘스트’, ‘길드’, ‘떡밥 해석’과 같은 게임적 문법이나, ‘최애’, ‘입덕’, ‘총공’과 같은 팬덤의 언어를 모사하는 것은, 이들에게 “이곳은 당신이 놀던 방식과 같아요”라는 가장 확실하고 친숙한 환영 인사를 건네는 것과 같다.
‘다이어터’나 ‘헬창’으로 대표되는 이 세계관은, '‘수치화된 성장’'과 '‘자기 통제’'라는 강력한 규칙으로 움직인다. 몸무게, 체지방률, 3대 운동 중량(벤치프레스, 스쿼트, 데드리프트의 총합) 등 명확한 수치를 통해 어제의 나보다 나아졌음을 증명하고, 식단을 기록하고 운동 루틴을 지키며 스스로를 통제하는 데서 큰 성취감을 얻는다. 당신의 세계관이 캐릭터의 ‘경험치’나 ‘평판 점수’ 같은 수치적 성장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그것은 이 건강/웰빙 유니버스의 주민들에게 매우 직관적이고 매력적인 방식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이 세계관의 핵심은 ‘성장’과 ‘목표 달성’이라는 서사다. 어학 공부, 자격증 취득, 새로운 기술 습득 등, 구성원들은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세우며, 꾸준한 노력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 당신의 세계관이 유저에게 ‘도전 과제(Achievement)’ 시스템이나 ‘스킬 트리’ 같은 것을 제공한다면, 이는 자기계발 유니버스의 주민들에게 익숙한 ‘성장의 경로’를 제시하는 것과 같다. 그들은 당신의 세계관을 단순히 즐기는 것을 넘어, 자신을 성장시키는 또 하나의 ‘프로젝트’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이 세계관들은 '‘수집’과 ‘탐험’'이라는 공통된 키워드를 가진다. 여행자는 새로운 장소의 ‘경험’을 수집하고, 수집가는 희귀한 아이템을, 문학 애호가는 인상 깊은 문장과 이야기를 수집한다. 그들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자신만의 컬렉션을 완성하며, 그 경험을 타인과 공유(자랑)하는 데서 큰 기쁨을 느낀다. 당신의 세계관에 탐험할 수 있는 넓은 맵, 수집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도감 시스템), 혹은 발견해야 할 숨겨진 이야기들이 풍부하다면, 이 세계관의 주민들은 당신의 세계를 기꺼이 자신들의 다음 ‘수집 목록’에 추가할 것이다.
이 세계관은 '‘무조건적인 사랑’과 ‘책임감 있는 돌봄’'을 기반으로 한다. 반려인은 자신의 반려동물에게 헌신하며, 그 성장을 지켜보고, 교감하는 과정에서 깊은 정서적 만족을 얻는다. 만약 당신의 세계관이 유저가 애정을 쏟아 키울 수 있는 대상(펫, 파트너 캐릭터, 자신만의 작은 영지 등)을 제공한다면, 이는 반려동물 유니버스의 주민들이 가진 ‘돌봄의 욕구’를 강력하게 자극할 수 있다. 그들은 당신이 만든 대상을 단순한 시스템이 아닌, 자신이 책임져야 할 소중한 존재로 여기게 될 것이다.
Part 1에서 우리는 한 사람이 오가는 다양한 세계, 즉 유니버스의 종류를 살펴보았다. 이제 우리는 렌즈를 더 깊이 줌인하여, 그 세계 안에서 살아가는 구체적인 행위자, 바로 '‘캐릭터(페르소나)’'를 다루고자 한다. 세계를 만든다는 것은 결국 그 세계의 주민, 즉 새로운 캐릭터가 살아갈 무대를 제공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가정’은 작은 곳이고, 그 안에서 ‘주부’는 단일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이는 현실과 다르다. 한 명의 주부는 가정 내에서 요리사이자 경제 관리자, 교육자이자 건강 관리사, 그리고 심리 상담사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복합적인 존재다. 심지어 1인 가구라 해도 이 역할의 총량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역할을 혼자 감당해야 하기에, 특정 역할의 결핍은 곧 삶의 결핍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우리 내면에는, 마치 국가를 운영하는 정부의 장관 내각처럼, 각자의 전문 분야를 책임지는 수많은 캐릭터들이 존재한다. 이 '‘마음속 내각’'이 균형 있게 작동할 때, 우리는 비로소 안정되고 충만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다양한 캐릭터들을 명확히 분별하고 식별하는 작업은, 단순히 심리학적 탐구를 넘어 새로운 사업과 비즈니스 모델(BM)을 발굴하는 거대한 기회의 장이다. 당신이 만들려는 세계관과 커뮤니티가 어떤 캐릭터의 결핍된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지, 혹은 어떤 캐릭터에게 새로운 임무와 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성공의 핵심이다.
이 파트의 목표는, 세계관 설계자가 잠재적 주민들의 마음속 내각에 어떤 캐릭터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그들을 위해 어떤 새로운 캐릭터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아래에 이어질 방대한 캐릭터 목록은, 당신의 세계관이 말을 걸어야 할 바로 그 ‘누군가’를 찾는 데 유용한 지도가 될 것이다.
가정 유니버스는 한 개인이 태어나 가장 먼저 속하게 되는 원초적인 세계다. 이곳의 캐릭터들은 혈연과 정서적 유대를 기반으로 하며, 사랑과 의무, 희생과 갈등이라는 복합적인 관계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다.
부모
자녀를 양육하고 보호할 절대적인 책임을 지닌 역할이다. 이들의 핵심 동기는 자녀의 성장과 안녕이며, 이를 위해 자신의 자원을 기꺼이 희생한다. 이 캐릭터를 인용할 때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헌신이라는 강력한 감정적 코드를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시대 변화에 따라 ‘희생적인 어머니’, ‘권위적인 아버지’ 같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친구 같은 부모, 함께 성장하는 부모 등 다양한 형태의 부모상을 고려해야 한다.
자녀
부모로부터 보살핌을 받는 동시에, 성장하며 독립을 추구하는 이중적인 위치에 있다. 이들의 세계는 ‘순응’과 ‘반항’ 사이의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캐릭터에 말을 걸 때는, 부모 세대로부터의 이해와 동시에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싶은 독립의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배우자 / 파트너
혈연이 아닌, 선택으로 맺어진 가장 가까운 수평적 관계다. 사랑, 신뢰, 동반자 의식을 핵심 가치로 삼으며, 가정 내에서 가장 긴밀한 협력자이자 때로는 가장 치열한 갈등의 상대가 되기도 한다. 이 역할을 인용할 때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삶의 동반자로서 겪는 현실적인 문제(경제, 육아, 가사 분담)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서사를 활용할 수 있다.
