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소중한 삶이 보다 자유로워지기를 소망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대중 매체에서는 주로 부요하게 살고, 비교적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사람들의 삶의 단편이 많이 다뤄지지만, 사실 주변을 조금만 둘러보면 사람들은 걱정과 고통 속에 신음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매일 아침 출근하고 일을 하다가 저녁이 되어 회식을 마치고 퇴근하는 삶을 살다 보니 자신의 상황에만 집중하게 되어 신경을 잘 못쓰지만, 만약 독자분들이 대형 병원 중환자실에 한 번 가보게 되면 건강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입니다. 주변에는 극도로 화려할 만큼 즐겁게만 사는 사람들도 많아 보이지만, 사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극한 상황을 겪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더 많다고 봅니다.
지난 10년간 한국 사회에서는 정신질환자들의 어려움과 고통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확대되어 왔습니다. 공황장애, 우울증, 불안 장애, 강박증, 알코올 중독 같은 용어도 예전보다는 그 거부감이 덜한 것 같습니다. 바쁜 삶 속에서의 경쟁, 회사와 학교에 동료는 많지만 나를 이해하고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이 부재하다고 느끼는 데서 오는 "군중 속 고독", 돈 버는 기계처럼 전락한 한 성인으로서의 거부하기도 그렇다고 무조건 찬성하며 따르기도 어려운 딜레마적 삶의 패턴, 그리고 윤리적 이상주의와 타협적 현실주의 사이에서 느끼게 되는 도덕적 상실감 등은 끊임 없이 우리들을 지치게 만듭니다. 한 푼이라도 절약하고 가족이나 동료들에게 강한 모습을 보이려는데 익숙해진 현대인들은 몸이나 마음이 심하게 상해서 문제가 표면화되기 전에는 정작 자신의 건강을 규칙적으로 돌보며 문제 예방을 하는 데는 다소 소홀한 것 같습니다. 특히, 남자들의 경우 자신들의 차량은 주기적으로 세차하고, 오일을 바꿔주고, 액세서리나 옵션을 달며 애지중지하는데 비해서, 정작 자신들의 몸이나 마음의 건강관리는 자신의 차만큼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주변에도 이른바 "통뼈"라는 소리를 듣던 친구들이 몇 명 있었습니다. 이들은 해병대나 특전사에서 군생활을 하다가 제대해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들인데, 이들 중 몇 명이 몇 년 전부터 공황장애와 불안장애를 호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출근 시, 차량 안이나 전철에서 공황장애 증상을 경험하기 시작했고, 그 증세가 점차 심해지고 있어서 많이 심란해하기도 하고 어떤 친구는 깊은 절망의 늪에 빠져 있기도 합니다. 아시는 분들은 이미 잘 아시겠지만, 불안 장애나 공황 장애를 겪는 분들이 이야기하는 "불안"이나 "공포"는 일반인들이 종종 경험하는 그런 "불안"이나 "공포심"과는 질적으로 전혀 다른 종류의, 차마 단 한두 번이라도 경험하기에는 버거운 그런 느낌들입니다. 그래서 보통 지인이나 가족이 불안장애나 공황 장애에 걸렸다고 하면 "힘내고 털고 일어나라"라고 말하면서 맛있는 식사를 하면서 소주 한 잔을 권함으로서 본인의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런 보살핌의 역할은 거기서 충분히 끝나는 것이 아니고, 사실은 거기서부터가 시작입니다.
이번에는 불안 장애(Anxiety Disorder)로 고생하는 환우들이 그런 질환을 어떻게 이해하고, 그런 질환을 보다 효과적으로 다루고 대응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쓰면 더 도움이 될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불안 장애에 걸린 환우는 예전에는 그렇게까지 걱정하지 않았던, 아주 사소하게 느껴지는 근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도 하고, 어떤 특정한 걱정에 사로잡혀 굉장히 많은 시간을 그런 걱정에 대해 사로잡힌 채 흘려보내게 됩니다. 또한 그런 걱정은 스트레스도 다른 사람들의 걱정이 주는 스트레스에 비해 훨씬 크게 주기도 하고, 이런 생활이 장기적으로 이어지게 되면 환우의 몸 건강에까지 악영향을 주게 됩니다. 예를 들어, 늘 신경이 곤두서고 스트레스 때문에 예민한 상태로 하루의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면, 뇌 내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 등)이 분비되고, 교감신경은 항진되어 부교감신경과의 균형의 격차가 많이 벌어지게 되고, 이런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경우에 따라서 심장, 폐, 위장 등의 신체 일부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큰 질환 이외에도 만성적인 메쓰꺼움이나 어지러움, 피로감, 식욕 저하 등의 문제도 동반됩니다.
