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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부메랑 Aug 12. 2018

공황장애 때문에 절망하고 계신가요?

남 모르는 고통의 늪 공황장애(Panic Attack)에서 나오는 법

지하철을 타면 가슴이 뛰고 당산철교를 지나갈 때면 다리가 무너질까 봐 미칠 정도로 긴장되고 두렵고, 자동차를 운전하면 교통체증 속에 갇혀있는 느낌이 들어서 극도의 공포감이 생겨서 팔과 다리가 피가 안 통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절여오고, 회사 회의실에서는 기절할 것 같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삶의 혼란스러운 변화 속에서 마치 내 삶이 송두리째 추락해 버린 느낌이 드십니까? 지금의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라고 느껴지십니까? 전혀 긴장하고 공포감을 느낄 상황이 아닌데 몸과 마음은 더 이상 내 의지와 상식대로 따라주지 않고, 예전에는 웃으면서 즐기듯 할 수 있던 것들조차 이제 점점 기피하게 되면서 삶의 행동반경이 줄어들고 있다면 독자분은 "공황장애(Panic Attack)"에 걸려있을 확률이 큽니다. 



아마 독자분은 남들에게 자신의 상황과 증상을 이야기하면 그들이 나를 비웃거나 정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여길까 봐 말도 못 하고, 심지어 자신의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에게조차 그들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 자신이 공황장애에 걸린 사실을 혼자만의 비밀(Secret)로 가슴 속에 꼭꼭 숨겨놓고 전전긍긍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음 속에서는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내가 왜 이런 벌을 받는 거지? 도대체 내가 뭘 잘못한 거야?"라는 심란한 상실감과 "그래도 언젠가는 다시 괜찮아지겠지?"라는 일말의 희망이 교차하고 있을 것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출근하면서 오늘 할 일을 보람 있게 수행하면서 업무시간에 동료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하며 교제하고, 퇴근 후에는 회식자리에서 술과 소주를 마시고 떠들고, 밤에 집에 와서 가족들과 드라마를 보거나 쇼 프로그램을 보며 하루의 고단함을 풀며 소소한 행복을 느끼던 시절은 이제 그리운 시절의 추억이 된 지 오래입니다. 이제는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출근 준비를 하고 식사 후 전철을 타고 출근하는, 예전에는 "식은 죽보다 먹기 쉬웠던" 일과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공포의 지뢰밭처럼 여겨져서 매 단계 하나 하나가 감히 감당하기 어려운 도전의 연속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이런 이해가 되지 않는 말도 안 되는 무지막지한 공포와의 싸움은 아무도 모르게 일상 속에서 혼자 감당해야 하기에 나는 더 외롭고 슬프기 그지없습니다. 하루를 버티게 하는 것은 "그래도 언젠가는 좋아질 거야"라는 근거 없는 희망과 집에 오면 자고 있는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뿐입니다. 저는 이런 식으로 힘들게 공황장애를 겪고 계신 분들을 많이 봐왔습니다. 제가 일단 그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당신은 여전히 건강하고 강하니 걱정하지 마십시오"입니다. 제가 독자분의 옆에서 어깨를 다독여 준다고 생각하시고 이제부터 저의 글을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1. 공황장애는 무엇이며 왜 생기는 것인가?