형제 / 자매
같은 부모 아래서 성장하며 애정과 경쟁이라는 복합적인 감정을 공유하는 관계.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 될 수 있는 독특한 위치다. 이들의 관계성은 ‘경쟁과 협력’, ‘질투와 우애’라는 흥미로운 갈등 구조를 제공한다.
가장 / 주 소득원
전통적으로는 주로 아버지가 맡았던 역할이지만, 현대에는 성별과 무관하게 가정의 경제적 책임을 가장 크게 지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 캐릭터는 ‘책임감’과 ‘압박감’이라는 강력한 동기를 가지며,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는 경향이 있다. 이들에게는 ‘성공’과 ‘안정’이라는 키워드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주부 / 가사 관리자
가정이라는 공간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노동을 수행하는 역할. 요리, 청소, 정리뿐만 아니라 가족의 일정을 조율하고 물품을 관리하는 등, 가정의 ‘최고운영책임자’에 가깝다. 이 캐릭터를 인용할 때는, 그들의 노동 가치를 존중하고, 반복되는 가사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는 ‘효율성’과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정 경제 관리자
가계의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고, 저축과 투자를 계획하는 ‘최고재무책임자’ 역할이다. 이 캐릭터는 ‘절약’, ‘가성비’, ‘미래 대비’와 같은 키워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들에게는 가족의 미래를 더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약속이 강력한 소구점으로 작용한다.
교육 담당자 / 학부모
주로 자녀의 교육과 성장을 책임지는 역할로, 부모 캐릭터의 전문화된 형태다. 이들은 정보력과 네트워크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자녀의 성공을 위해 끊임없이 학습하고 경쟁한다. ‘맘카페’로 대표되는 이 세계관은, 교육 정보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의 여론을 주도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다.
건강 관리자
가족 구성원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돌보는 역할. 식단을 짜고, 예방 접종 일정을 챙기며, 아픈 가족을 간호한다. 이 캐릭터에게는 ‘안전’, ‘건강’, ‘웰빙’과 같은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돌봄 제공자
건강 관리자에서 더 나아가, 영유아, 노인, 환자 등 특별한 보살핌이 필요한 가족 구성원을 전담하여 돌보는 역할이다. ‘희생’과 ‘헌신’의 이미지가 강하며, 동시에 자신의 삶이 소진되는 것에 대한 깊은 고민을 안고 있다. 이들에게는 ‘위로’와 ‘잠시의 휴식’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적인 접근법이다.
가족 상담사 / 갈등 중재자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이 발생했을 때, 양측의 이야기를 듣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역할이다. 뛰어난 공감 능력과 소통 능력을 필요로 하며,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행사 기획자
가족의 생일, 기념일, 명절 등 크고 작은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역할. 이 캐릭터는 ‘기쁨’, ‘추억’, ‘함께하는 즐거움’이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완벽한 행사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친척 / 며느리 / 사위
핵가족을 넘어 더 넓은 친족 관계망 속에서 부여받는 역할. ‘의무’와 ‘도리’라는 규칙이 강하게 작용하며, 때로는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특정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복잡한 관계 속에 놓인다.
동거인 / 룸메이트
혈연이 아닌, 필요와 합의에 의해 주거 공간을 공유하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 이들은 전통적인 가족의 의무에서는 자유롭지만, 공동 생활의 규칙과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하는 ‘사회적 계약 관계’에 있다. 이 캐릭터는 현대 도시의 개인화된 삶의 방식을 반영하는 중요한 모델이다.
1인 가구 유니버스는 전통적인 가족 구조에서 벗어나, 한 개인이 자신의 주거 공간을 중심으로 구축하는 독립적인 세계다. 이곳의 캐릭터들은 다인 가구에서 분업화되었을 다양한 역할들을 혼자서 수행하며, 이를 통해 고도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발휘한다.
독립 생활인
1인 가구의 가장 기본적인 페르소나. 식료품 구매, 요리, 청소, 공과금 납부, 간단한 수리까지 모든 생존 과제를 혼자 해결하는 자립적인 캐릭터다. 이들에게는 ‘효율성’과 ‘가성비’가 중요한 가치이며, 복잡한 문제(세금 계산, 이사 등)를 간단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서비스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홈 이코노미스트
한정된 예산 내에서 최적의 소비와 저축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자신의 삶의 ‘최고재무책임자’다. 단순히 돈을 아끼는 것을 넘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최적의 재무 포트폴리오(예적금, 주식, 보험 등)를 구성하려는 욕구를 가진다. 재테크 정보, 할인 혜택, 합리적인 구독 서비스 등에 민감하다.
미니멀리스트
소유물을 최소화하여 정신적 자유와 공간의 여유를 추구하는 캐릭터. 이들에게 물건은 기능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으며, ‘비움’과 ‘정리’ 자체가 중요한 가치다. 하나의 물건으로 여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다용도 제품이나,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 디지털 서비스에 매력을 느낀다.
맥시멀리스트
미니멀리스트의 반대 지점에 서 있는 캐릭터로, 특정 분야의 물건(책, 음반, 피규어, 의류 등)을 최대한 수집하고 전시함으로써 만족과 정체성을 표현한다. 이들에게 집은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역사를 보여주는 ‘개인 박물관’이다. 한정판, 컬렉션, 효율적인 수납 솔루션 등에 강하게 끌린다.
셀프 케어 전문가
타인의 방해 없이 오롯이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돌보는 데 집중하는 역할.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내면의 안정을 추구한다. 이들에게 집은 가장 완벽한 ‘리트리트(휴양지)’다. 명상, 요가, 입욕, 아로마 테라피 등 자신을 돌보는 행위 자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자신의 취향을 100% 반영하여 공간을 꾸미고 창조하는 예술가. 가구 배치, 소품 선택, 조명 활용 등을 통해 자신만의 안식처이자 표현의 장을 만든다. 이들에게 집은 끊임없이 개선하고 가꾸어 나가는 ‘캔버스’와 같다.
홈 엔터테이너
집을 최고의 놀이와 유흥의 공간으로 만드는 역할. 최신 OTT 시리즈를 정주행하고, 고사양 게이밍 환경을 구축하며, 고음질 음악 감상 시스템을 갖추는 등 집에서의 즐거움을 극대화한다. 이들은 최적의 몰입 경험을 제공하는 고품질의 장비와 서비스에 기꺼이 투자한다.
