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과 재회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나의 흑역사 오답노트 (2)
[나의 흑역사 오답노트, 2018년작, 극본 배수영, 연출 황승기, 출처: MY LOVE KBS]“또 움찔했어. 움찔했다고!”
집에 돌아와 ‘흑역사 오답노트’를 펼쳤다.
“잊지 말자. 남자의 진심은 지난 행적에 정비례하고 입터는 것에 반비례한다는 것을!”
다음 날 아침, 수능 출제위원들을 태운 호송 버스에 올라탔다. 옆에 앉은 사람이 소주팩에 빨대를 꽂아 건내며 말을 걸었다.
“안에 들어가면 술 전혀 못 마셔요. 한 모금 하실래요?”
“합숙 들어가면 술은 입에도 못 대는 거예요?”
“네. 전혀요. 합숙 처음이시구나.”
“네.”
전혀 못 마신다는 말에 없던 욕망이 생겨 그녀가 건내 준 소주팩을 쭉 들이켰다.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소주에 마른오징어를 뜯으며 감금 전 마지막 만찬을 즐기는 사이 버스는 고속도로와 국도와 지방도를 건너고, 오후와 해질녁을 지나, 한 콘도에 들어섰다.
콘도는 내부수리중이라는 간판이 걸린 거대한 철제 펜스 문 안에 위치한 교도소 같았다. 남은 소주를 있는 힘껏 빨대로 들이킨 후 버스에서 내리는데 어둠 속에서 야구모자를 쓴 한 남자가 등장했다. 그러더니 내 팔을 확 잡아끌며 ‘입소할 때까지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라고 황당하게 말하는 거다.
“아니 왜 죄수끌고 가는 마냥 그러..”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 남자 손가락을 입에 가져대더니 “쉿!”하며 유유히 앞으로 사라졌다. 그 순간 술에 취한 내 눈에 야구모자를 쓴 남자의 얼굴이 들어왔다.
‘이필승?’
필승이 멈춘 곳에는 마치 교도관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서있었다.
버스 옆자리에 앉아 술친구가 된 오선생에게 물었다.
“저기 저분들 누구에요?”
“경찰들인데 다 같이 합숙 중이에요.”
“저 분들이 우리 술 마신 거 알면 어쩌죠?”
“개쪽이죠.”
그러더니 가방에서 사탕을 꺼내더니 쏙 자기만 먹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
“하나밖에 없어서...”
얘는 또 뭐니, 피식 웃음이 났다.
경찰들이 호송버스를 타고 들어온 출제위원들을 줄 세우더니 한명 한명 소지품 검사를 했다. 내 차례가 되어 앞으로 나아가는데 하필 필승이다. 최대한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며 핸드폰을 반납하는데 필승이 물었다.
“술 드셨습니까?”
민망해져 얼굴이 빨개지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도 생겼다는 듯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네. 왜요? 음주 측정도 하시나요?”
“음주 측정은 안하지만 술 반입 검사는 합니다.”
그러더니 가방을 여기저기 뒤지더니 갑자기 ‘흑역사 오답노트’를 꺼내면서 묻는다.
“이건 뭡니까?”
이필승, 이 나쁜자식! 얼른 낚아채고 쏘아붙이듯 말했다.
“제 일기에요!”
소지품 검사가 끝나고, 나는 필승을 따라 배정된 방으로 향했다. 방에 들어서자 필승이 종이 한 장을 건내며 말했다.
“회수한 휴대폰은 퇴소 날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출제 문제를 외부로 유출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입니다. 서명해주십시오.”
서약서에 서명을 한 후 필승에게 건내니 필승이 모자를 벗으며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도도혜씨?”
“네?”
“나 몰라?”
“글쎄요.”
“너무하네... 난 보자마자 알았는데.”
필승이 나간 후 홀로 남은 숙소에서 오답노트를 펼쳤다. 첫사랑과 재회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내 연애 흑역사의 첫 번째 챕터를 장식한 주인공. 일단 기억상실 컨셉으로 밀고 나가기로 했다. ‘나에게 넌 기억할만한 존재가 아니었어.’라는 마음을 담아.
<3화에서 계속>
<드라마스페셜 2024> 예고 https://www.youtube.com/watch?v=KvNPrgsDXgg
<흑역사 오답노트> FULL-VOD https://www.youtube.com/watch?v=MaL_I4PnpDo&t=794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