 공황장애는 어떤 특정한 대상/상황/물체 그 자체가 주는 분위기와 조건에 의해 당사자가 공포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고 그런 대상/상황/물체에 대한 나의 반응이 극단적이다보니 결국 통제가 되지 않아서 그 결과 마치내가 정말로 어떤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걱정하게 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공포증(Phobia)"과 차별됩니다 (Carbonell, 2004). 한마디로 어떤 자극이 원인이 되어서 내가 공포심을 갖게 뇌는 것이 아니라 혹시 느끼게 될지 모르는 공포심 자체에 대해 미리 공포심을 느끼는 ("Fear of fear itself" Carbonell, 2004) 것이죠. 그래서 "닭"에 대해 공포증을 가진 사람은 살아 있는 닭을 보면 공포심을 느끼지만, 공황장애 환우는 죽어서 요리된 "삼계탕"을 봐도 공포감이 생깁니다. 한국에서도 지난 10년간 공황장애로 상담소나 병원을 찾는 인원이 꾸준히 증가해왔습니다. 유전적, 신경학적, 심리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는 이론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어떤 원인이나 특정한 루트로 공황장애가 생기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통합적 결론이 도출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공황장애 환우들을 통계적으로 살펴보면 유전적으로 공황장애에 걸릴 수 있는 소인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고, 어린 시절 주변에 알코올 중독자나 큰 병에 걸려서 고생한 가족을 보며 세상이 그다지 안전한 곳이 아니라고 느끼면 살아왔거나 타인에 대한 지나친 책임감을 바탕으로 그들을 기분 좋게 하려고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성향을 갖고 있거나, 20대와 30대의 나이가 되어서 한 명의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황장애를 경험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Carbonell, 2004). 만일 이런 분석이 근거 있는 사실이라면, 너무 낙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독자분은 본인의 유전적 소인이나 성장과정에 대한 책임이 없기에 공황장애에 걸린 데 대해서 자책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건강했던 사람은 다양한 원인이나 배경에 의해 공황장애에 걸리게 될 수 있는데, 가장 흔한 원인은 심한 우울증, 힘든 결혼 생활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문제 해결을 하지 못하고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며 갇혀 있는 경우,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 그리고 불확실한 문제에 대해 만성적으로 오랫동안 고민해 왔을 때입니다 (Carbonell, 2004). 어떤 특정 상황이나 장소에서 공황장애를 경험하게 되면 그 이후로는 그런 경험을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서 사람들은 그런 장소를 회피하거나, 미신적 행위를 통해 자신을 격려하고,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과 동행해서 그 곳을 가거나, 그런 곳을 갈 때 비상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가져가거나(전화기, 약, 전문가 연락처 등), 의식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하거나, 그런 공포감과 맞서서 싸우려고 합니다 (Carbonell, 2004). 그러나, 이런 대응법은 공황장애 극복에 있어서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증세만 더 키우거나 증상이 더 오래 지속되어 만성질환이 되도록 할 수 있습니다.



2. 공황장애의 특성

 공황장애는 왜곡된 공포심을 갖게 하고, 특정 장소에서 생긴 공포심을 제대로 대응하지 않게 되면, 그런 "상황 - 공포심 유발"의 패턴이 여기저기서 독버섯처럼 번지고 활성화되게 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사람의 몸과 인지 체제는 원시인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어떻게 보면 매우 구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육체/정신 시스템은 어떤 위협을 만나게 되면 "싸움", "도망", 또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버림"이라는 세 가지 옵션 중 하나를 택함으로써 생존을 이어가도록 설계되었습니다 (Carbonell, 2004). 하지만, 이런 "위협-위협 해석-적절한 대응"의 메커니즘이 손상되면 그 상황에서 부적절한 대응을 선택하게 되어 불필요한 공포 반응을 일으키게 되는 것인데, 이런 부적절한 대응을 하는 것을 이른바 불필요한 공포감에 의해 "속았다(Tricked)"(Carbonell, 2004)라고 묘사하기도 합니다. 가령, 산 속에서 눈이 부리부리한 호랑이를 만나면 몸 속에서 아르레날린이 분비되어, 땀이 나고, 심장 박동이 빨라져서 "도망"모드가 되는 것이 적절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지만, 예전에 잘만 타고 다니던 전철을 탔는데 당산철교를 지나는 중에 이런 "도망"모드가 발동해서 땀이 나고 숨이 차서 질식할 것 같은 반응을 보인다면 적절한 반응이라고 하기 어렵겠죠. 따라서, 공황장애 환우분들은 몸이 그런 공포감을 느꼈을 때 나타낼만한 반응을 보인다면, "실제로 위험한 것은 없어. 단지 공포감을 느낄 뿐이야"라고 되뇌며 공포감을 마주하면 효과적인 대응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공황장애에 걸렸다는 것은 오랜 시간 동안 당사자가 동일한 인지/사고패턴을 유지하며 삶을 살아오는 동안 누적되어 온 스트레스가 한 곳에 과도하게 몰려서 마음이 급격히 과열되거나 폭발 직전의 상태가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한 인격체로 비유해보면 그 인격체가 심하게 지치고 과열되어 무척 예민해진 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심하게 과열되고 흥분된 마음이 당사자가 마주한 상황을 평소대로 인지하고 해석하지 못하게 만드는 경우가 생기는 것입니다. 즉, 어떤 특정 상황 때문에 당사자가 공황 증세를 보이는 것이라기보다는 이미 당사자의 마음의 메커니즘은 과열돼 있어서 어떤 자극이나 원인에 대해 "묻지 마"식으로 공황 증세를 보이는 것이죠. 이렇게 현실의 조건이나 상황과 동떨어진 해석과 반응이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하실 수도 있는데, 잡지책에 나온 탐스러운 오렌지를 본 뒤, 곧바로 그 오렌지를 쥐어짜는 장면을 연상하면 자연스럽게 입 안에서 침이 고이는 현상을 생각하시면 이해가 쉬울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어떤 요소나 장면 자체가 당사자의 기억이나 인지 해석과정에 자극을 심하게 주어 그 자극이 평소보다 훨씬 증폭되는 이미지나 자극이 머릿 속에 연상되면 당사자의 몸은 그대로 반응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전혀 졸도하거나 질식할 정도의 공포스러운 상황이 아닌데도 몸은 그렇게 반응하고, 몸이 그렇게 반응하는 것을 보다 보면 점차 "이 상황이 정말 무섭구나!"라고 느껴지는 일종의 "속임수"에 빠지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이런 식으로 속임수의 덫에 빠지고 그런 공포에 의해 회피, 도와주는 사람, 도와주는 물건 등에 의지하다 보면 순간적으로는 편할 지 몰라도 점차 그런 늪의 종류는 늘어나서 회피하는 장소나 상황도 늘어나게 되고, 점차 사회적으로도 고립되어 자신감을 잃고 공황장애에 오히려 더 깊이 빠져드는 악순환을 이어가게 됩니다. 


