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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부메랑 Sep 01. 2017

내 친구가 공황장애에 걸렸어요

'공황장애에 걸린 친구를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난 10년간 한국 사회에서는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져 왔습니다. 그런 경향과 맞물려서 많은 분들이 다양한 정신질환 명칭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아마도 관심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정신질환 병명 중 하나는 바로 공황장애(Panic Attack) 일 것입니다. 이미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발병하고 있어서 신경정신과나 상담소를 찾고 계신 분들도 많고, 김구라 씨나 이경규 씨 등 많은 연예인들이 공황 장애를 앓고 있다고 방송이나 언론을 통해 이야기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정확히 공황장애 환우들이 어떤 증상을 경험하는지 구체적으로는 모르더라도 대략 어떤 증상을 호소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계십니다.



최근들어 공황 장애를 호소하는 분들이 많아지다 보니 본인은 아직 공황장애를 경험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가족이나 주변인들이 공황 장애로 고생하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보게 되는 경우도 제법 많습니다. 독감도 직접 걸려본 적이 없으면 독감으로 고생하는 환우와 공감하고 그 환우와 교감하기가 어렵습니다. 공황장애 환우와 그 주변인들의 관계도 마찬가지 입니다. 당사자는 너무 힘들다고 그러는데, 내가 공황 장애를 경험해 본 적이 없으므로 그들을 공감하고 이해하고, 더 나아가서 그들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그저 그들을 멍하니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그런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나의 소중한 가족이나 친구, 또는 친한 동료가 공황장애에 걸렸다면 내가 어떻게 그들을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많은 분들께서 알고 계시겠지만 공황장애의 정의와 그 증상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공황장애의 정의 및 증상들

공황장애는 신경생물학적(유전적), 심리적, 그리고 문화적 요소 등의 복합 작용에 의해서 생기는 것으로 밝혀져 있습니다.  해결되지 않는 커다란 스트레스를 경험하다 보면 그 스트레스가 쌓이다가 결국 분노, 공포, 불안을 감지하고 처리하는 뇌내 편도핵, 피질, 회색질, 교감신경계, 시상하부, 그리고 중추신경계의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GABA에 작용하는 분비물 간 균형이나 정상 작동에 영향을 주어 신체가 항진된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누구나 살면서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는 순간은 있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서 밤에 흉기를 든 불량배를 만난다면 심장이 뛰면서, 동공이 확대되고, 땀이 나면서 도망을 가고 싶어 지겠죠. 도망을 가는 동안에도 머릿속은 새하얗게 되고 온몸은 땀으로 젖게 될 것입니다. 공황장애와 일반적 공황 상태의 차이는 공황 증상이 공황 증세가 나타날 만한 상황에서만 나타나는가의 여부입니다. 예를 들어서 일반적으로 공포를 느낄 필요가 없고, 예전에는 느끼지 않았던 전철 승강장, 육교, 엘리베이터 안에서 극도의 공포감을 느낀다면, 그래서 다시는 그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경험을 하기 싫어서(미리 무서워하고 걱정하며) 그곳을 회피한다면 그것을 "예기 불안"이라고 합니다. 공황장애 환자들의 큰 특징이 늘 머릿속에 예기 불안을 느끼며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공황을 느끼는 순간 공황장애 환자들이 경험하는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출처: 국가 건강정보 포털)

