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에 대한 존경심의 기술적 구현
앞선 1, 2화에서 우리는 '2분의 틈'을 점유하는 전략과, 유저를 '거주자'로 만드는 방법론을 이야기했습니다. 이제, 그 전략을 실행하는 메제웍스의 근원적인 철학, 'IP에 대한 존경심'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존경심은 "우리는 아티스트를 사랑합니다"와 같은 감상적인 태도나 도덕적 훈계가 아닙니다. 이것은 디지털 세계에서 실존 인물의 정체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기술적 고민이자, IP 생태계 조성의 공학적 원칙입니다.
당시 업계 인식: 아이돌 게임 = 스킨 갈이 재활용
디지털 유물론의 유혹: 기술력으로 증명하려는 시도
초창기 산업의 공통 현상: 스펙 경쟁
메제웍스의 선택: 사진이라는 매개체
메제웍스의 김동은 대표는 2017년, 'BTS WORLD'의 개발 1본부장으로 프로젝트를 총괄했습니다. 당시 게임 업계에는 아이돌 게임에 대한 깊은 회의감이 존재했습니다.
아이돌 게임이란 단순한 게임에 아이돌을 씌우는 콜라보레이션이나 홍보 게임에 불과했습니다. 게임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수준이었고, 결국 홍보비 수준의 스킨 갈이 재활용 게임들만 나오고 있었습니다. 기존 퍼즐 게임의 UI만 바꾸고 배경에 아이돌 사진을 넣는 식이었습니다. 이것은 게임도 아니고 IP 콘텐츠도 아닌, 어중간한 홍보물이었습니다.
BTS WORLD 이후 등장한 많은 아이돌 게임들은 이 오명을 벗기 위해 한 가지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게임 개발 조직의 기술력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최고의 IP니까, 수만 개의 폴리곤을 써서 모공까지 구현해야 한다."
"게임성을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나는 이것을 '디지털 유물론'이라 부릅니다. 물질적 정교함이 곧 진실성이라고 믿는 태도입니다. 스펙으로 과시하려는 것은 사실 핸드폰, 스마트폰, 디지털 카메라 등 모든 산업군의 초창기에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2000년대 초반 디지털 카메라 시장을 기억하십니까? 300만 화소, 500만 화소, 1,000만 화소. 메가픽셀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스마트폰 카메라 광고에서 화소 수를 강조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신 "인물 사진 모드", "야경 모드", "감성 필터"를 이야기합니다.
기술은 사람들이 그게 뭔지 잘 모를 때만 겉으로 드러날 뿐, 이후에는 디자인 아래에서 도울 뿐입니다. 감성이나 역할, 의미를 강조하게 되는 게 수순입니다.
하지만 BTS WORLD는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우리는 사진을 찍으면 영혼이 찍힌다는 옛말을 기억했습니다. 팬덤에게 '사진/포토'는 단순한 이미지가 아닙니다. 포토카드라는 자산 가치에 익숙한 그들에게, 사진은 아티스트의 영혼과 직결되는 매개체입니다.
후반에서 퍼블리셔를 만나며 최종 컨셉이 변경되긴 했지만 최초의 컨셉은 "우리 게임을 하는 모습이 패션 잡지를 넘기는 것처럼 세련됐다."라는 문장이었습니다.
BTS WORLD가 화려한 3D 캐릭터 대신 실사 사진과 영상을 기반으로 제작된 것은 기술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이 디지털 환경에서 실존 인물의 아우라를 훼손하지 않고 이식하는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이었기 때문입니다.
현실은 물질 그 자체로 스스로를 증명하지만, 디지털은 아무리 정교하게 모델링해도 원본과의 괴리, 즉 '정체성 혼란(Identity Crisis)'을 피할 수 없습니다. 팬들은 본능적으로 느낍니다. "이건 내 아티스트가 아니라, 그를 흉내 낸 데이터 덩어리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고폴리곤으로 실물을 재현하려는 시도 자체가 존경심의 부재를 드러냅니다. 이미 실제 사람이 존재하고, 노래하고, 춤추고 있습니다. 그 살아있는 존재를 디지털로 '대체'하려는 발상 자체가 IP에 대한 이해 부족입니다. 살아있는 IP에 대한 존경이 있다면, 그렇게 접근할 수 없습니다.
융복합 콘텐츠가 직면하는 본질적 벽
주류와 신규 사업 간의 위계 문화
게임 vs 아이돌,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두 세계
게임성 집착이 만드는 함정
BTS WORLD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우리는 융복합 콘텐츠의 본질적 어려움을 목격했습니다.최초의 구성원에서 팀 전체를 4개월 내에 빌드하는 동안 어렵게 모신 MMORPG 경력의 팀장이 프로젝트에 합류했을 때, 업계 지인들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불러주는 데가 없었냐."