아마 불안 장애로 고생하시는 많은 환우들이 현재 상담소나 신경정신과에 다니면서 많은 도움을 받고 계실 것입니다. 보통 불안 장애 환우에게는 약물 치료와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 그리고 노출 치료 등을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약물은 보통 SSRI계(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 항불안제(신경안정제)가 항우울제와 함께 처방되는데, 심각한 불안증으로 고생하는 분들에게 효과적입니다. 또한 인지행동치료와 노출 치료도 불안 장애 환우들에게 치료효과가 있다고 입증하는 연구 자료가 이미 많이 나왔습니다.
일단 가장 자주 쓰이는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CBT인지행동치료(CBT)는 쉽게 말해서 어떤 상황에서 자신이 어떤 사고 과정을 통해서 어떤 느낌이나 감정을 느끼게 되는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해서 자신을 제3의 눈으로 이해하며 왜곡된 사고 과정이나 지나치게 치우친 사고방식을 교정하는 것이 목적인 치료법입니다. 아마 일반 대중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치료법일 것입니다. CBT는 고대 그리스에서 그 유래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논리(Logic)적 사고를 통해서 어떤 감정이나 왜곡된 믿음이 파괴적인 감정을 느끼도록 유도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Cuncic, 2017)는데 중점을 둔 치료법입니다. 아래 그림에 나온 것처럼, 우리는 매일 일상에서 다양한 상황과 자극에 노출되는데, 그런 상황과 자극은 우리 자신에게 들어오는 입력(Input)으로서의 "사건(Event)"이고, 그런 입력을 경험하자마자 우리들은 자동적으로 그 사건에 반응하게 되어 그 사건을 해석하고 그 해석 과정에 적합한 감정(Emotions)을 느끼고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 표현하게 됩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여 일하고, 저녁에 귀가해서 가족들과 이야기하고 식사를 한 뒤 밤에 잠들기까지 우리는 무척 많은 사건과 입력을 경험하게 되고, 모든 것을 의식하지는 못했겠지만, 우리는 그 각각의 자극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해석과 처리과정을 거쳐서 그에 걸맞은 감정을 느끼고 또 그런 해석에 상응하는 행동이나 말을 표현했을 것입니다. 다음의 그림을 보시고 혹시 오늘 기억에 날만한 사건이나 입력이 있었는지 떠올려 보시고 그 사건에서 자신이 어떤 사고 과정(Thinking Process)을 거쳐서 어떤 말이나 행동을 했는지 기록해 보면서 정리해 보면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사건-사고 과정-감정으로 구성된 간단한 기록을 하루에 몇 번해보면 잠들기 전 그날 자신이 어떤 일들을 경험했고 그런 경험을 할 때마다 어떤 감정이나 걱정을 했는지 기록하는 "걱정 일기(Worry Diary)" (Cuncic, 2017)를 만들 수 있게 되는데, 자신이 어떤 사건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다소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됩니다. 만약에 본인의 사고 과정을 더 객관적으로 보고 싶으면 이 일기를 믿을 만한 친구나 지인에게 보여주고 그 사람들의 피드백을 듣고 자신의 사고 과정과 비교해 봐도 좋습니다. 걱정 일기는 자유 형식으로 쓰셔도 되고, 표 형식으로 항목을 시간, 사건, 걱정의 강도, 그때 자동으로 사용된 믿음이나 사고방식, 그리고 머릿속이나 마음속에 피어난 감정이나 걱정들로 나누어서 각 항목을 시간별로 기억나는 대로 기입해도 좋습니다 (Cuncic, 2017).