• 호흡이 가빠지거나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

• 어지럽고 휘청휘청하거나 졸도할 것 같은 느낌

• 맥박이 빨라지거나 심장이 마구 뜀

• 손발이나 몸이 떨림

• 땀이 남

• 누가 목을 조르는 듯 질식할 것 같은 느낌

• 메슥거리거나 토할 것 같은 느낌

• 딴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이 들거나 자신이 내가 아닌 듯한 비 현실감

• 손발이 저릿저릿하거나 마비되는 느낌

• 화끈거리는 느낌이나 오한

• 가슴 부위에 통증이나 불편감

• 죽을 것 같은 공포

• 미쳐버리거나 스스로 통제를 할 수 없게 될 것 같은 두려움


독자분들이 아무리 위 증상들을 자세히 느껴보려고 노력하면서 읽어봐도 실제 공황장애 환자들이 공황을 경험하는 순간 느끼는 그 느낌은 정확히 느끼기 어려울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칠 것 같은 두려움"이나 "죽을 것 같은 공포"처럼 글로 표현된 공포감은 무미건조할 뿐입니다. 왜냐하면, 실제로 환우들은 그 이상을 느끼니까요. 한 환우는 예전에 잘 타고 다니던 전철이 당산 철교를 지나가는 그 찰나에 공황 증상이 나타났는데 그 순간의 공포감은 마치 물이 하나도 없는 댐의 바닥 한가운데 자신이 서있는데 갑자기 댐의 모든 수문이 열리면서 물이 폭포수처럼 자신을 향해 달려온 다면 이런 느낌의 공포일 것이라고 말한 바가 있습니다. 어떻신가요? 그분들의 공포가 어떤 수준인지 감이 오시나요?



이런 무지막지하고 극심한 공포감을 건강했던 사람이 공황장애에 걸린 뒤에 전혀 공포스러워할 상황이 아닌 일상생활을 하면서 하루에도 적게는 두세 번, 많게는 열 번 이상을 경험한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한 번 그 공황이 오면 평균적으로 5분에서 10분 정도 머물다 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 분들이 느끼게 될 공포감, 무기력함, 자신감 저하, 자기 비하, 자존감 상실, 의욕 저하, 수치심 때문에 공황장애 환자분들은 공황장애를 겪은 지 1년 이상이 지나게 되면 후속적으로 우울증, 불안 장애, 또는 강박 장애를 갖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내 가족이나 친구가 공황장애에 걸렸다면 어떻게 그들을 도울 수 있을까요?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가 어느 날 남에게 말 못 할 고민을 하다가 결국 공황장애에 걸렸다고 여러분에게 호소한다면? 당장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일단 공황장애에 걸리게 되면 환자들은 머릿속에 다음과 같은 질문이나 걱정을 하게 됩니다


1. "공황장애는 완치가 될까?"

2. "내 몸에는 이상이 없는 것인가?"

3. "정상 생활을 다시 할 수 있을까?"


따라서 여러분은 일단 그분들의 머릿속 저 세 가지 질문들에 대해 시원하게 대답을 해주셔야 합니다.


1. "공황장애 걸리기 전의 상태로 회복되는 것이 완치라면 그것은 가능하다"

2. "신경증적 질환이므로 공황장애가 꼭 육체에 문제가 있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걱정이 되면 별도의 검사를 해봐라"

3. "가능하다"


답은 참 쉽습니다.

그러나 공황장애의 치료는 길다면 길 수 있는 "시간"과 "용기 발현"의 싸움입니다.

공황장애 환자의 마음은 전쟁터 폐해와 같습니다.

그곳이 정리되고 회복되는 데는 당연히 시간이 걸립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나는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과 용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그분들 곁에 계셔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공황장애 환자들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첫째, 그분들에게 이 한마디를 일단 확실히 알려주세요

"공황장애로 언제 공포감이 올지 몰라서 전전긍긍하고 계신가요? 아마도 당신은 조만간 또 언제 어디서 공황 증세를 경험하게 될지 모릅니다."


그러나


"당신은 공황 증세 때문에 죽거나 미치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실제로 공황 증세 때문에 진짜 미치거나 죽은 사람은 없습니다.

저 한마디를 숙지하고 있다면 환자들이 공황 증세를 경험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둘째, 치료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우선, 신경정신과나 상담소를 내방하여 약물을 복용하고 상담사와 상담하며 스트레스를 관리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 분들의 활동 (외출, 지하철 타기 등)이나 활동 범위에 제약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인근에 위치한 상담소나 신경정신과를 알아보고 함께 내방하면 큰 격려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시간을 내서 그분들이 집 밖으로 나와서 호흡을 깊이 할 수 있는 운동이나 활동을 하도록 옆에서 도와주어야 합니다. 공황장애 환자들은 집 밖에 나오는 순간부터 언제 어디서 지뢰같이 공황 증세가 찾아올지 몰라서 혼자서는 외출을 잘 안 하려고 합니다. 따라서 동행자가 있다면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안심과 격려가 되어 쉽게 외출할 수 있습니다. 그분들과 산책을 하거나 함께 등산, 또는 수영 같은 심호흡을 유도할 수 있는 운동을 해주시면 그분들의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커피같이 카페인이 들어간 음식은 공황장애에서 벗어날 때까지만 참으라고 알려주세요


셋째, 공황장애 환자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동감해 주세요

그들은 어두운 터널에서 불안해하면서 한 줄기 빛을 찾아서 그 터널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가면서 실제로 그분들의 육체적인 부분에서는 적지 않은 회복이 일어납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회복이 진행되는 시간 동안 그분들의 자존감과 자신감은 점차 땅에 떨어진 상태가 되어 간다는 것입니다.