MMORPG 기획팀장으로서 아이돌 게임을 만드는 것은 불명예스러운 일로 여겨졌습니다. 이것이 당시 업계의 시각이었습니다.
이것은 게임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모바일 게임, 릴 게임 등 새로운 장르가 등장할 때마다 기존 주력 사업과 신규 사업 간의 위계가 생겨났습니다. 업계에는 '본업'과 '파생 사업'을 구분하는 문화가 있었고, 경력 있는 개발자가 신규 장르로 이동하는 것을 강등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비단 게임 업계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영화와 게임의 결합, 웹툰과 드라마의 결합, 소설과 영화의 결합. 모든 융복합 콘텐츠는 비슷한 벽에 부딪힙니다. 각 분야의 '순수성'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고, 다른 분야와의 결합을 '타협' 혹은 '아류'로 여기는 시각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다른 언어를 쓴다는 점입니다.
게이머가 되고 싶었으면 게이머가 되었을 것입니다. 아이돌을 사랑하는 사람, 드라마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게이머에 비해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게 아닙니다. 그냥 다른 분야의 캐릭터일 뿐입니다. 사람 안의 캐릭터로서 본체인 피와 살의 인간을 파악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어떤 사람이 나이와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그 사람의 모든 인생이 그렇게 되어 있다는 건 아닙니다.
화려하고 고폴리곤을 보여준다고 그 사람들이 신문명을 만난 사람들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게 아닙니다. 게임은 실제로 많은 돈이 들어가는 사업이고, 그 기술을 유감없이 보여주려 들지만, 그것이 아이돌 팬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게임성'에 대한 집착입니다. 아이돌이 없어도 되는 훌륭한 게임성은 답이 아닙니다. 그런 게 있다면 아이돌이 방해되니 게임은 게임으로 출시했어야 합니다. 가령 스타크래프트 유닛이 BTS나 블랙핑크라면 스타크래프트의 게임성이 더 좋아지는가?
자칫하면 그냥 내 아이돌의 콘텐츠니까, 참고 플레이하는 수준이 되어버립니다. 어차피 고난과 어려움도 함께 할 수 있으니까 게임이라는 고난, 도전과제라는 어려움도 그냥 하는 것 뿐이라면 대체 시너지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하지만 미래는 사람들에게 있습니다. 언제나. 게임 분야의 기술력 과시가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원하는 것을 이해하는 것. 그것이 융복합 콘텐츠가 성공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과거의 방식: 400장 중 1장을 고르는 '물량전'
변화된 환경: 100일마다 바뀌는 아이돌 스타일
새로운 기준: 상대적 퀄리티가 아닌, '맥락적 퀄리티'
사진 기반 작업을 선택했다고 쉬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우리는 '400대 1의 퀄리티'를 추구했습니다. 1만 장의 사진을 찍어 그중 베스트 컷 25장을 골라내는 방식입니다.
이를 위해 연극배우를 섭외해 메소드 연기를 시연하고, 사진작가는 배우 뒤편의 스크린을 통해 포즈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순간적으로 따라하는 '포즈 따라하기 놀이'를 했습니다. 사진작가는 기계처럼 셔터를 눌러야 했습니다. 한 회차 촬영에서 1,000장 이상의 사진이 데이터로 조달되었습니다.
사진작가는 나중에 소회를 밝혔습니다. "구도와 작품성에 대한 작업을 상상했지만, 실제 작업은 셔터를 누르는 기계처럼 누르는 사람이 된 느낌이었다."
이것이 프레임에 세팅되어 감상을 요하는 작품의 작업 방식과 유저의 인터랙티브에 반응해야 하는 게임 콘텐츠 작업 방식의 가장 큰 차이입니다. 신중하게 하나를 만드는 게 일반적이라면, 게임은 더 많은 후보군을 포기함으로써 수량의 퀄리티를 추구합니다. 20개 중에 하나를 고르는 것, 400개 중에 하나를 고르는 것 식으로 400개를 확보해야 400:1의 퀄리티를 추구할 수 있는 물량전의 작업입니다.
AI가 있으면 이제 이 작업을 안 해도 될까요? 아닙니다. 퀄리티는 상대적이기 때문에 이제 400:1 퀄리티로는 어디서 명함도 못 내미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제 5,000:1 퀄리티, 1만:1 퀄리티를 추구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기존 대형 게임이나 영화가 취하는 '블록버스터' 제작 방식입니다. 막대한 리소스와 비용을 투입해 단 하나의 완벽한 결과물을 만드는 것. 하지만 현장에서 목격한 팬덤의 호흡은 달랐습니다.