일상에서 본인의 인지행동을 기록할만한 여건이 안되시면, 자신이 어떤 일이나 상황에서 특히 더 초조해지고, 더 불안해지는지를 생각해 보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요즘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불안하다던지, 전철에 타서 한강 다리를 건너면서 강을 보면 불안해 진다던지하는 식으로 뭔가 자신을 극도로 예민하게 만드는 상황(Trigger)이 있을 텐데, 그런 것들을 중심으로 일기를 쓰거나 메모를 해도 좋습니다 (Cuncic, 2017). 그리고 "왜 나는 그런 상황을 두려워하며 왜 그 상황에서 그토록 불안한지"를 간단히 생각해 봐도 자신의 인지패턴이나 행동 패턴을 보다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사고 패턴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면 자신이 남들보다 쉽게 "일반화"를 하는 경향이 있는지, "남을 쉽게 판단하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지", "자신을 쉽게 비난하는 경향이 있는지"등을 깨닫게 되어 불필요한 해로운 감정이나 생각을 덜 갖게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또는 친구가) 다음의 사고 과정을 갖고 있다면 어떨지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 "나는 지금 이 곳에서 오랜 시간 동안 아무 말도 안 했어. 분명히 사람들은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볼 거야"
- "아무도 나에게 말을 안 거는군. 그들은 틀림없이 나를 좋아하지 않을 거야"
- "내가 방안에 들어가면, 모든 사람들은 나를 노려보겠지"
- "나는 항상 일을 제대로 못해. 나는 늘 사람들 앞에서 실수를 하지"
- "모든 사람들은 내가 사람들 앞에서 말을 잘 못한다고 생각해. 그들은 내가 말을 못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챌 것을 생각하니 무척 예민해지는군"
- "나는 지금 미치거나 죽을 거 같아"
- "나는 언제든지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해. 그 누구도 내가 공황상태에 빠진 걸 눈치채면 안돼"
- "내 심장이 매우 빨리 요동치고 있어. 난 분명히 심장 마비에 걸릴 거야"
- "매우 어지럽고 머리가 핑 도네, 아마 나는 곧 졸도하겠지"
(Cuncic, 2017 참조)
이런 걱정이나 사고방식을 객관적으로 보고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친구는 어느 정도 사고방식을 교정하고 바꾸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쓴 걱정일기나 걱정 메모를 잘 관찰해도 자신이 어떤 왜곡된 신념이나 지나치게 치우친 극단적인/부정적인 신념체제(Core belief system)를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작업을 꾸준히 해서 데이터를 모으면, 지금 내가 나만의 노력과 의지로 고쳐서 더 이상 그 상황에서 불안을 덜 느낄 수 있는 요소와 지금은 쉽게 나만의 노력과 의지만으로 그 상황에서 불안을 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요소를 나눌 수 있게 됩니다. 아마, 공황 장애로 고생하는 분들은 인지적으로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이 전혀 위험한 것이 아님을 알아도 이미 신경이 항진되어 있고, 몸의 반응 패턴이 예전과는 조금 달라진 상태라서 그 상황에서 의지와 이성적 사고만으로 불안감을 완벽히 덜어내기는 힘들것입니다. 그래도 너무 낙담하지 마시고, 이런 작업은 꾸준히 하시기를 권면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작업을 하는 동안 몸은 하루에도 아주 조금씩 회복이 되는데, 인지 패턴을 꾸준히 관리하지 않으면, 나중에 몸이 많이 건강해지더라도 여전히 머릿속으로는 "예기 불안"을 느껴서 회피하던 그 장소나 상황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게 됩니다. 불안 장애 환우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현재는 그런 상황이나 분위기가 불안하고 싫더라도, 일단 이런 일지를 기록하고 자신의 사고방식을 끊임없이 점검하고 관찰하면,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사고방식이 탄력 있게 회복될 여지가 주어집니다. 자신이 어떤 경험이나 걱정을 유발하는 인자에 대해 자동으로 반응하게 유도하는 이런 숨겨진 사고방식이나 신념 체제 중에 잘못되어 있거나 지나치게 극단적인 사고를 유발하는 요인들을 점검하고 변경하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됩니다. 물론 이런 점들을 모두 발견하더라도 당장 모든 것을 기계처럼 다 변경하고 고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왜곡된 부분의 존재를 발견하고 인정하는 것 자체가 이미 치유를 위한 큰 보폭의 한 걸음을 내딛은 것이나 마찬가지므로 시간을 가지고 여유 있게 그 습관을 고치는 작업을 적극적인 자세로 해나간다면, 자신만의 최적화된 사고방식과 신념 체제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의학 박사인 David D. Burns (2006)는 사람들이 흔히 지니고 있는 왜곡된 사고방식이나 극단적인 신념 체제로 다음과 같은 예들을 들었습니다. 독자 분들도 이런 신념 체제중에 한 두개 정도는 갖고 계실 수 있을 텐데, 한 번 다음의 예들을 보면서 자신의 사고방식이나 신념체제에 대해서도 살펴보는 기회를 가져보시면 좋겠습니다.