홈 카페 바리스타 / 홈 바텐더
외부에서 사 먹는 것을 넘어, 자신이 원하는 최상의 음료 경험을 집에서 구현하려는 전문가. 원두를 직접 고르고, 칵테일을 제조하며, 그 과정을 SNS에 공유하는 등 취미를 전문성의 영역으로 끌어올린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결과물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지적 만족감이다.
집순이 / 집돌이
집을 외부 세계로부터의 완벽한 피난처이자 안식처로 여기는 역할. 모든 사회적 활동과 에너지 소모 후, 오직 집에서만 완전한 회복과 평화를 얻는다. 이들에게 집은 ‘성역’이며, 집에서의 편안함을 극대화해주는 모든 것(편안한 잠옷, 배달 음식, 안락한 소파 등)에 높은 가치를 둔다.
독립적 미래 설계자
결혼이나 전통적인 가족 구성과 무관하게, 자신의 노후, 커리어, 자산 증식 등 장기적인 미래 계획을 주도적으로 세우는 캐릭터. 이들은 현재의 만족만큼이나 미래의 안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자기계발, 사이드 프로젝트, 연금 및 보험 관리에 적극적이다.
느슨한 연대 주도자
혈연이나 지연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이 맞는 사람들과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새로운 형태의 관계망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역할. 이들은 물리적으로는 혼자 살지만, 정서적으로는 여러 ‘취향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으며, 이 관계망을 통해 정보와 지지를 얻는다.
직장 유니버스는 현대인의 삶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점유하는, 생존과 자아실현이 교차하는 치열한 세계다. 이곳의 캐릭터들은 ‘성과’와 ‘직급’이라는 규칙 속에서 복잡한 협력과 경쟁을 학습한다. 이들이 가진 경험은 당신의 새로운 세계관에 깊이와 현실감을 더해줄 강력한 설계 자산이다. 세계관 설계자는 이들의 익숙한 경험을 ‘모사’함으로써, 낯선 세계관의 진입 장벽을 극적으로 낮출 수 있다.
신입사원, 인턴
명확한 '‘온보딩(Onboarding) 프로세스’'와 '‘튜토리얼 퀘스트’'에 익숙하다. 그들은 선배나 사수로부터 업무를 배우고, 작은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조직의 규칙을 익히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낀다. 따라서 설계자는 새로운 세계관에 처음 진입한 유저를 위해, 친절한 ‘선배 캐릭터(NPC 또는 기존 유저)’를 멘토로 붙여주는 시스템이나, 커뮤니티의 기본 규칙과 문화를 익힐 수 있는 간단한 ‘환영 미션’들을 제공할 수 있다. 이 흐름은 유저가 낯선 세계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안정적으로 정착하게 만든다.
실무자(대리-과장급)
‘KPI(핵심 성과 지표)’'와 ‘프로젝트 관리’ 시스템에 단련되어 있다. 명확한 목표, 정해진 기한, 그리고 성과에 따른 보상이라는 사이클에 따라 움직이는 데 익숙하다. 설계자는 이 경험을 모사하여, 세계관 내에 ‘주간 퀘스트’, ‘월간 도전 과제’와 같이 명확한 목표와 보상이 주어지는 반복 가능한 콘텐츠를 설계할 수 있다. 유저들은 이 시스템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자신의 성과를 증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중간 관리자(팀장-부장급)
‘자원 분배’'와 '‘팀 빌딩’'에 있다. 한정된 예산과 인력을 가지고 최적의 성과를 내고, 팀원들의 강점을 파악하여 적절한 역할을 부여하는 전략적 사고에 능숙하다. 설계자는 길드나 클랜 같은 커뮤니티 단위의 콘텐츠를 만들 때, 길드장에게 ‘길드 자원 관리’, ‘공격대원 포지션 지정’과 같은 권한을 부여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다. 예를들어 관리자 경험이 있는 유저에게 자신의 리더십과 경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흥미로운 무대를 제공한다.
경영자, 창업가
'‘시장 분석’'과 ‘비전 제시’, 그리고 '‘리스크 감수’'에 익숙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직의 방향을 결정하고, 그 결과에 모든 책임을 진다. 설계자는 세계관 전체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대규모 이벤트나 ‘서버 대항전’ 같은 콘텐츠를 기획할 때 이들의 경험을 참조할 수 있다. 여러 세력이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고, 각 세력의 리더가 외교, 전쟁, 자원 거래 등 전략적인 결정을 내리게 하는 시스템은, 이들에게 당신이 만든 세계를 하나의 거대한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즐기게 만들 것이다.
프리랜서, 계약직
'‘평판 시스템’'과 '‘포트폴리오 관리’'의 중요성을 몸으로 체득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생존은 오직 자신의 실력과 신뢰도에 달려 있다. 설계자는 이 경험을 모사하여, 커뮤니티 내에 ‘의뢰 게시판’을 만들거나 유저의 기여도(창작, 공략 작성 등)가 프로필에 누적되어 공개되는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다. 유저들이 자신의 ‘평판’을 높이기 위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여 커뮤니티 전체를 풍요롭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이직 준비생
'‘탐색’과 ‘선택’'의 과정이다. 그들은 여러 조직의 가치와 비전을 비교하고, 자신의 이력서를 제출하며, 면접이라는 시험을 통과하여 새로운 곳에 합류한다. 설계자는 이 익숙한 절차를 모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의 세계관 내 여러 ‘기사단(길드)’이 각자의 강점과 요구 조건을 공고하고, 유저는 자신의 능력치를 증명하는 ‘시험’을 통과하여 원하는 기사단에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이직 경험이 있는 유저는 이 과정을 전혀 낯설어하지 않고, 오히려 신중하고 전략적으로 자신의 소속을 선택하는 깊은 몰입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학교/학업 유니버스는 대부분의 사람이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겪는 성장 서사의 핵심 무대다. 이곳은 ‘성적’과 ‘서열’이라는 명확한 규칙과, ‘선배’와 ‘후배’라는 관계 속에서 사회의 축소판을 경험하는 공간이다. 이 시기의 강렬한 경험은 성인이 된 후에도 깊이 각인되어 있어, 새로운 세계관의 규칙을 설명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참조점이 된다.