매 순간 작가는 작품을 고정하지만, 그 피사체인 아티스트는 3개월마다 머리색을 바꾸고 컴백합니다. 어제의 유행어는 오늘 낡은 것이 됩니다. 힘을 주면 줄수록 앨범을 추격하지 못하게 됩니다. 아이돌의 음반은 시대를 엄청나게 빠르게 반영합니다. 100일마다 스타일이 바뀝니다.
우리는 깨달았습니다. 아이돌 IP 콘텐츠는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니라, 매일매일 새로운 에피소드가 쏟아지는 '시트콤' 제작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을. 400대 1의 고퀄리티 한 장보다 중요한 것은, 팬들이 원하는 '그 순간의 맥락'을 담은 100장의 사진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지켜야 할까요? 답은 명확했습니다. 기술 과시를 포기하고, IP의 본질을 지킨다.
모사 : 겉모습만 흉내 내는 것
계승 : 서사, 습관, 관계성을 이식하는 것
실행 방법: 암묵지의 명시지화 (9주간의 데이터 엔지니어링)
그렇다면 3D 모델링 없이, 혹은 단순한 2D 캐릭터로 어떻게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담아낼까요? 여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스피리추얼한 계승' 절차입니다.
팬들이 디지털 캐릭터를 보고 "이거 완전 우리 형이네!"라고 느끼는 순간은 외형이 똑같을 때가 아닙니다. 그 캐릭터가 평소 아티스트의 말투, 사소한 습관, 멤버들과의 관계성/케미를 완벽하게 재현할 때 비로소 '접속'이 일어납니다.
메제웍스는 이 '영혼'을 감이 아닌 데이터로 추출합니다. 우리는 프로젝트 착수 후 첫 9주를 온전히 '암묵지의 명시지화'에 쏟습니다.
500여 개의 인터뷰 분석. 아티스트가 자주 쓰는 단어, 문장 구조를 분석합니다. 공식 인터뷰, V LIVE, 예능 출연분을 전사합니다.
5만여 개의 팬 커뮤니티 글 분석. 팬들이 인지하는 멤버별 캐릭터성을 추출합니다. DC인사이드, 트위터, 위버스를 크롤링합니다.
관계성 매핑. 멤버 A와 B가 있을 때의 분위기, A와 C가 있을 때의 분위기 차이를 분석합니다. 조합별 대화 톤을 매트릭스로 정리합니다.
무대 의상 데이터베이스. 시대별, 컨셉별로 분류하고 각 항목에 출처를 링크합니다.
이 모든 데이터는 'IP 위키'라는 라이브러리로 구조화됩니다. 검색 가능한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만들어, 각 항목에는 출처/태그/스탬프 링크가 달립니다.
세계관은 결국 압축해 보면 '위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각 분야, 앨범의 커버부터 전체적인 아이덴티티, 소품, 색채, 노래 가사, 메시지, 패션, 헤메코라고 부르는 헤어, 메이크업, 코디네이션. 모두 각각의 전문가들이 통일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이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일사분란하게 지원하려면 결국 라이브러리가 있어야만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기술적 존경심의 실체입니다. 아티스트의 영혼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시스템이 그 맥락을 이해하고 콘텐츠를 생성하도록 만드는 엔지니어링입니다.
하지만 데이터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수집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IP는 소모되거나 확장됩니다.
외주사의 오류: 재미를 위해 IP 설정을 왜곡
메제웍스의 원칙: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시스템화
에너지 환전 vs 에너지 순환
IP는 공통분모: 집단에 대한 존중
많은 게임사가 범하는 오류는 IP를 '게임의 재미를 위한 재료'로 소모한다는 점입니다.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캐릭터 설정을 왜곡하거나, 과금을 유도하기 위해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소모적으로 사용합니다. 이는 IP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입니다.
메제웍스는 'IP 그 자체의 구성과 생태계 조성'에 집중합니다. 사람들은 신규 콘텐츠의 차별성 확보를 위해 의외의 모습, 망가진 모습, 해체된 모습을 보여주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아이돌의 멋진 모습은 모진 노력으로 쌓아올려진 것입니다. 우리는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되길 원했습니다. 그게 다른 콘텐츠와의 차이점입니다.