3. 공황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취해야 할 태도

 공황장애 환우가 "지치고 과열된 마음(불, Fire)"이 어떤 상황이나 대상에 대해 적절하지 않은 반응을 보이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고 부정적으로 회피하는 태도 (기름, Gasoline)"로 대하게 되면 말 그대로 불에 가솔린을 뿌리는 결과가 초래되어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됩니다. 공황장애를 경험하고 계신 분들의 그런 공포감과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저도 잘 알지만, 공황장애 증상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으셔야 "종이호랑이"같이 실체 없는 공포심을 갖게 하는 공황장애를 이겨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황장애 환우는 자신이 두려워하는 특정 상황이나 장소를 회피하거나 부득이하게 그런 상황이나 장소에 맞닥뜨려야 하는 경우에는 자신을 보호해줄 사람과 동행하거나 자신을 보호해줄 물건을 지참하고서야 가게 되는 자기보호 행동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자기보호가 지속되면 될수록 본인의 힘으로 공황장애를 이겨낼 수 있는 기회는 그만큼 빼앗기게 됩니다 (Carbonell, 2004). 만일 어떤 편의점에 가게 되면 공황장애 증상이 생겨서 절대 그 편의점에 안 가거나 그 근처에도 안 가려는 경우에는, 그렇게 형성된 자신만의 허구적 법칙을 깨고 안전지대에서 나오게 되었을 때 느껴지는 공포감을 일부러라도 느끼고 그 공포감의 허상이 직시될 때까지 그 공포감을 마주하고, 점차 자신의 의지와 자신감 앞에 무력해지는 공포감의 허구성을 목격해야 합니다. 공포감과 공황장애 증상을 경험하고 싶지 않아서 자꾸 특정 상황과 장소를 회피하다 보면 그 순간만큼은 "안도감"을 느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신의 자유를 그만큼 상실하게 됩니다. 



따라서 Carbonell박사를 비롯한 많은 공황장애 전문가들은 환우들이 자신의 몸의 반응이나 걱정하는 모습에 지나치게 낙담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담담히 한 발자국씩 나갈 것을 권고합니다. 어떤 상황에 대해 "걱정을 심하게 한다는 것"이 그 상황에 대한 인지적 오류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몸이나 마음속의 그런 주체할 수 없는 공포가 느껴지기 시작하면 그 공포가 연쇄적으로 일으키는 부정적인 생각들(자기혐오, 수치심, 절망감 등)이 너무 싫고 그 고통을 마주하기가 싫어서겠죠. 그래서 공황장애 환우들은 자신의 감정/항진된 신경의 반응/마음과 생각에 상관없이 자기가 경험하는 현실 그 자체를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자세로 바라보며 느껴지는 불필요한 고통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공황장애 환우들이 경험하는 공황 증세는 크게 육체적 흥분, 사고의 왜곡, 감정적 동요, 그리고 절박한 행동의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Carbonell, 2004). 그래서 공황장애를 경험하는 순간 환우들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거나, 턱이나 목, 어깨 등의 근육이 굳어지고, 벽이나 문에 기댄 채 고통을 숨기려고 하고, 그 상황에서 "탈출"하고자 옷을 입고 출구를 찾아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Carbonell, 2004). 이런 경험을 여러 번 하다 보면 환우는 점차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공황 증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하게 되기 때문에, 어디서 누구를 만나든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과연 그 장소에는 내가 공황장애 증세가 생기면 탈출할 공간이나 문이 있는가?"가 됩니다. 그래서 탈출하거나 자신만의 도피할 공간이 없는 곳은 아예 가지 않게 되기도 하기 때문에 탈출이 불가능한 비행기, 배, 놀이기구 등에 타는 것은 감히 시도조차 못하게 됩니다. 즉, 공황장애 환우들은 점차 어떤 특정 상황이나 대상을 무서워하기보다는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의 공황 증세가 나타날 때 대피할 곳의 유무 여부가 점차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게 됩니다. 그래서, 가급적 빨리 공황 증세를 두려워하지 말고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눈으로 그런 상황을 침착하게 견디며 이겨내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공황 증세가 나타날 때 이런 식으로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Carbonell, 2004)