학생 / 수험생
본질적으로 '‘레벨 업’과 ‘랭킹 시스템’'에 대한 깊은 이해를 담고 있다. 이들은 정해진 커리큘럼(퀘스트)을 따라 지식을 습득하고(경험치 획득), 주기적인 시험(레이드)을 통해 자신의 성취도를 점수(전투력)로 확인하며, 전국 등수(랭킹)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익숙하다. 따라서 설계자는 캐릭터의 성장 시스템을 설계할 때, 이 익숙한 ‘학년 상승’과 ‘성적표’의 메커니즘을 모사할 수 있다. ‘1학년 마법사 → 2학년 마법사’로 진급하는 시스템이나, 특정 과제를 완료하면 ‘A+’ 등급의 보상을 주는 방식은 이들에게 매우 직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모범생과 우등생
효율적인 학습법(공략집)을 찾고, 시간 관리(자원 관리)에 능숙하며, 성취 자체에서 큰 만족을 얻는다. 설계자는 이들의 경험을 모사하여, 세계관 내에 숨겨진 ‘히든 퀘스트’나 ‘심화 과정’을 만들어, 도전적인 과제를 해결하고 높은 순위를 기록하는 데서 기쁨을 느끼는 유저들을 위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과대표 / 학생회 / 동아리 임원
‘소규모 조직 운영’'과 '‘이벤트 기획’'에 대한 실무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한정된 예산으로 MT나 축제를 기획하고, 의견이 다른 구성원들을 조율하며,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경험을 해보았다. 설계자는 길드나 클랜 시스템을 만들 때, 이들의 경험을 참조할 수 있다. 길드장에게 ‘길드 이벤트 기획 권한’이나 ‘신입 부원 모집 및 교육’과 같은 역할을 부여한다면, 이들은 자신이 경험했던 익숙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커뮤니티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복학생 / 편입생
'‘중간 합류’'와 '‘적응’'의 서사다. 이들은 이미 형성된 관계망과 문화 속에 뒤늦게 합류하여, 자신의 자리를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설계자는 이 경험을 모사하여, 게임의 서비스 중간에 유입되는 신규 및 복귀 유저들을 위한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복학생 선배가 도와주는 적응 퀘스트’나, 특정 기간 동안 빠른 성장을 지원하는 ‘점핑 이벤트’는 이들이 겪었던 현실의 어려움을 시스템적으로 해결해주어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다.
대학원생 / 연구자
특정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전문가’'이자 '‘탐구자’'다. 이들은 하나의 주제에 대해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자신만의 이론을 세우며, 학회에서 동료들과 토론하는 데 익숙하다. 28-1에서 다룬 ‘지식 체계’ 다이얼은 바로 이들의 경험과 직결된다. 설계자가 세계관 곳곳에 파편화된 로어를 숨겨두었다면, 이 연구자 캐릭터의 경험을 가진 유저들은 누구보다 먼저 그 단서들을 수집하고, 커뮤니티라는 학회에서 자신의 ‘논문(해석 글)’을 발표하며 지적 유희의 장을 열어갈 것이다.
팬덤 유니버스는 우리가 만들려는 세계관과 가장 구조적으로 유사한 인접 세계관이다. 이곳의 주민들은 특정 대상(아이돌, 배우, 작품 등)에 대한 강력한 애정을 기반으로 자발적으로 모이며, 외부인은 이해하기 힘든 고유한 언어와 규칙, 그리고 경제 시스템을 스스로 만들어나간다. 이들의 행동 패턴과 역할 분화는, 당신의 커뮤-니티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가장 생생한 교본이다.
'입문 팬(뉴비)'과 '코어 팬(고인물)
모든 커뮤니티에 '‘성장 경로’'와 '‘지식 격차’'가 자연스럽게 발생함을 보여준다. 입문 팬은 방대한 정보를 어디서부터 학습해야 할지 막막함을 느끼며, 이들을 위한 체계적인 ‘가이드’나 ‘튜토리얼’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반면, 코어 팬은 그들만이 아는 역사와 암묵적 지식을 통해 소속감을 느끼지만, 자칫 새로운 팬의 유입을 막는 ‘장벽’이 될 수도 있다. 설계자는 이 두 집단 사이의 건강한 정보 교류(코어 팬이 입문 팬을 돕는 시스템)를 유도해야 한다.
'팬픽/팬아트 작가(금손)'와 굿즈 제작자
팬덤이 단순한 소비 집단이 아닌, '‘2차 창작 생태계’'를 가진 생산적인 커뮤니티임을 증명한다. 이들은 공식 콘텐츠가 제공하지 않는 빈틈을 자신들의 상상력과 재능으로 채우며, 세계관을 무한히 확장시킨다. 설계자는 이들의 창작 활동을 존중하고 장려해야 한다. 공식 플랫폼에 그들의 작품을 전시할 ‘갤러리’를 마련하거나, 2차 창작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제시하여 안정적인 창작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커뮤니티의 문화적 자산을 풍부하게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총공팀/투표팀
팬덤이 어떻게 공동의 목표를 위해 '‘조직적인 캠페인’'을 수행하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모델이다. 이들은 목표 설정, 전략 수립, 역할 분담, 자원(계정, 자금) 모집 등 마치 하나의 프로젝트 팀처럼 움직인다. 설계자는 28-6에서 다룬 ‘집단 과제 제시’를 기획할 때, 이들의 행동 방식을 모사할 수 있다. 명확한 목표(‘온라인 투표 1위 달성’), 실시간 현황판, 그리고 참여를 독려하는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제공한다면, 팬들은 자발적으로 이러한 팀을 꾸려 당신의 캠페인을 성공으로 이끌 것이다.
번역러/자막러와 데이터 아카이버
팬덤 내에서 '‘정보의 접근성’'과 '‘역사의 보존’'이라는 핵심적인 인프라를 책임지는 역할이다. 번역러는 언어의 장벽을 허물어 세계관의 확장에 기여하고, 아카이버는 흩어져 있는 모든 활동(영상, 사진, 글)을 체계적으로 기록하여 공동의 기억을 보존한다. 설계자는 이들의 기여가 얼마나 중요한지 인지하고, 그들의 활동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주어야 한다. ‘공식 번역 파트너’로 지정하거나, 그들이 구축한 아카이브를 ‘공식 역사 기록관’으로 링크해주는 것은, 이들의 헌신에 대한 최고의 보상이자 커뮤니티 전체를 위한 투자다.