IP 콘텐츠라고 모두 다 같은 게 아닙니다. 팬덤의 에너지를 환전하는 콘텐츠가 있고, 에너지를 순환시켜주는 새로운 콘텐츠가 있습니다. 의외의 모습, 소탈한 모습, 망가진 모습은 귀퉁이를 약간 허물어서 캐서 돈이랑 바꾸는 일이 됩니다.
아이돌에게는 4가지 계층(Layer)이 있습니다.
1계층 자연인. 잘생긴 미남, 미녀.
2계층 직능인. 춤과 노래를 잘하는 가수라는 직업.
3계층 배역. 사랑을 노래하고 연인으로서 위로하고 뮤직비디오의 역할을 맡는 아이돌.
4계층 캐릭터. 캐릭터의 기믹과 미장센을 연결하여 상징과 기호로서, 그리고 캐릭터 그 자체로서 사랑받는 것.
환전형 콘텐츠가 나가야 하는 곳은 아이돌 4계층의 1, 2계층 정도밖에 없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준비된 최고의 모습이어야만 합니다. 실패는 드라마지만 그 누구도 무대에서 실패하고 실수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게 우리의 소명입니다.
우리는 특히 4계층, '캐릭터로서의 아이돌'을 확장합니다.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며 에너지를 '환전'하는 것이 아니라, 팬들이 알고 있는 그들의 멋진 모습과 디테일을 디지털 공간에 '구현'하여 에너지를 '순환'시킵니다.
'배니월드'에서 우리는 멤버들의 실제 수면 패턴, 식습관, 말투를 그대로 시스템에 반영했습니다. 아침형 멤버는 7시에 일어나고, 올빼미형 멤버는 11시까지 잡니다. 이 디테일이 팬들에게는 게임 규칙이 아닌 '리얼리티'로 다가옵니다. 그 결과 팬들은 이 공간을 게임이 아닌 '또 하나의 소통 창구'로 인식하고 자발적인 2차 창작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더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아이돌은 대변자입니다. 하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아이돌은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통분모'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IP 존경심은 단순히 아티스트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그 IP를 공통점으로 모인 집단에 대한 존중입니다.
게이머는 효율을 사랑하고, 아이돌 팬은 디테일을 사랑합니다. 웹툰 독자는 서사를 사랑하고, 영화 관객은 미장센을 사랑합니다. 각 집단은 서로 다른 언어를 쓰지만, 공통점 하나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바로 그들이 사랑하는 IP입니다.
시대와 팬덤의 메시지, 당면 과제들에 대해 표현하고 조심해야 할 것도 많습니다. 이건 정확히는 메시지의 성격에 달려 있습니다. 어떤 팬덤은 무던하고, 어떤 아이돌은 과격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돌이나 팬덤이 아니라 IP에 대한 존경심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은 그에 맞춰지니까.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이야기한 'IP 존경심'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 아닙니다.
글로벌 진출에서 로컬라이제이션을 할 때, 우리는 당연하게도 현지의 문화, 종교, 예절, 터부에 대해 조사하고 준비합니다.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해 일본어 번역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본 소비자들의 UI 선호도, 색채 감각, 게임 플레이 패턴까지 분석합니다. 중동 시장에서는 종교적 금기를 세심하게 체크합니다. 유럽 시장에서는 GDPR 같은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준수합니다.
항상 해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로컬의 상실로 이것을 잊어버리고 있습니다. 아이돌 팬덤도 하나의 '로컬'입니다. 게이머 집단도 하나의 '로컬'입니다. 웹툰 독자도 하나의 '로컬'입니다. 그들의 문화, 예절, 터부를 조사하고 준비하면, 정말 많은 노하우를 부모님 세대의 산업 선배들에게 배울 수 있습니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책들과 지침과 경험이 있습니다. 우리 세대는 특별하다고 생각하면서 인류는 같은 실수를 반복합니다.
메제웍스의 존경심은 이 집단의 언어를 배우고, 그들의 방식으로 IP를 구현하는 전문성입니다. 이것이 기술적이고 사업적인 존경심의 실체입니다.
BTS WORLD의 성과와 한계
하이브에서의 깨달음
제작 예산의 극단적 감소로 이어진 결정
BTS WORLD는 당시의 아이돌 게임에서 한 획을 그은 작품이었습니다. 퍼블리셔나 주변의 이해의 한계 등 때문에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우리는 분명히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 이후 하이브의 경험을 토대로 중요한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아이돌 IP 게임이라면 반드시 100일마다 바뀌는 스타일을 추격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게임으로서의 차별성과 존재감을 강조하면 할수록, 앨범을 추격하지 못하게 됩니다.