1) 어떤 상황에서 육체적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함 "어지럽고 열이 나는군...... 내 왼쪽 팔은 피가 안 통하고 찌릿찌릿해"

2) 이런 증세에 대해 자동적으로 (적절하고 이성적인 해석이 아닌) 해석을 내리게 됨. "나 지금 여기서 심장마비에 걸리면 어쩌지? 기절할 수도 있고, 어쩌면 죽을지도 몰라"

3)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감정적으로 격앙되고 두려움을 더 많이 느끼게 됨

4) 죽음에 대해 더 심각하게 생각하게 됨. "오 이런, 공황 증세가 제대로 진행되네...... 이제 정말 끝인가? 심장마비가 올 거 같아. 도대체 내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거지? 언제쯤 공황 증세가 멈출까?"

5) 감정적으로 격앙되어 분노, 수치심, 그리고 자기혐오를 느낌

6) 상황을 "받아들이고" 객관적으로 인정하며 바라보기 시작함. "왜 자꾸...... 그래, 일단 조금 힘을 내고 정신을 차려보자. 물론 이런 증세는 나도 질색이지만, 공황 증세가 실제로 내게 어떤 해를 준 적은 없잖아. 그동안 잘 버텨왔지. 이제 이런 증세를 잘 견디는 연습을 해보자"

7) 알고 있는 방법을 활용함. 복식호흡을 시작함

8) 점차 육체적 흥분상태가 감소하는 것을 관찰함 "이제 어지럽지 않고 팔도 편해졌어"

9) 변화된 것을 느낌 "좋아, 훨씬 좋아졌어"

10) 변화에 대해 자부심을 느낌 "이제 공황 증세가 예전만큼 두렵지 않아"


이런 식으로 공포를 맞서고 대면하는 연습을 하면, 기복은 있을 수 있으나 점차 공황 증세가 유지되는 시간도 줄어들고, 공황 증세가 나타나는 빈도도 점차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공황 증세를 유발하는 특정한 상황이나 대상은 어떤 면에서 볼 때 환우를 공황 증세의 세계로 인도하는 하나의 "초대장"과도 같습니다 (Carbonell, 2004). 만일 여기서 그 초대장에 대해서 환우가 부정적이고, 두려움에 떨며 비현실적인 방식으로 동조해서 대꾸하고 그 공포감으로부터 환우 본인을 지나치게 보호하려고 하면 공황 증세를 더 거세게 경험하게 될 것이고, 이와 반대로 긍정적이고 편한 마음으로 현실적인 안목으로 공포감을 대면해서 본인을 과잉보호하지 않으면 보다 쉽게 공황 증세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Carbonell, 2004). 이런 연습을 적극적으로 자주 하면 마침내 공황장애의 틀에서 탈출할 수 있습니다. 


4. 구체적 치료 전략

 공황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기본적 전략으로는 몸과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복식 호흡", "공황 일지" (Panic Diaries) 작성,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를 통한 현실적 상황 이해, 그리고 점진적 노출 치료가 있습니다. 물론 초반에 약(Medication)을 먹으면 진정효과를 경험할 수 있으나, 약에 장기적으로 의존하게 되면 자기 의지와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사고로 "종이호랑이"를 이겨내는 기회가 오히려 박탈될 수 있어서 약은 공황장애 증상에서 일단 심각한 수준을 벗어났다 싶으면 굳이 안 드시는 것이 더 좋습니다. 인지행동치료는 제가 일전에 올린 글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으므로 그 글들을 참조하시면 되고, 나머지 전략들을 Carbonell 박사(2004)의 글을 참조하여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A. 복식 호흡 (Belly Breathing technique)

공황 증세를 경험하는 그 순간 혹은 공황 증세를 경험한 뒤에 환우들의 호흡은 얕아지는 경향이 있고, 이런 호흡은 당사자를 보다 초조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공황 증세가 나타날 때 가장 먼저, 그리고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깊이 "복식 호흡"을 하는 것입니다. 복식 호흡을 하면 도움이 된다는 것만 알고 있어도 언제 어디서 지뢰처럼 터질지 모르는 공포감이 보다 덜 두렵게 느껴질 것입니다.