'해석가(궁예)'
팬덤의 지적 유희를 이끄는 '‘탐구자’'다. 이들은 공식 콘텐츠에 숨겨진 복선이나 상징(떡밥)을 찾아내고, 자신만의 이론을 세우며, 팬덤 전체의 토론을 활성화시킨다. 28-4에서 다룬 ‘파편화된 서사’는 바로 이 해석가들이 뛰어놀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는 작업이다. 설계자가 의도적으로 남겨둔 작은 단서 하나가, 이들에 의해 수십, 수백 개의 흥미로운 이야기로 재탄생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건강/웰빙 유니버스는 자신의 신체와 정신을 더 나은 상태로 만들려는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세계다. 이곳의 캐릭터들은 '‘데이터 기록’, ‘자기 통제’, ‘점진적 성장’'이라는 매우 명확하고 강력한 규칙에 따라 움직인다. 이들이 가진 경험은, 당신의 새로운 세계관에 유저의 꾸준한 참여를 유도하고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 결정적인 힌트를 제공한다.
다이어터와 헬스/운동 마니아
'‘수치화된 성장’'의 힘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들은 몸무게, 체지방률, 근육량, 3대 운동 중량 등 객관적인 데이터로 자신의 노력을 끊임없이 측정하고 기록한다. 어제의 나보다 단 1kg이라도 더 들어 올리는 것에서 큰 성취감을 느끼며, 이 작은 성공의 기록이 꾸준함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된다. 설계자는 이 경험을 모사하여, 캐릭터의 성장(레벨, 스탯, 평판)을 직관적인 수치로 보여주고, 유저의 모든 활동이 의미 있는 데이터로 기록되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경험치 바’나 ‘업적 달성률’ 같은 시스템은 바로 이들의 심리를 겨냥한 것이다.
요기/명상가와 셀프케어 신봉자
외부의 경쟁보다는 '‘내면의 안정’'과 '‘꾸준한 수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들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명상을 하거나, 자신만의 스킨케어 루틴을 지키는 등, 반복적인 ‘의식(리추얼)’을 통해 안정감을 얻고 스스로를 돌본다. 설계자는 이 경험을 모사하여, 매일 특정 시간에만 열리는 이벤트나, 꾸준히 참여했을 때 특별한 보상을 주는 ‘출석 체크’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유저가 당신의 세계관에 접속하는 행위 자체를, 하루를 시작하거나 마감하는 편안하고 의미 있는 의식으로 만들 수 있다.
비건/채식주의자나 금연/금주 도전자
강력한 '‘신념’'과 '‘정체성’'을 기반으로 행동한다. 이들은 단순히 건강을 넘어, 윤리적, 철학적 가치를 실천하며, 때로는 주류 문화의 유혹이나 몰이해에 맞서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형성되는 소수자로서의 연대감은 매우 강력하다. 설계자는 세계관 내에 뚜렷한 철학을 가진 ‘팩션’을 설계할 때 이들의 경험을 참조할 수 있다. 다수의 선택과는 다른 길을 걷는 소수 팩션을 만들고, 그들만이 공유하는 가치와 신념을 부여한다면, 특정 성향의 유저들은 강한 소속감을 느끼며 이 팩션에 기꺼이 합류할 것이다.
영양제 전문가나 만성질환 관리자
방대한 정보를 '‘학습’'하고,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조합(테크트리)’'을 찾아내는 데 익숙하다. 이들은 수많은 영양제 성분을 비교 분석하여 자신만의 복용 루틴을 만들거나,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춰 생활 습관을 정교하게 조절한다. 설계자는 복잡한 ‘스킬 트리’나 ‘아이템 조합’ 시스템을 만들 때 이들의 경험을 모사할 수 있다.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고, 수많은 변수를 고려하여 자신만의 최적화된 해법을 찾아내는 과정은, 이들에게 자신의 지식과 분석 능력을 증명하는 즐거운 도전이 될 것이다.
취미/여가 유니버스는 개인이 오롯이 ‘즐거움’을 추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몰입하는 세계다. 이곳의 캐릭터들은 의무나 생존이 아닌, 순수한 열정과 호기심을 동력으로 삼는다. 이들이 가진 다채로운 행동 패턴과 욕망은, 당신의 세계관을 더 재미있고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핵심적인 아이디어의 보고다.
게이머
이들은 현대의 가장 정교한 가상 세계관에 이미 익숙한 집단으로, '‘규칙 학습’, ‘성장 시스템’, ‘커뮤니티 협력’'이라는 세 가지 핵심 경험을 내재하고 있다. 이들의 핵심 정서는 ‘성취감’과 ‘경쟁심’이며, 효율적인 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다. 복잡한 게임 시스템을 빠르게 이해하고, 캐릭터를 성장시키며, 다른 플레이어와 길드를 만들어 협력하는 데 능숙하다. 이들의 성장은 레벨, 아이템, 랭킹 등 명확한 수치를 통해 이루어지며, 지식체계는 게임의 메커니즘, 최적화 빌드(테크트리), 공략법 등 매우 체계적이고 분석적인 정보로 구성된다. 특히 오덕, 히키코모리, 은둔형으로 오인되는 집단이 사회성이 떨어지거나 하는 경우에도 게임에 대한 지식이 탁월하여 다소 복잡한 시스템적 규칙들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만하다. 즉, 게임과 비슷하다면 매우 복잡한 스킬, 성장, 상호작용을 모두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캠퍼/백패커, 낚시꾼, 등산객
이들은 '‘탐험’과 ‘정복’'의 서사를 추구하는 야외 활동가다. 핵심 정서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어려움을 극복했을 때의 ‘만족감’이다. 이들은 예측 불가능한 자연환경 속에서 자신의 기술과 경험을 시험하는 것을 가치 있게 여기며, 지도, 날씨, 장비 등 '‘환경 적응 및 생존 시스템’'에 익숙하다. 이들의 성장은 더 험난한 곳을 정복하거나 희귀한 목표(월척, 절경)를 달성하는 경험을 통해 이루어지며, 지식체계는 지형, 동식물, 생존 기술 등 매우 실용적이고 경험적인 정보로 이루어진다.
영화/드라마 평론가, 음악 감상가/DJ, 독서가/서평가
이들은 콘텐츠를 단순히 소비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큐레이션’'하려는 욕구를 가진다. 핵심 정서는 ‘지적 만족감’과 ‘미적 쾌감’이며, 자신만의 깊이 있는 취향과 분석력을 인정받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삼는다. 이들은 평점 시스템, 리뷰 플랫폼, 추천 알고리즘 등 '‘가치 평가 및 공유 시스템’'에 익숙하다. 이들의 성장은 자신의 해석이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얻거나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을 때 이루어지며, 지식체계는 작품의 역사, 비평 이론, 감독이나 작가의 스타일 등 깊이 있는 인문학적 소양을 포함한다.