- Performance Perfectionism: 난 언제든지 실수나 실패를 하면 안 된다
- Perceived Perfectionism: 내가 실수하고 연약하면 사람들은 나를 싫어할 것이다
- Approval Addiction: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 줘야만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 Fear of Rejection: 타인이 나를 거부하거나 거절하면 그것은 내게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 Pleasing Others: 비록 나는 도중에 힘들고 지치더라도 나는 언제나 남을 즐겁게 해줘야 한다
- Self Blaming: 대인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은 내 탓이다
- Conflict Phobia: 서로 사랑하는 관계의 사람이라면 절대 싸우고 다투면 안 된다
- Truth: 나는 언제나 옳고 너는 틀리다
- Entitlement: 당신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나를 대우해야 한다
-Hopelessness: 내 문제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Worthlessness: 나는 원래 무가치하고 열등한 존재다
- Emotional Perfectionism: 나는 그 어떤 경우에도 즐겁고 활력이 넘쳐야 한다
- Anger Phobia: 화를 내는 것은 해로운 것이며 언제나 금기시되어야 한다
- Brushfire Fallacy: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비슷해서 어떤 사람이 나를 무시한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도 나를 무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Low Frustration Tolerance: 인생에서 좌절하거나 절망하면 안 된다
두 번째로, 노출 치료가 있습니다. 이 치료는 위에서 언급한 인지행동치료보다 조금 더 의지와 용기가 요구되는 방법입니다. 이 치료법은 자꾸 걱정이 늘어나서 행동 반경과 의지가 많이 줄어든 불안 장애/공황 장애 환우들에게 권장되는 치료법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오랜 시간 동안 불안장애나 공황장애로 고생한 환우들은 혹시라도 극도의 불안감이나 공포감이 들까 봐 걱정이 되어, 그런 걱정 자체를 또 걱정하게 되어 그런 걱정이 들게 만드는 상황이나 장소를 아예 회피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 육교, 버스, 전철, 배, 비행기, 영화관 등이 그런 예들입니다. 그런 회피를 할수록, 불행하게도 그 환우는 차차 회복이 되고 힘을 얻기보다는 오히려 더 움츠려 들게 되고 또 다른 장소나 상황을 피하는데 급급해지게 되어 결국 스스로를 고립시키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자신의 모습/이미지를 무척 싫어하게 되고 자신에 대한 경멸감이나 수치심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이런 점들을 돌이켜 볼 때 예전에 편하고 자연스럽게 하던 행동을 다시 도전하게 해서 성공을 하게 하고, 그런 성공을 통해 조금씩 성취감과 자신감을 느끼며 더 자극적인 것들을 도전하며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가서 예전의 활동반경을 다시 회복하게 하는 치료법이 노출 치료입니다.
이 치료는 의지와 용기가 많이 필요하고 극도로 불안하거나 공황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충분한 대화와 동기부여를 시킨 뒤 실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환우와 대화해서 환우가 회피하는 상황이나 장소를 최대한 많이 공개하게 한 뒤에 그 미션의 난이도를 평가해서 가장 쉬운 것부터 도전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도전하다가 실패하게 되면 종종 환우는 더 큰 실망감과 공포를 느끼기도 하는데, 동료나 친구, 또는 가족이 옆에서 지속적으로 격려하고 동기를 부여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여건이 되는 분들은 불안장애나 공황장애 친구가 어떤 미션에 도전할 때 매번은 아니어도 가끔 함께 동행해주면 환우 입장에서는 큰 격려를 받기도 합니다. 일단, 본인이 걱정하고 있는 주제나 상황을 자유롭게 노트에 적어봅니다. 예를 들어 다음처럼 해봅시다.
