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내 친구 크리스탈
2018년 7월의 어느 금요일, 늦잠을 잔 나는 조금 늦게 학원에 도착했다. 멋쩍은 웃음과 함께 뒷자리에 앉자 내 옆에는 처음 보는 얼굴이 있었다. 이름은 크리스탈.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스페인 ‘한 달 살기’를 하러 온 친구였다. 크리스탈은 자기소개를 마치고 급히 대만 출신이라 덧붙였다. 지금껏 동양인의 겉모습으로 캐나다 국적임을 밝힌 후에 의아한 눈초리를 받아왔을 것이다. 그로 인해 여러 번 대만 출신임을 밝혀야 했을 것이다.
나는 옆자리에 앉은 그와 같이 수업을 들었다. 수업이 끝난 후 그는 집에 가려는 나를 쫓아와 말을 걸었다. 그는 한국 음식을 무척 좋아한다고 했다. 몬트리올엔 한식당이 굉장히 많아 자주 갔는데, 그중 부대찌개를 가장 좋아한다고 밝혔다. 크리스탈은 한국에 한 번도 가본 적 없지만 언젠가 꼭 갈 것이라고, 광장시장에 가서 빈대떡과 떡볶이를 먹는 것이 소원이라고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몬트리올 소재 대학 지리학과 입학을 앞둔 그는 본격적인 대학생이 되기 전에 유럽 여행을 왔다. 바다를 사랑하는 크리스탈은 발렌시아에 한 달간 머물면서 스페인어를 배우겠노라 다짐했다. 크리스탈 인생의 목표는 10개 국어를 하는 것이다.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말레이시아어, 스페인어를 할 줄 아는 크리스탈은 다음으로 일본어와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크리스탈이 가장 행복할 때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이다. 이미 스페인 음식을 질리도록 먹은 그는 아시아 음식을 그리워했다. 나는 크리스탈을 데리고 평소 자주 가던 중국 식당으로 향했다. 우육면을 먹은 후 크리스탈은 더 매운맛의 라면을 먹고 싶어 했다. 며칠 후 나는 라면과 떡, 고추장, 어묵을 들고 크리스탈 집으로 갔다. 크리스탈은 매운맛에 감격하며 떡볶이와 라면을 맛있게 먹었다.
식사를 마친 후 크리스탈 집 옥상으로 올라갔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고요한 노래를 들으며 우리는 밤하늘의 별을 바라봤다.
7월의 어느 날, 크리스탈은 생일을 맞이했다. 우리는 발렌시아 항구에 가 불꽃놀이를 보고 맥주를 마셨다. 클럽에 가 파티를 하고 나와선 새벽 공기를 맞으며 발렌시아 바다를 거닐었다.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나는 기차역에서 크리스탈과 헤어지며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2018년 12월, 우리는 각자 대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프랑스 파리에서 만났다. 무더운 여름날, 햇빛이 내리쬐는 발렌시아에서 크리스탈의 생일을 보낸 우리는 날카로운 바람이 부는 겨울, 파리에서 내 생일을 함께 보냈다.
나는 원래 생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저 미역국을 먹고 주변 사람들의 축하를 받는 평범한 하루로 여겼다. 하지만 스페인 대학교 첫 학기는 나에게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 매일 밤 울며 잠들었던 나는 보상을 받고 싶었다. 조금은 특별한 하루를 보내며 그동안의 고생을 잊고 싶었다.
크리스탈은 완벽한 하루를 만들어줬다. 우리는 파리에서 유명한 식당을 찾아 점심을 먹고, 튈르리 공원 내 임시 놀이공원에서 아이처럼 뛰어놀았다. 크리스탈은 신선한 굴을 파는 식당을 찾아냈다. 우리는 간단히 허기를 채운 후 또 다른 식당에 가서 본격적인 해산물 요리를 먹었다.
5일 동안 우리는 서로에게 깊은 얘기를 터놓았다. 나는 처음으로 언어가 완벽히 통하지 않아도 끈끈한 유대감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2018년이 얼른 끝나기 만을 바랐다. 2018년이 끝나야 나의 힘듦도 끝날 것 같았다. 크리스탈은 버겁기만 했던 2018년을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게 해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