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를 보면서 어떤 기업의 현황을 파악한 다음 그래 이제 이 기업에 투자해야지, 하면서 주식의 세계에 들어가면 외계어가 주르륵 써 있다. EPS, BPS, PER, PBR 등등. 모든 것을 다 알 것 없고 수많은 외계어 중 딱 세 가지만 골라 주식시장에서 기업의 현재가치를 판단한다면 뭘 볼 것인가?
사람들마다 보는 게 다르고, 시기마다 봐야 하는 것도 다를 수 있지만, 난 그냥 심플하게 주가의 성격을 보여주는 시가총액, 주당가격, 발행주식수, 그리고 기업의 성격을 대표하는 매출액, 당기손익(이익)을 중심으로 지표 세 가지를 선정하기로 했다.
일당 가장 궁금한 것은 내가 한 주를 살 때 그 주식쪼가리에 묻어 있는 기업의 이익이 얼마나 되는지다. 그러니깐 회사가 돈을 벌면 그 현금이 주주들에게 나눠진다는 가정하에, 한 주식쪼가리에 묻어 있는 돈이 얼마냐는 거다. 이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기업의 당기순이익을 총 발행주식수로 나누면 된다. 이를 주당순이익(EPS, earning per share)이라 한다. 주당순이익이 시장평균보다 높고, 이 금액 자체가 증가하는 흐름이면 이 기업 괜찮네 그럴 수 있다.
가령 20년 11월 19일 기준 현대자동차의 EPS는 10,761인데 이는 현대차 한주에 묻어 있는 기업 이익이 10,800원 정도 된다는 이야기다. 반면 기아자동차의 EPS는 4,506원인데 이는 기아차 한주에 묻어있는 이익이 4,500원 정도 된다는 거다. 이 수치는 과거와의 비교, 상대 기업과의 비교를 통해서만 의미를 갖는다. 기업의 덩치와 관계없이 공평하게 1주당 수익성을 나타내는 게 EPS이니깐, 동일/유사 업종 기업들간의 EPS를 비교해보면 기업의 현재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고, 과거와 오늘 그 흐름 속에서 어느 추세에 있는지를 보면 이익 측면에서 기업의 특징이 드러나게 된다. 단 EPS는 단기적으로 발행주식을 줄이면(감자) 분모가 작아지니깐 상승하게 되고, 발행주식을 늘리면(증자) 분모가 커져 하락하게 되니 이런 단기적인 변수들을 감안해야 하고, EPS 수치에는 현재 주가의 가격이 고려되어 있지 않으니(분자는 당시순이익, 분모는 총 발행주식) 단순히 EPS가 높다고 ‘와 좋네~ 투자해야지’하면 성급하다고 한다. 다만 경영실적이 어떠한지를 상대적으로 비교하게 해주는 지표되겠다. 일반적으로 한 기업의 시장지배력이 늘어나면 EPS가 상승하는 패턴을 보인다.
주당순이익(EPS)이 현재 주가 가격은 논외로 하고, 한 주에 묻어 있는 이익 규모를 보여준다면, PER(Price Earning Ration, 주가 수익비율)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특정 시점의 주당 가격을 주당 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이 PER인데, 이건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이 가격에 주식을 살 때 기대하는 수익률(이익률)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리하여 주가 수익비율이라 부르는 거다. 가령 PER가 10이면 한주를 사고 내가 기대할 수 있는 이익률(현재 당기순이익이 앞으로도 큰 부침 없이 지속된다는 가정하에 수익률)은 1/10=10%이고, PER가 30이면 한주를 사고 내가 기대할 수 있는 이익률이 1/30=3% 정도라는 의미다. PER가 높다는 것은 ‘주당 순이익에 비해 현재 주가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고, 반대로 PER가 낮다는 것은 ‘주당 순이익에 비해 현재 주가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PER가 낮으면 좋은 것(저평가)이고 PER가 높으면 나쁜 것(고평가)인가? 그렇지만은 않다. 가령 2020년 11월 18일 기준 다음카카오의 PER는 71이고 네이버의 PER는 56이다. 그렇다면 네이버가 저평가되어 있고 좋은 주식이라 할 수 있을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돈의 세계는 꿈을 먹고 산다. 현재 주식 가치는 기업의 미래 발전에 대한 기대치를 선반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PER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기업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다는 뜻으로, 보통 섹터의 대장주들은 PER이 높은 경향이 있다. 돈은 몰리는 곳으로 몰리게 되어 있는 거다.
그렇다면 PER 지표를 왜보냐? 리스크를 줄이는 거다. 현재 PER은 굉장히 높지만 매출은 계속 하락하는 추세에다가 경쟁기업은 많아지고, 그 기업이 속한 산업의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지 않다면 이런 기업은 포토폴리오에서 빼는게 맞다. 반대로 향후 전망도 좋아 보이고 탄탄한 회사지만 대중의 관심을 못 받아 PER이 낮은, 저평가 주식들은 우직하게 포토폴리오로 보유하는 거다.
EPS와 PER가 발행주식수, 주당 가격, 그리고 기업 이익(당기손이익)의 관점에서 주식을 관찰하는 지표라면 시가총액(한주당 가격 * 발행주식수)과 매출액의 관점에서 주식을 관찰하는 지표도 있다. 이 지표를PSR(Price-Sale Ratio, 주가 매출액 비율)이라 부르는데, PSR은 시가총액(가격)을 매출액으로 나눈 지표다. 이 수식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1원 매출이 얼마의 주가 가격으로 반영되는지를 보여주는데, 낮을수록 저평가, 높을수록 고평가로 이해하면 된다. PSR이 낮다는 것은 주가 대비 매출이 견실하다는 의미며, 이는 앞서 살펴본 EPS, PER과 달리 매출의 관점에서 기업의 실적을 가늠한다는 점에서 해당 기업의 건실도와 안정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이기도 하다.
자 재미는 없지만 휘리릭 주식 시장을 보는 도구도 세 가지 마련했다. 이제 무기는 여기까지.. 몸에 너무 많은 도구를 겸비하면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이들 도구를 근간으로 돈의 세계에 들어설 때 앞에서부터 은근히 지속적으로 이야기한 게 있다. 바로 바로 포토폴리오 구성이다. 하나에 몰빵하다가는 극락으로 가기 전에 지옥에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포토폴리오를 어떻게 꾸려야할까? 다음장에서는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