(1) 한 손은 배꼽 부근 허리 벨트라인에 대고, 다른 한 손은 가슴 한가운데 댄다

(2) 입을 벌려서 한숨을 내쉰다. 숨을 내쉴 때 어깨와 상체 근육이 이완되면서 내려오도록 한다. 한숨을 쉬는 목적은 폐를 비우는 것이 아니고, 상체 근육을 이완시키는 것이다.

(3) 몇 초동안 숨을 멈춘다

(4) 입을 다문다. 복부를 내밀면서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다. 배꼽 부근이 나오도록 숨을 쉰다. 배가 나와서 보기 안 좋아도 신경 쓰지 말고 최대한 숨을 들이마시고 잠시 멈춘다. 여시서 들이마시는 과정은 끝난 셈이다.

(5) 본인이 원하는 만큼의 시간 동안 숨을 멈춘다. 이때 숨을 참다 보면 잠시 머리가 띵하기도 하고 하품이 나올 수도 있다

(6) 입을 벌린다. 복부가 들어오게끔 하면서 천천히 숨을 깊이 내쉰다

(7) 멈춘다

(8) 입을 닫고 다시 코로 숨을 들이쉬는 과정을 시작한다

(9) 이런 과정을 공황 증세가 없어지고 편안해질 때까지 몇 분간 반복한다.



B. 공황 일기 (Panic Diary) 쓰기

공황장애 환우분들은 자신의 공황 증세를 유발하는 장소나 상황을 머릿 속으로 떠올리기조차 싫어합니다. 이것은 독자 분만 그런 것이 아니고 대부분의 공황장애 환우가 경험하는 당연한 반응입니다. 그런 공황 환우들에게 공황 증세를 느끼던 바로 그 순간을 잘 기억하거나, 그런 순간에 곧바로 어떤 느낌과 생각이 머릿 속에 오고 갔고, 육체적으로 어떤 증세를 느꼈는지 일기처럼 쓰라고 하면 아마 경악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공황장애의 늪에서 빠져나오려면 그런 공황 일기를 쓰면 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라도 그 날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공황을 경험했고 어떤 감정과 생각을 느꼈는지 자세히 쓰고 기록하게 되면 그 상황에서 자신이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마치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 보듯이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객관적인 고찰을 하는 가운데 그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고", 그 원인에 대해 자신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자문하게 되어 자신의 상황과 증세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현실적으로 바라보며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될 수 있습니다 (Carbonell, 2004). 공황 일기 포맷은 개인마다 자유롭게 정할 수 있지만, 아직 어떻게 써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Carbonell 박사가 제안한 다음의 표본을 활용해도 좋습니다. 


                                                                             <공황 일기>


날짜___________ 증세를 경험한 시간______________ 증세가 끝난 시간 _________________


공황 증세의 레벨 (해당 레벨에 표시)

0   1   2   3   4   5   6   7   8   9   10


증세

육체적 증세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머릿속에서 일어난 사고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느꼈던 감정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그 순간 내가 했던 급박한 행동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공황 증세의 종류 ((예)-예기 불안, 특정 상황, 특별한 이유 없이 저절로 생긴 공황 증세 등)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있었습니까)?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공황 증세가 일어나기 직전에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혼자 계신가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공황 증세가 일어나기 직전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까?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이 공황 증세 때문에 후속적으로 생길 무서운/최악의 결과를 걱정하셨습니까? 만일 있다면 무엇인가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공황 증세가 주는 공포심에 대해 당신은 뭐라고 대답하고 응했나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호흡은 어땠습니까? 복식 호흡을 시도해 보았나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공황 증세가 주는 공포감을 견디고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해 무엇을 했습니까?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그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기보호전략(Self-portective)을 사용했나요? 여기서 자기보호전략은 자신을 공황 증세가 주는 공포심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으로 타인과 동행하며 그 사람에게 의지하거나 보호물(약, 미신적 주문, 의식 분산)에 의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일 그랬다면 자세히 설명해 보십시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공황 증세는 어떻게 끝나고 진정하게 되었나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이 공황 증상으로 인해 당신에게 실제로 가해진 최악의 결과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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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두려워했던 결과(죽음, 미쳐버림 같은)가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다면, 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까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오늘 공황 증상을 경험하면서 이해할 수 없었던 증상이나 에피소드, 또는 예전에는 없었는데 오늘 처음 경험하게 된 일, 혹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 수 없던 그런 증상이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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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공황 증세에 당신이 대응한 방법과 태도에 만족(또는 불만족)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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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공황 증세가 오늘처럼 나타나면, 오늘 대응했던 방법/태도와는 다른 방법/태도로 대응하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하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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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인지행동치료 (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

