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리카도. 그는 대학문턱에도 못 가봤다. 그러나 증권시장에서 수백만 파운드를 벌어들였다. 명철한 두뇌와 실용적 지식을 지닌 리카도는 학계의 거물들과 격렬한 논쟁을 벌였는데 이기지 않는 때가 없었다. 1809년 리카도는 경제평론가로 데뷔한다. 통화와 인플레이션에 관한 그의 논설과 소책자는 극찬을 받았다. 1817년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를 저술한 뒤, 2년 후 하원의원이 된다. 그 후 하원은 정치자유와 자유무역을 부르짖는 그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조용할 날이 없었다(Buchholz, 2007/2009, p. 102).
리카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비교우위론이다. 이걸 간단히 정리해보면 자유 무역을 하면 생산능력이나 기술과 상관없이 두 나라 모두에게 이롭다는 것이다. 절대우위는 국가 간 비교개념이지만 비교우위는 한 국가 내 산업끼리 비교한 개념이다. 그리하여 절대 우위 산업이 하나도 없는 국가라 할지라도 비교우위 산업은 있기 마련이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각국이 비교우위 산업에 주력해서 세계가 분업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얼핏 보면 그럴듯한데 막상 돈의 세계에서 작동되는 것을 보면 누군가에게 상당히 위협적일 때가 있다. 왜냐? 새로운 무역의 문이 열리면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국가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산업을 포기하고 경쟁력이 높은 산업을 취하게 되면서 산업구조의 개편이 이루어진다. 이런 개편이 이루어진 국가의 국민들은 더 적게 일하고 더 높은 생활수준을 누리게 된다는 게 비교우위론의 주장인데, 여기에 따르는 고통이 만만치 않다. 경쟁력이 약한 산업분야의 공장은 문을 닫게 되고 실업자는 증가한다.
‘산업구조가 재편되었으니 공장을 옮기고 도시를 옮기면 되는 거잔아.’
말은 쉽지, 어디 이사가 쉬운 일인가? 또 다른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거다.
‘수입을 개방하고, 이에 따라 발생한 국내 실직자들에게는 연금을 주면서 새로운 산업 분야의 기술교육을 시키면 되지.’ 이것도 참 나이브한 접근이다. 연금받는 게 그리 쉬운 일인가? 새로운 분야의 기술을 배우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인가?
하지만 리카도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한다.
“이러한 손해와 우려는 보호무역이 소비자들에게 끼치는 해악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같은 책, p. 111)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의 컨셉은 어찌보면 간단하다. 한 개인이 자급자족한다고 부유해지진 않는다. 한 도시가 자급자족을 한다고 부유해지지도 않는다. 국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값싼 외산품들을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같은 책, p. 113)
문제는 값싼 외산품을 마다할 이유는 없지만, 그것의 대가로 내 친한 이웃이 죽어나간다면,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 리카도의 주장이 일면 타당하면서도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가져오는 이유다. 그리고 뭔가 이건 영국 있는 집 자식의 자기 편향성이 짙게 묻어 있다. 리카도는 그의 비교 우위론에서 제조업(공업)에 전념하는 나라와 포도주 생산(농업)에 전념하는 두 나라를 사례로 든다. 그리고 두 나라가 그러한 각자의 비교 우위를 바탕으로 자유 무역을 실시하게 되면 골고루 부유해진다고 설명하는데,현실은 어땠을까? 19세기 당시 공업에 주력한 영국은 부유해진데 반해 포도주 생산에 주력한 포르투갈은 가난해졌다.
사실 비교우위론을 주장하는 리카도의 논리는 단정하고 깔끔하여 그 프레임 속에서는 논박이 어렵다. 하지만 그것이 진리인가? 무역 개방은 모든 나라의 GNP를 올리고, 가난한 나라의 불평등을 줄일까? 지난 30년간 많은 저소득 및 중위소득 국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무역을 개방했다. 그런데 그 이후에 그 나라에서 벌어진 소득 분배상의 변화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불평등이 증가했다. 비교우위론에 따라 자원이 그리 쉽게 이동하지 않았고, 토지도, 자본도, 정책도, 무역자유화로 타격이 컸던 지역의 사람들도 거의 바뀌지 않았다(Banerjee & Duflo, 2019, p. 124).
누군가는 이를 리카도의 악덕이라고까지 비하하곤 한다. 리카도는 논지를 펼 때 빈틈없는 연역의 고리들을 길게 이어나갔는데, 가정이나 전제를 극도로 제한시킬 경우 이 이론은 현실에서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문제는 그가 자신이 의도했던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가정이나 사례들을 매우 선별적으로 이용했다는 것.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리카도의 이론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는 것인가? 돈의 세계는 그럴듯한 논리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 함부로 예측하지 말고, 단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더 나아가 비교우위론. 이 프레임으로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와 비교하고,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면서 삶이 점점 더 불행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 그런 것 아닐까? 비교우윈론, 거 그게 진짜 이익인지는 모르겠고! 거 참~~ 비교하지 맙시다!
<참고문헌>
Buchholz, T. G. (2007). New Ideas from Dead Economists : An Introduction to Modern Economic Thought. 류현(2009).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서울: 김영사.
Banerjee, A. V. & Duflo, E. (2019). Good Economics for Hard Times. 류현(2009).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 서울: 생각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