우리는 게임으로서의 차별성을 버려야만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는 제작 예산의 극단적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BTS WORLD가 2년 넘는 개발 기간과 막대한 비용을 투입한 블록버스터였다면, 메제웍스가 제안하는 방식은 9주 기획 + 4주 개발의 시트콤입니다.
이것이 메제웍스가 13주 프로세스를 고집하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2년짜리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습니다. 3개월 안에 시장에 내놓고, 팬들의 반응을 보며 함께 진화합니다. 웹 기반의 가벼운 기술 스택을 선택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이 모든 원칙은 어떻게 실제 작업으로 구현될까요?
원칙 1. 정합성 : 고폴리곤보다 중요한 것은 고증이다
원칙 2. 시스템화 : 감에 의존하지 않고 데이터로 구현한다
원칙 3. 지속 가능성 : 작위적인 블록버스터가 아닌, 매일 이어지는 일상으로
메제웍스는 기술 기업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기술은 과시용이 아닙니다.
첫째, 고폴리곤의 화려함보다 중요한 것은 '정합성'입니다. 아티스트가 실제로 하지 않을 행동을 시키지 않습니다. 팬들이 알고 있는 그 사람의 정체성과 어긋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콘텐츠를 만듭니다. 이것이 우리가 9주를 데이터 수집과 분석에 쓰는 이유입니다.
둘째, 우리는 감이 아닌 데이터로 구현합니다. 절차적 생성 기술은 작가가 3개월 걸릴 대사를 2주 만에 큐레이션하도록 돕기 위해 존재합니다. 2화에서 설명했듯, 시스템은 스토리텔러를 끊임없이 돕는 구조로 정렬됩니다. 이것이 기술적 존경심입니다.
셋째, 대규모 자본 투입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성'입니다. 한 번 크게 만들고 끝내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시즌제로 계속 업데이트하며 팬들과 함께 성장하는 구조. 웹 기반 기술은 팬들이 0.1초라도 빨리 아티스트를 만나게 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모든 기술은 'IP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고, 디지털 세계로 온전하게 계승하는 것'에 복무해야 합니다.
우리는 더 존경하고 더 사랑하니까 좋은 물건을 만든다는 시적 표현을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더 철저하게 분석하고, 더 정교하게 시스템화하여, 당신의 IP가 디지털 세계에서도 영원히 살아 숨 쉬게 만듭니다.
이것이 메제웍스가 짓는 집의 방식입니다.
2년 vs 13주.
400:1 퀄리티 vs 맥락적 퀄리티.
환전 vs 순환.
모사 vs 계승.
우리는 더 빠르고, 더 정확하고, 더 오래 지속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IP의 본질을, 감이 아닌 데이터로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존경심'은 과연 비즈니스가 될까요?
이번 화에서 우리는 일곱 가지 핵심을 살펴봤습니다.
첫째, 2017년 융복합의 오명. 아이돌 게임 = 스킨 갈이라는 업계 인식. 디지털 유물론의 유혹과 초창기 기술 과시 현상. 메제웍스의 선택은 사진이라는 매개체.
둘째, 이종간 결합의 딜레마. 주류와 신규 사업 간의 위계 문화. 융복합 콘텐츠가 직면하는 본질적 어려움. 게임 vs 아이돌,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두 세계.
셋째, 블록버스터에서 시트콤으로. 400:1 퀄리티가 아닌 맥락적 퀄리티. 100일마다 바뀌는 아이돌 스타일을 추격하기 위한 선택. 기술 과시를 포기하고 IP 본질을 지킨다.
넷째, 스피리추얼한 계승. 외형의 모사가 아닌, 데이터 분석을 통해 아티스트의 DNA(말투, 습관, 관계)를 이식하는 9주 엔지니어링. 세계관 = 위키.
다섯째, IP 생태계 조성. 에너지 환전이 아닌 순환. 아이돌 4계층 프레임워크. IP는 공통분모이며, 존경심은 집단에 대한 존중. 로컬라이제이션에서 배우는 지혜.
여섯째, 게임으로서의 차별성을 버림. BTS WORLD의 교훈. 13주 프로세스로의 전환.
일곱째, 기술적 존경심의 세 가지 원칙. 정합성, 시스템화, 지속 가능성.
다음 화에서는 이러한 철학적, 기술적 접근이 실제 시장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났는지를 다룹니다. 1만 명이 방문하면 월 6천만 원이 되는 공식. 메제웍스가 실제로 팬덤 데이터를 다루면서 얻은 인사이트와 측정 지표들. 팬심이 어떻게 구체적인 성과로 연결되는지, 그 메커니즘을 확인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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