인지행동치료는 공포나 불안으로 힘들어하는 환우들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 중 하나입니다. 현재, 공황장애 환우는 마음이 과열되어서 현실이나 상황을 본의 아니게 곡해/확대해석/왜곡해서 인지하게 된 상태입니다. 그런 뜨거운 마음과 그 마음이 낳는 왜곡은 어떤 특정 트리거에 대해 당사자로 하여금 굉장히 빠른 속도로 연상작용을 일으켜서 결국 "최악의" 또는 "극도로 불행한" 이미지나 결과를 기대하거나 상상하도록 만듭니다. 가령 예전에는 버스에서 밖에 내리는 비를 보고 낭만적인 느낌을 받았다면, 이제는 "밖에 비가 온다" > "교통이 정체된다" > "교통 체증이 되다 보니 사람들이 버스에 더 많이 탄다" > "버스 안에 습기가 높아지고 사람이 많다 보니 산소가 부족해진다" > "왠지 가슴이 답답하고 어지럽다" >"산소결핍으로 인해 심장마비가 올 것 같다" > "실제로 팔과 다리도 저리고 호흡이 힘들다. 이제 곧 죽을 것 같다"라는 식으로 사고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부정적인 결론을 향해 도미노처럼 연쇄반응을 일으키게 됩니다. 인지행동치료의 이론을 이해하고 본인의 상황에 맞게 잘 접목해서 실습하면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공황장애는 어느 날 한순간에 찾아온 것이 아니고, 환우가 일정기간 동안 스트레스나 억압적인 상황을 받으면서 자신의 "상식"과 "양심적 기준"에 위배되는 현실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면서 상실감과 이상과 현실 간의 이격(분열)을 느끼면서 점차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인지 체제가 뒤틀려서 그 뒤틀린 파장과 무게를 이겨내지 못한 마음이 살짝 주저앉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는, 일단 뒤틀리고 불필요한 왜곡 사고를 "해체(Deconstruct)"하고 다시 처음부터 자신의 가치관과 철학의 발판 위에 인지 체제를 하나씩 쌓는 작업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비록 몸이 불필요하고 과장된 반응을 보이더라도 동요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고 그 상황에서 적절한 상황 인지를 하는 습관을 들이면 정신이 육체를 길들이는 효과를 경험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인지행동치료에 대해서는 제가 일전에 쓴 글들을 찾아보시면 보다 자세한 내용을 참조하실 수 있습니다. 


D. 점진적 노출 치료 (Progressive exposure tactics)

 점진적 노출 치료는 공황장애 환우에게 가장 중요하고도 필수적인 관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치료를 성공적으로 하면 예전의 자유와 힘을 새로 찾게 될 수 있습니다. 노출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공황 증세가 나타날까 봐 기피하는 장소, 행동, 상황을 아주 구체적으로 떠올리고 그런 주제들을 강도가 낮은 것부터 (시도해볼 만한 것부터) 순서대로 써 본 뒤 하나씩 도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자동차를 갖고 도로에만 나오면 공황 증세가 나타나서 운전하기가 두려운 환우는 다음처럼 그 주제를 구체화할 수 있습니다 (Carbonell, 2004).        


                                                                            <운전하기>

- 도로 유형 (국도, 골목길, 또는 고속도로인지)