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직장에서 유능하다고 인정받고 활발히 동료들과 잘 어울리던 30대 직장인 남성이 어느 날 애인에게 배신을 당한 뒤에 큰 스트레스와 상실감에 못 견뎌하다가 공황장애를 앓게 되었습니다. 직장에서 활기차고 성실하게 일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던 그는 이제 전철을 타면 언제 공황 증상이 올지 몰라 두려워서 아예 전철을 타지 못하게 되었고, 같은 이유로 회사 엘리베이터에도 못 타고, 결국에는 타인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려고 해도 공황 증세가 나타날 까봐 걱정이 되서 못하게 되었습니다. 고민 끝에 요양하면서 빨리 건강 회복을 하기 위해 잘 다니던 회사를 퇴직하고 집에서 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공황 증세는 생각보다 빨리 회복되지 않았고, 매일 아침에 늦잠을 자고 일어나 창밖으로 텅 빈 놀이터를 바라보는 생활을 하면서, 아침부터 밤까지 주로 혼자 지내는 생활을 하다 보니 약 1년 여가 지난 뒤에는 그의 자존감과 자신감이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다행히 그의 몸은 건강을 회복해서 공황 장애 증세가 상당히 호전되었지만, 반대로 이번에는 1년간 쉬면서 얻게 된 인지적이고 심리적인 부분에서의 우울함과 무기력함, 자기 비하 등의 증세로 인해서 생활에 지장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공황장애에 걸린 여러분의 가족이나 친구 중에도 이렇게 주로 혼자 시간을 보내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여러분께서 그분들의 "동행자"가 되어 주십시오. 하루 한 번 정도 문자나 전화를 해주시고, 주말에 밖으로 데려가서 짜장면을 사주면서 "너는 곧 회복될 거야, 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어?"라는 질문으로 대화하면서 격려해 주세요. 소셜 라이프를 잃어버린 그들에게는 무엇보다 타인과의 교류와 연결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에게는 대수롭지 않거나 다소 귀찮은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분들에게 연락해서 동행하는 것만큼 그들에게 큰 힘을 주는 것도 없습니다. 여기저기 함께 돌아다니다 보면 그들이 두려워하던 전철, 배, 버스 등도 함께 타게 될 수 있는데 그러면서 노출 치료도 자연스레 하게 될 수 있습니다. 동행자에게는 너무나 쉬운 전철타기나 버스타기에 앞서 그들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두려워하는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함께 전철이나 배를 타거나 하면서 평범한 일조차 하기 두려워하는 그들을 향해서


"뭘 그렇게 두려워하냐?"라는 식으로 상대를 판단하는 말은 삼가 주세요.


대신, 그냥 판단하지 않는 태도와 눈빛으로 상대방이 겁을 내면 용기를 낼 때까지 반대편에서 손을 내밀고 기다려 주세요.


공황장애는 되도록 빨리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고, 또 빨리 치료할수록 좋은 질환입니다.

공황장애로 고생하는 여러분의 가족이나 친구는 지금 자신들의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져 버렸다고 느끼고 절망하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여러분의 따스한 격려와 관심, 그리고 동행이 그들에게 정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그들에게 오늘 전화 한 번 해주세요. 오늘은 어떤 하루였는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물어봐 주세요

그리고 주말에 만나서 짜장면 한 그릇 하자고 제안해 보시면 어떠신가요?


당신의 관심과 배려, 그리고 동행이 그 사람에게는 너무나 고맙고 귀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닥터 부메랑 유튜브 채널에 방문해 주세요^^

https://www.youtube.com/channel/UCa2Hpyxxe7kozsCGldkUTqw?view_as=subscri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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