이런 노출 치료를 통해서 난이도가 작은 것부터 하나씩 성공해 나가면 그런 난이도에 해당하는 비슷한 유형의 주제나 상황도 쉽게 도전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고 자신감도 생기게 됩니다. 가장 낮은 난이도의 미션을 성취할 때마다 자신을 칭찬하고 자신에게 작은 보상물을 주어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의지와 자신감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 있지만, 포기하거나 자책하지 말고 자신을 더욱 격려해서 며칠 뒤 다시 시도하고 또 시도하다 보면 분명 좋은 결과를 얻게 됩니다. 걱정거리나 두려움을 주는 상황을 직면하고 맞서는 자세를 습관화하면 자신이 두려워했던 그것이 생각보다 무섭고 해로운 것이 아닌 것을 쉽게 발견하게 되고 용기를 얻게 됩니다. 그래서 Cuncic(2017)는 어떤 걱정이나 근심이 어떤 상황이나 주제에 연관되어 계속 떠오르면, 그런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결과를 상상해 보라고 권합니다. 그런 최악의 결과라는 것도 자주 생각해 보면 별것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적지 않은 용기를 얻게 될 수 있습니다. 아마 처음이 가장 어렵고 긴장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참고 넘어서면 그것을 이겨내는 데 소비된 용기와 의지, 그리고 시간을 보상해 주고도 남을 보람과 자신감이 여러분을 기다릴 것입니다. 아래의 그래프에서도 이런 과정을 잘 보여줍니다. 한 순간의 언덕만 넘어서면 "에이 겨우 이거였어?"라는 생각과 동시에 자긍심과 자신감, 더 나아가 확신을 얻게 될 것입니다.
불안 장애에 오랫동안 시달린 환우들은 보통 뭔가에 대해 크게 염려하고 불안해하는 자신의 모습에 자신감을 잃고, 그건 자신의 모습에 수치심이나 환멸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불안과 걱정이라는 감정은 자신이 경험과 생물학적 특징(유전자, 뇌의 특성 등), 그리고 철학 등 모든 것이 통합되어 한 인격체로서 어떤 사건이나 자극에 대해 보이는 특유의 "반응(Reaction)"이므로 이것을 너무 "병(Malady)"으로만 치부해서 안 좋게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불안 장애"나 "공황 장애"에 대해서 "극복"이나 "치료"라는 말을 쓰는 것이 가끔은 그 다지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사람이 슬프면 눈물을 흘리고, 칼에 살을 베이면 피가나는데 그런 것을 두고 치료해야 할 "눈물 장애"나 "피 장애"라고 표현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보며 앞으로는 그런 눈물이나 피가 나도록 하는 사건이나 자극들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대처하는지를 생각하는게 더 타당하겠죠. 그런 걱정이나 불안함도 결국 본인을 사랑하고 신뢰해서 그런 본인을 스트레스나 자극으로부터 보호해 주려고 그렇게 나름대로 반응하는 것이니까 어느 정도는 존중해 주고,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꾸준한 호기심을 가질 필요도 있습니다. David D. Burns(2006)은 "불안은 아무런 사연이나 이유 없이 우울함에 기초해서 나타나는 반응은 아니며, 인간의 삶에서 떨어질 수 없는 필수적인 한 파트이다. 그리고 그런 표면적인 불안함 밑에 숨겨져 있는 당신이 정말 두려워하는 것은 당신의 진정한 감정과 느낌들이다"라고 말했는데, 이런 점을 착안한다면, 아마 독자분들은 불안함과 공포가 독자분들의 내면 깊숙한 곳에 본인이 오랫동안 억눌러오고 숨겨오거나 거부해왔던 어떤 감정이나 느낌을 제발 봐달라는 하소연일수도 있음을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그런 내면과의 대화와 관찰을 통해, 더욱 진솔하고 성숙한 자아를 재발견하고 스스로의 모습만으로 자신감을 갖게 되는, 그런 삶을 회복하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그런 여정가운데 늘 잊지 말아야 할것은 바로 그런 "나 자신을 사랑하고 신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덧붙여 말씀드리자면, 불안과 공포를 효과적으로 대처하는데 급급하다보니 너무 심리적이고 인지적인 측면에 몰두하게 될 수 있는데, 사람은 기본적으로 몸을 가지고 삶을 영위하는 존재이니 만큼 육체 건강관리도 심리적 측면의 관리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입맛이 없고 의욕이 없더라도 꾸준히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시고, 물을 많이 드시고, 오메가-3나 비타민제도 잘 챙겨드시면 원하는 만큼의 결과에 보다 빨리 접근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응원합니다.
따뜻한 초여름을 맞아, 여러분의 가슴에 희망과 자신감, 그리고 사랑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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