- 도로에 장애물 (공사 현장이나 교통 정체지역)이 있는지의 여부

- 집에서의 거리

- 몇 시에 운전을 할 것인지

- 교량이나 터널을 지나가게 될 것인지의 여부

- 처음 가보는 곳인지

- 혼자 할 것인지 보호자가 동승할 것인지의 여부


이 외에도 환우는 엘리베이터 타기, 비행기 타기, 배 타기, 백화점 가기, 전철 타기, 지하상가 가기 등 다양한 회피 장소/상황을 노트에 적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 항목별로 위 운전하기에서 한 것처럼 변수를 세분화해 둡니다. 그리고, 각 항목에 대해 느끼는 예기 불안(상황을 상상만 해도 미리 느낄 수 있는 불안감)의 정도를 0점에서 100점 사이로 측정해서 주관적으로 기입합니다. 그리고 그 점수가 가장 낮은 것을 1순위로 하고 점차 점수가 높아지는 순서대로 순위를 매깁니다. 이렇게 도전 항목을 정리한 뒤에는 하나씩 도전하는 것입니다. 물론 처음에 당장 혼자 시작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너무 부담스럽고 두렵다면 동행자와 함께 가거나 주머니에 보호물(약, 미신적 상징물 등)을 지참해도 좋습니다. 다만 한 항목에 도전하면서 다른 항목에도 같은 시기에 도전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순서대로 하나씩 도전해서 이겨나가야 합니다. 처음에 동행자와 함께 해서 공황 증세가 예전보다 약하게 나타난다면 일단 성공적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점차 동행자 없이 혼자 시도를 하시고, 공황 증세가 더 약해지거나 설령 공황 증세가 나타나도 혼자 그 증세를 대면하고 견딜 자신이 있다면 보호물도 없이 혼자 시도하시면 됩니다. 다만, 공황장애 치료 목적으로 약(Medication)을 드시고 계셨는데, 특정 상황에서 공포감이 현저히 줄어들기 시작했다면 약을 줄이거나 끊는 것은 가급적 담당 전문가와 상의한 뒤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특정 항목을 성공적으로 실습했다면, 그 다음 레벨의 항목을 도전하는 식으로 노트에 있는 항목들을 차례대로 이겨내시면 됩니다. 물론, 도중에 상황이 다시 안 좋아 지거나, 역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설령 그렇더라도 너무 낙심하지 마시고, 다시 처음부터 연습하고 실습하면 됩니다. 어떤 단계에서든지 반드시 "나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하며, 아무 문제가 없다" 그리고 "공황 증세는 실체 없는 종이호랑이이며 곧 물러간다. 나는 절대 그 호랑이 때문에 미치거나 죽지 않는다"라는 메시지를 믿으시고 노출 치료를 할 때 입으로 자주 되뇌시기 바랍니다. 



5. 구체적 공포 상황 극복 연습 예제: 비행기 탑승

 대다수의 공황장애 환우들은 비행기를 마지막 관문으로 삼고 있습니다. 다른 상황은 그래도 비교적 괜찮은 대피장소를 제공할 수 있지만, 비행기를 타고 태평양 한가운데를 날아가고 있는데 비행기 안에서 공황 증세가 찾아온다면 밖으로 내릴 수도 없고, 당장 비행기 안에서 병원에 갈 수도 없다는 생각에 도저히 비행기 탑승은 노출 치료로라도 시도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많은 공황 장애 환우들은 그토록 원하는 해외여행도 못하고, 회사에서 중요한 해외출장 지시가 떨어져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비행기 탑승을 미루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누차 이야기 한 것처럼, 당신은 비행기 안에서 공황장애 증세만으로 절대 미치거나 죽지 않습니다. 그러니, 저를 믿으시고 비행기 탑승이라는 노출 치료를 시도하셨으면 합니다. 정 비행기 탑승이 상상조차 어렵다면, 비행기가 바다를 지나가지 않는 목표지점, 또는 비행거리가 아주 짧은 국내 비행으로 국한해서 노출 치료를 시도해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가까운 일본 도쿄에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이 살고 있는데 중요한 수술을 받기 직전에 자신을 꼭 보고 싶어 한다고 상상하고 절박한 각오로 비행기 탑승에 도전해도 괜찮습니다. 일단, 비행기 노출 치료를 할 때도 비행시간, 비행거리, 바다를 건너는지의 유무, 비행기의 크기(초반에는 가급적 메이저 항공사의 대형 비행기를 추천), 낮비행인지 야간 비행인지의 유무 등을 따져봐야 합니다 (Carbonell, 2004). 그럼, 비행기 노출 치료를 위해 어떤 식으로 준비를 하면 효과적인지 Carbonell박사의 제안을 살펴보겠습니다.


1) 비행기 안에서 경험할 것이라고 상상하는 증세를 적어본다

육체적, 감정적, 사고적, 행동적 증상들을 자세히 상상해서 적는다

2) 비행기 탑승 시부터 이륙, 착륙, 그리고 돌아올 때 느끼는 스트레스 지수를 시간별로 기록해서 그래프로 그린다

3) 자신을 격려할 수 있는 내용을 적은 작은 메모지를 지참한다. 메모지에는 "복식 호흡을 해!" 또는 "지금 단지 마음이 불편한 거야 아니면 진짜 위험한 뭔가가 있는 거야? 잘 생각해봐" 같은 메시지가 각각 써져 있다

4) 비행기에서도 공황장애 일기를 쓴다. 그리고 자기를 격려하고 힘을 내게 할 수 있는 자기 최면을 건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비행기 타는 걸 두려워하기는 커녕 어서 빨리 이륙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안달했잖아"와 같은 자기 최면 말이죠.