식도락가/맛집 탐방가, 요리사/베이커
이들은 '‘경험의 수집’'과 '‘창조의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한다. 맛집 탐방가의 핵심 정서는 새로운 맛에 대한 ‘탐구심’이며, 요리사의 핵심 정서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창조의 기쁨’이다. 이들은 레시피, 식재료의 조합, 조리 도구의 활용 등 '‘조합과 변형의 시스템’'에 익숙하다. 맛집 탐방가는 더 희귀하고 맛있는 경험을 수집함으로써 성장하고, 요리사는 더 어렵고 맛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냄으로써 성장한다. 이들의 지식체계는 전 세계의 요리법, 식재료의 특성, 맛의 원리 등 감각적이고 경험적인 지식으로 구성된다.
수집가(피규어, 레코드 등)와 ‘장비병 환자’
이들은 '‘컬렉션 완성’'이라는 목표에 강하게 이끌린다. 핵심 정서는 ‘소유욕’과 ‘완벽 추구’이며, 아이템의 실용적인 가치보다 그것의 희소성, 시리즈의 일부라는 상징적 의미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들은 한정판, 등급, 세트 효과 등 '‘희소성 기반의 분류 시스템’'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들의 성장은 컬렉션의 목록(도감)을 채워나가거나, 더 희귀하고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획득하는 것을 통해 이루어지며, 지식체계는 각 아이템의 발매 정보, 진품 구별법, 시세 등 매우 전문적이고 시장 중심적인 정보로 구성된다. 풀옵션과 최고급을 좋아한다.
온라인/디지털 유니버스는 현대인들이 물리적 제약을 넘어 소통하고 정체성을 표현하는 광활한 세계다. 하지만 이곳의 캐릭터들은 물질, 사회, 관계 등 복잡한 시스템을 동반하는 다른 세계관의 캐릭터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디지털 캐릭터들은 매우 적은 양의 데이터, 즉 낮은 ''바이트(Byte)''로 소통한다. 짧은 문자 메시지, 작은 이미지 파일, 몇 초의 영상 클립이 그들의 언어다.
이러한 극단적인 정보 압축은 필연적으로 편집증(Paranoia)적인 성향을 낳는다. 제한된 정보 속에서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고, 숨겨진 의미를 해석하며,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세계의 소통과 반응은 매우 '상징적이고 절차화(시퀀스화)'된 양상을 띤다.
유튜버/스트리머, SNS 인플루언서, 블로거
이들은 '‘관심’'을 핵심 자원으로 삼는 콘텐츠 생산자다. 이들의 핵심 정서는 자신의 창작물을 통해 타인의 인정과 반응을 얻고자 하는 '‘표현 욕구’'와,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창작의 압박감’'이다. 이들은 ‘좋아요’, ‘구독자 수’, ‘조회수’와 같은 수치화된 반응 시스템에 매우 익숙하며, 이 수치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성장한다. 이들의 지식체계는 플랫폼의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대중의 트렌드를 읽으며, 시청자의 이목을 끄는 편집 기술과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구성된다.
커뮤니티 관리자 (완장)
이들은 질서를 유지하고 갈등을 중재하는 비공식적 권력자다. 낮은 바이트의 소통 환경에서는 오해와 갈등이 쉽게 증폭되기에, 이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핵심 정서는 커뮤니티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며, ‘공정성’과 ‘안정’을 중요한 가치로 삼는다. 이들은 커뮤니티 규칙을 적용하고, 분쟁을 조정하며, 새로운 구성원을 안내하는 '‘규제와 중재 시스템’'을 통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의 성장은 커뮤니티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활성화되는 것을 통해 이루어지며, 지식체계는 커뮤니티의 역사, 규칙, 그리고 구성원들의 성향에 대한 깊은 이해를 포함한다.
정보 검색 전문가
이들은 제한된 정보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탐정이다. 핵심 정서는 '‘호기심’'과 '‘지적 만족감’'이며, ‘정확성’과 ‘효율성’을 가치 있게 여긴다. 이들은 검색 엔진의 고급 검색 기능, 데이터베이스 활용, 정보 출처 교차 검증 등 '‘정보 수집 및 검증 시스템’'에 매우 능숙하다. 이들의 성장은 남들이 찾지 못하는 희귀하거나 중요한 정보를 발견하고 공유함으로써 커뮤니티 내에서 ‘전문가’로 인정받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눈팅족
이들은 최소한의 리스크로 정보를 습득하는 관찰자다. 핵심 정서는 '‘안전 추구’'와 '‘신중함’'이며, 직접적인 참여로 인한 잠재적 갈등이나 평판 하락의 위험을 회피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들은 직접 글을 쓰거나 댓글을 달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상호작용을 관찰하며 정보를 얻는 '‘비참여적 관찰 시스템’'에 익숙하다. 이들의 성장은 오랜 관찰을 통해 커뮤니티의 암묵적인 규칙과 신뢰할 수 있는 정보원을 파악한 후, 매우 드물게 핵심적인 질문이나 의견을 제시하여 인정을 받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악플러 / 키보드 워리어
이들은 익명성을 방패 삼아 공격적인 언어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파괴자다. 낮은 바이트 환경의 편집증을 극단적으로 악용하는 사례로, 단 몇 줄의 텍스트로 상대에게 심리적 타격을 입히는 데 능숙하다. 이들의 핵심 정서는 '‘분노’'와 '‘우월감 과시 욕구’'이며,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것을 가치로 삼지만 이들을 악당 혹은 해악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실제 작동원리는 타인을 콘텐츠로 삼는 방향성중 특히 흠과 실수를 발굴하는 식으로 다른 구성원을 압박하고 이탈시킴으로서 영향력을 획득한다는 것이다.
뉴스레터 구독자 / 발행자
이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신뢰할 수 있는 신호’'를 추구하는 자들이다. 구독자의 핵심 정서는 '‘안정감’'과 '‘지적 신뢰’'이며, 검증되지 않은 다수의 소음 대신 자신이 선택한 전문가의 정제된 정보만을 소비하는 것을 가치 있게 여긴다. 이들은 '‘큐레이션 시스템’'에 깊이 의존한다. 발행자는 자신의 전문성과 신뢰도를 바탕으로 성장하며, 구독자의 피드백을 통해 지식체계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는다.