5) 자신의 공황 증세를 알고 있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서프라이즈 선물을 부탁해서 비행기에 타자마자 열어본다. 선물을 개그감각이 뛰어난 인형이나 격려 문구가 써져 있는 편지 등이 도움이 됩니다

6) 티켓과 여권 등 필수적인 준비물을 잘 확인한다


 그리고, 탑승 전날에는 아마 "내가 왜 이런 짓을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당신은 공포를 느끼고 그 공포를 다루는 연습이 필요하며 이 훈련을 통해 그 공포를 더 쉽게 제압할 힘과 지혜, 그리고 자신감을 선물로 받게 될 것입니다"라고 자답하면 됩니다. 


당일에는 안내 방송이 나오면 가급적 비행기에 빨리 타시기 바랍니다. 늦게 탈 수록 더 타기 어려워지며, 정말 타야 하는지 망설이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비행기에 타면 공포를 분산하기 위해 너무 애쓰지 마십시오. 가령 다른 사람에게 지나치게 말을 건다든지, 신문을 본다든지 할 수 있는데, 차분하게 앉아서 심호흡을 하면서 자신감을 유지해야 합니다. 조금 불안하면, 승무원에게 물을 가져다 달라고 요청하면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웬만한 항공사는 공황 장애 증세를 호소하는 고객을 위해 승무원들에게 기본적인 응급처치교육을 해두었으며, 기내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가까운 공항에 임시 착륙할 수 있는 규정도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아시면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이륙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담담한 마음으로 어떤 감정이나 동요가 와도 견디고 그 공포에 대면해서 공포가 멀리 갈 때까지 견딜 수 있다는 마음을 갖고 집중하고 있으면 곧 비행기가 이륙할 것입니다. 비행기가 떠올라 구름이 보이게 되고, 예상외로 몸과 마음에서 아무런 공황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 것을 보게 되면 당신은 탄성을 짓고 눈물을 흘릴 것입니다. "이제 다 치료되었구나!"라고 짧게 외치면서 말이죠.  



 공황장애는 환우 본인이 각오와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노출 치료를 훈련하면 비교적 다른 정신질환에 비해 쉽고 빠르게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 있는 질환입니다. 철창에 갇힌 고릴라가 철창 위에 있는 바나나를 먹으려고 점프하면 철창에 머리가 부딪혀서 고통스러움을 느끼게 되고, 나중에는 철창이 없어져도 "에이, 점프하면 또 머리가 아플 거야"라고 생각하고 바나나를 바라보고만 있을 수 있습니다. 안타까운 상황이죠. 지금 여러분도 이미 없어져 버린, 실제로 있지도 않은 철창을 상상하며 점프조차 하지 않고 푸념하며 스스로를 옥죄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공황 장애는 결국 그런 실체 없는 공포를 다루고, 그 공포감을 적극적으로 대면하며 다루는 과정을 통해 마음 속 근력을 키우면서 이겨낼 수 있는 질환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효과적으로 공황 장애를 극복하면 기존의 마음 속 인지 체제를 무너트리고 새로운 인지 체제를 쌓으면서 예전보다 더 크고 튼튼한 자유와 힘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지금 마음 속에 과열된 마음의 불이 현실을 곡해하고 과장 해석하게 만들고,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과잉보호하고자 기름을 끼얹은 악순환을 이어가고 계시다면 과열된 마음을 식히시고, 기름을 끼얹기보다 잠시 마음을 한 발치 멀리 떨어져서 지켜보면서 잃어버렸던 자신의 마음의 주권을 회복하여 외부 요소에 의지하지 않고고 주도적인 리더십을 갖고 살아가는 연습을 한다면, 삶과 건강의 회복이 선순환을 시작하게 예전보다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삶을 되찾게 될 것입니다. 



제 글을 읽는 독자분들 중에는 짧게는 6개월 이하, 그리고 길게는 10년 이상 동안 공황장애 때문에 고통스러워하신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이제 지난 날은 떠 내려 보내시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서 그들과 동일한 삶의 자격과 권한을 즐겁게 누리시게 되길 소망합니다. 바로 오늘부터 말이죠.


늘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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