금융/투자 유니버스는 미래의 불확실한 가치를 예측하고 현재의 자원을 베팅하는, 고도의 전략적 사고가 지배하는 세계다. 이곳의 캐릭터들은 '‘수익률’'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중심으로 움직이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과 '‘리스크’'에 대한 태도는 저마다 다르다.
주식/코인 투자자 (개미)
이들은 정보의 비대칭성과 예측 불가능한 시장 심리 속에서 생존하려는 개인 투자자다. 핵심 정서는 희망과 불안의 끊임없는 교차이며, 때로는 거대한 기관이나 보이지 않는 세력(‘고래’)에 대한 편집증적인 경계심을 보인다. 이들은 ‘대박(떡상)’이라는 가치를 추구하지만, 동시에 ‘쪽박(떡락)’을 피해야 한다는 생존 본능이 강하다. 따라서 이들은 기술적 분석(차트)과 커뮤-니티 정보 교환(주식 토론방)이라는 시스템에 깊이 의존한다. 이들의 지식체계는 각종 보조지표, 시장의 밈과 은어로 구성되며, 시장의 변동성을 직접 겪고 살아남는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
가치 투자자
이들은 단기적인 시장의 소음보다 대상의 본질적인 가치와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믿는 전략가다. 핵심 정서는 ‘인내’와 ‘확신’이며, ‘복리의 마법’과 ‘안전 마진’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이들은 재무제표 분석, 산업 동향 리서치, 경영진 평가 등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펀더멘털 분석’ 시스템에 익숙하다. 이들의 성장은 자신의 분석이 옳았음을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시장이 증명해줄 때 이루어지며, 지식체계는 경영학, 경제사, 투자 대가들의 철학 등 깊고 방대한 학문적 영역에 걸쳐있다.
단타 트레이더
이들은 짧은 시간 안의 작은 가격 변동을 이용하여 수익을 극대화하는 순발력의 대가다. 핵심 정서는 ‘긴장감’과 ‘짜릿함’이며, 장기적인 가치보다는 ‘유동성’과 ‘타이밍’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다. 이들은 분초 단위로 변하는 호가창을 읽고, 빠르게 판단하여 거래를 체결하는 '‘실시간 대응 시스템’'에 최적화되어 있다. 이들의 성장은 수많은 거래를 통해 승률을 높이고 자신만의 매매 기법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며, 지식체계는 기술적 분석, 시장 심리학, 그리고 무엇보다 반복적인 실전 경험으로 구성된다.
짠테크 실천가
이들은 고수익보다는 ‘절약’과 ‘자산 방어’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 리스크 회피형 캐릭터다. 핵심 정서는 ‘안정감’과 ‘알뜰함에서 오는 성취감’이다. 이들은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불필요한 지출을 최소화하며 작은 혜택(포인트, 할인쿠폰)이라도 최대한 활용한다. 이들은 가계부 앱, 카드사 혜택 비교, 공동 구매 등 '‘소비 최적화 시스템’'에 매우 능숙하다. 이들의 성장은 매달 정해진 목표 저축액을 달성하는 꾸준함을 통해 이루어지며, 지식체계는 각종 금융 상품의 금리, 세금 혜택, 프로모션 정보 등 매우 실용적인 생활 정보로 이루어져 있다.
경제 유튜버 추종자
이들은 복잡한 시장 정보를 스스로 분석하기보다,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나 인플루언서의 해석에 의존하여 투자 결정을 내리는 캐릭터다. 핵심 정서는 ‘신뢰’와 ‘소속감’이며, ‘시간 절약’과 ‘검증된 정보’를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이들은 특정 전문가의 콘텐츠를 구독하고, 그의 분석을 따르는 팬덤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정보 위임 시스템’'에 익숙하다. 이들의 성장은 자신이 선택한 리더의 예측이 맞아떨어지는 경험을 통해 강화되며, 지식체계는 그 리더가 제공하는 분석과 전망을 중심으로 구축된다.
반려동물 유니버스는 언어가 통하지 않는 타자와 깊은 정서적 유대를 맺고, 그 존재를 전적으로 책임지는 '‘비대칭적 돌봄 관계’'를 핵심으로 하는 세계다. 이곳의 캐릭터들은 ‘효율’이나 ‘성과’가 아닌, '‘무조건적인 사랑’과 ‘책임감’'이라는 강력한 동기로 움직인다.
집사 (고양이 반려인) / 견주 (강아지 반려인)
이들은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이자 삶의 동반자로 여기는 가장 보편적인 캐릭터다. 이들의 핵심 정서는 깊은 애정과 유대감이며, 반려동물의 행복과 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 이들은 사료 급여, 산책, 배변 처리 등 규칙적인 '‘돌봄 루틴’'이라는 시스템에 매우 익숙하며, 반려동물의 작은 행동이나 소리 같은 비언어적 신호를 해석하여 소통하는 데 능숙하다. 이들의 성장은 자신의 돌봄을 통해 반려동물이 건강하게 자라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확인하는 것에서 이루어지며, 지식체계는 주로 특정 품종의 특성, 사료 성분, 예방 접종과 같은 실용적인 양육 정보로 구성된다.
희귀동물 애호가
이들은 일반적인 반려동물을 넘어, 특정 종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과 전문성을 추구하는 매니아 캐릭터다. 이들의 핵심 정서는 자신의 전문성에 대한 ‘자부심’과 희소한 생물을 소유하고 완벽하게 관리하는 데서 오는 ‘지적 만족감’이다. 가치관의 중심에는 ‘희소성’과 ‘완벽한 환경 재현’이 있다. 따라서 이들은 온도, 습도, 조명까지 정밀하게 제어하는 고도로 통제된 사육 시스템에 익숙하다. 이들의 성장은 더 희귀한 종을 수집하거나 성공적으로 번식시키는 것을 통해 이루어지며, 지식체계는 학명, 유전학, 생태학 등 거의 학술적인 수준의 전문 정보를 포함한다.
유기동물 구조 활동가
이들은 개인적인 애착을 넘어, 버림받은 동물 전체를 구하려는 이타적인 활동가 캐릭터다. 이들의 핵심 정서는 ‘연민’과 ‘사명감’이며, 생명을 구조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이들은 구조, 임시보호, 치료, 입양 홍보로 이어지는 '‘구호 프로세스’'라는 시스템에 익숙하며, 여러 봉사자 및 단체와 협력하는 네트워크를 통해 활동한다. 이들의 성장은 한 마리의 생명이라도 더 구출하고 좋은 가족을 찾아주었을 때의 ‘보람’을 통해 이루어지며, 지식체계는 동물보호법, 질병 정보, 입양 절차 등 매우 현실적이고 실무적인 내용으로 구성된다.
펫푸드 전문가 / 훈련사
이들은 반려동물의 건강과 행동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개선하려는 전문가 캐릭터다. 이들의 핵심 정서는 문제 해결을 통해 얻는 ‘성취감’과 자신의 전문성에 대한 ‘자신감’이다. 이들은 ‘과학적 근거’와 ‘객관적 데이터’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는다. 따라서 이들은 영양 성분을 분석하여 최적의 식단을 설계하거나, 행동심리학에 기반하여 긍정 강화 훈련 계획을 세우는 등 데이터 기반의 분석 및 솔루션 시스템에 익숙하다. 이들의 성장은 반려동물의 건강 지표가 개선되거나 문제 행동이 교정되는 등, 측정 가능한 결과물을 통해 이루어지며, 지식체계는 영양학, 동물행동학 등 전문적인 학문 분야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사회운동/정치 유니버스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신념’'과 '‘대의명분’'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세계다. 이곳의 캐릭터들은 개인의 이익을 넘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자원을 기꺼이 투입한다. 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세상의 변화를 추구하며, 뚜렷하게 구분되는 정서와 가치관, 그리고 행동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사회운동가 / 활동가
이들은 현 상태가 '잘못되었다'는 강한 인식을 바탕으로 사명감, 정의감, 때로는 분노와 긴박감을 느낀다. 이 도덕적 의무감은 그들을 행동으로 이끌며, 단순히 목표를 달성하는 것보다 과정의 정당성을 더 중시하게 만든다. 연대, 포용, 비폭력, 풀뿌리 민주주의와 같은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며, 성공의 척도를 ‘더 많은 사람의 인식을 바꾸고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에 둔다. 따라서 이들은 캠페인 기획, 조직 운영, 대중 연설, 성명서 발표와 같은 ‘여론 형성’ 시스템에 익숙하며, 특정 사회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보고서, 법률 등)을 학습하고 현장 활동의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
열성 지지자
이들의 핵심 정서는 특정 대상(인물, 정당, 이념)에 대한 강한 소속감과 충성심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대상을 향한 거의 무조건적인 애정과 믿음을 가지고 있으며, 반대편에 대해서는 강한 적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승리’는 가장 중요한 가치이며, 우리 편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일부 과정의 문제나 흠결은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리’와 ‘단일대오’를 중요한 덕목으로 여기는 이들은, 팬덤과 유사한 집단행동 시스템, 즉 온라인상의 여론전, 투표 독려, 자발적인 홍보 활동에 매우 능숙하다. 이들의 지식체계는 우리 편의 논리를 강화하고 상대편의 논리를 반박하는 데 특화되어 있으며, 집단 내에서 통용되는 정보와 해석을 통해 신념을 강화하며 성장한다.
온라인 활동가 / 논객
이들은 온라인 공간을 주 무대로 활동하며, 자신의 지성과 논리를 가장 중요한 무기로 삼는다. 이들의 핵심 정서는 특정 이슈에 대한 ‘문제의식’과 자신의 분석을 통해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자 하는 욕구다. 이들은 물리적인 힘이나 조직력보다 ‘영향력’을 더 중요한 가치로 여기며, 날카로운 비평이나 긴 분석 글을 통해 여론을 형성하는 시스템에 익숙하다. 이들의 성장은 더 많은 ‘공감(좋아요)’과 ‘공유’를 통해 이루어지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끊임없이 데이터를 수집하고 논리를 연마하는 방식으로 지식체계를 구축한다.
자원봉사자
이들은 직접적인 보상보다는 ‘보람’과 ‘선의 실천’이라는 내적인 만족감을 동력으로 삼는 이타적인 캐릭터다. 이들의 핵심 정서는 ‘공감’과 ‘연민’이며, 공동체에 기여하는 것 자체를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이들은 대의를 위해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캠페인 현장에서 물품을 나르거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정리하는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의 성장은 더 많은 사람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다는 경험과, 공동체로부터 받는 ‘감사’와 ‘인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지금까지 우리는 한 사람의 내면을 구성하는 다양한 세계, 즉 인접 유니버스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무수한 캐릭터들을 긴 목록으로 살펴보았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혹은 팬덤 안에서, 우리는 각기 다른 규칙과 언어, 그리고 가치관을 따르며 살아간다.
이 방대한 목록을 마주한 독자는 어쩌면 이것이 특별한 ‘세계관 기법’이라기보다, 사실상 모든 창작과 기획의 역사 속에서 늘 해왔던 과정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은 정확하다. 애플이 아이폰의 잠금 해제 방식으로, 도시락 통을 ‘밀어서 여는’ 인류 공통의 경험을 모사했던 것처럼, 엘리베이터의 버튼이 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누르는’ 행위를 통해 기계를 조작한다고 믿는다. 이 모든 것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발명하는 대신, 사용자가 이미 가진 익숙한 경험과 세계관을 창의적으로 계승하고 번역하는 과정이다.
이 장에서 우리가 ‘인접 세계관’과 ‘캐릭터’를 분석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인류학적 지정학적인 단순히 타겟 고객을 분류하기 위한 마케팅 기법이 아니다. 이것은 당신이 창조하려는 낯선 세계와, 그 세계에 발을 들일 잠재적 주민 사이에 놓일 '‘가장 안전하고 튼튼한 다리’'를 설계하기 위한 핵심적인 청사진이다.
결국 성공적인 세계관 설계란, 이 모든 요소를 하나의 핍진성 있는 직물로 엮어내는 작업이다. 사용자의 캐릭터 경험과 당신이 제시하는 세계관의 규칙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야 한다. 그들의 '활동(Activity)'이 당신의 세계관 내에서 의미 있는 상징이 되고, 그 결과가 공동체의 리스펙을 받는 가치로 이어져야 한다. 심지어 앞서 다룬 결제 습관마저도, 이 전체적인 경험의 흐름 속에서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한다.
이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사용자는 혼란에 빠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당신의 세계에 진입할 수 있다. 그들은 새로운 규칙을 억지로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던 익숙한 방식으로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게 될 것이다. 당신의 임무는 완전히 새로운 우주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들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우주와 당신의 우주를 연결하는 단 하나의 빛나는 스타게이트를 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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